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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분류 : 디지털도시성
  영어 : Virtual Reality
  한자 : 假想現實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만들어 낸 3차원의 가상 공간을 사용자가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사용자는 HMD (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쓰고 눈 앞의 화면에 펼쳐지는 3차원의 가상 공간을 체험한다. HMD에는 디스플레이, 센서, 마이크, 스테레오 스피커 등이 탑재되어 사용자가 HMD를 착용한 채 머리를 상하좌우로 돌리거나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움직일 때마다 화면과 소리가 바뀌면서 가상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2009년 영화 <아바타 (Avatar)>가 보여 준 3D 4D 콘텐츠의 상용화 시도 이후 이렇다 할 새로운 영상 매체의 경험이 부족하던 와중, HMD를 통해 체험하는 가상현실은 기존의 3D 영화보다 뛰어난 몰입감을 주며 영상 감상이상의 체험환경을 제공한다.

가상현실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의 부침을 겪으며 발전해왔다. 2021년 현재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은 사용자의 움직임, 속도, 위치를 파악하는 센서, 110도 이상의 넓은 시야각을 보장하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컴퓨터로 만들어진 이미지 및 영상을 HMD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통신 속도, 사용자 위치에 따른 높은 음질의 소리 구현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있다 (류현정, 2015). 이 모든 기술을 결합해야 하는 탓에 초기 HMD 및 제반 기기의 가격은 수천만원을 호가하였으나 현재는 제반 기술 및 기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게임 뿐 아니라 관광, 교육 및 의료 등 사회 제반으로 확대되어 활용되고 있다.

가상현실의 발전은 입체감이 느껴지는 이미지와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매체의 역사와 그에 따른 시각성의 변화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진 기술의 발명 이후 1820년대에서 183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시각 경험의 원리가 이론화되면서 잔상, 양안 시차 등 인간의 시각 경험의 원리를 활용 및 응용한 매체들이 연구되고 개발되었다. 잔상 (afterimage)은 사람의 눈에 시각적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시각 경험이 수 초 동안 지속되어 나타는 현상으로 영상 기술에 핵심적이다.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면 사람의 뇌는 앞선 이미지의 잔상과 다음 이미지를 연결하면서 무수한 이미지가 연결된 것으로 착각하며 움직임으로 인지하게 된다 (Crary, 1992).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잔상의 원리를 이용하여 영상 및 영화 기술이 발명되었다. 반면, 양안 시차는 시각 정보의 입체감을 느끼게 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가로로 몇 cm가량 떨어져 있는 양 쪽 눈이 약간 다른 위치의 시각 정보를 처리하게 되고, 차이나는 두 가지 이미지가 뇌를 통해 융합되어 3차원의 깊이를 나타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양 쪽 눈이 약간 다른 각도의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양쪽 눈을 번갈아 떠보는 것 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각도를 보는 두 눈이 어떻게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하여 인지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생리학자들 사이에서 1820년대 후반의 연구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하던 와중에 찰스 휘트스톤 (Charles Wheatstone)은 인간 유기체는 양 망막에 맺힌 차이 나는 이미지를 하나의 단일한 이미지로 합성하는 능력을 갖고있다고 주장하면서 스테레오스코프 (Stereoscope)라는 양안 입체경을 발명하여 자신의 주장을 증명했다. 망원경처럼 생긴 스테레오스코프는 2개의 화면이 있고 좌우 눈 간격만큼 (5~7cm) 떨어진 위치에서 찍은 2장의 사진 각각을 양쪽 눈이 스테레오스코프의 확대 렌즈를 통해 본다. 이 때 사용자는 2장의 사진을 입체감이 있는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하면서 입체감이 느껴지는 하나의 시각상을 체험하게 된다 (Wheatstone, 1838).

이후 1920년대까지 스테레오스코프를 위한 사진들이 많이 생산되었고 입체 사진을 체험하는 것이 당시의 시각문화로 부상하였다. 이 때는 이미지의 콘텐츠 자체보다는 스테레오스코프를 통해 단절된 사진들을 반복적, 기계적으로 감상하는 시각 경험이 부상하면서 이미지 자체에 대한 탐구 대신 매체의 일부가 되어 이미지를 분절하고 합성하는 신체의 시각성에 대한 탐구가 이미지, 영상, 시각문화 등의 연구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스테레오 스코프는 두 개의 화면을 통해 입체감 있는 시각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현재의 가상현실 HMD 혹은 3D 입체영상의 시초로 평가되고 있다.

스테레오스코프 이후, 스텐리 웨인바움 (Stanley Weinbaum)SF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 (Pygmalion’s Spectacles)> (1935) 에서 안경을 쓰면 나타나는 홀로그램을 통한 시각 경험, 촉각 및 후각 경험 등을 묘사하며 현재의 가상현실 기술과 제법 가까운 형태를 상상을 통해 제안했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가상현실 기계의 형태를 띤 첫 번째 매체는 1962년 모튼 하일리그 (Morton Heilig)가 특허를 낸 센소라마 (Sensorama)로 커다란 네모 상자 속의 의자에 앉아 입체 영상을 보는데 의자를 통해 진동을 느끼고, 스테레오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듣고, 코를 자극하는 냄새, 바람 등을 통한 몰입감을 제공했다 (Heilig, 1998). 지금의 가상현실 기술과 비교하면 3면의 화면을 통해 영상을 감상하는 동안 영상의 내용에 맞추어 냄새나 바람을 쏘도록 설계된 기계 장치에 지나지 않았지만, 단편적으로 이미지의 깊이만을 즐기는 데 그쳤던 스테레오스코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상현실을 체험의 형태로 제공하였고, 현재의 가상현실 기술이 몰입의 경험을 위해 사용하는 감각 기술들을 미리 사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센소라마를 시작으로 가상현실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지만 제반 기기들을 상용화가 가능한 크기 및 가격으로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특히 센소라마는 공간의 일부를 차지할 만큼 큰 기계로 공간적 제한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의 시초라고 불리는 스케치 패드 기술을 개발한 미국 유타 대학의 이반 수더랜드 (Ivan Sutherland)1968년에 최초의 HMD를 연구하며 개발하였는데 스테레오스코프나 센소라마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나 영상이 바뀌며 “3차원의 환상을 연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운동에 의해 생기는 깊이 효과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금의 HMD와 가장 가까운 형태의 다모클라스의 검 (Sword of Damocles)”라는 기기를 개발하였다 (Sutherland, 1968). 하지만 수더랜드의 HMD 시스템은 직접 착용하기에는 너무 무거워 천장에 고정했고 케이블 등을 통해 다른 기기들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때문에 상용화가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에 활용되는 등 기술 및 과학계를 중심으로 조금씩 활용범위가 넓어졌고 응용장치들이 개발되면서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진행되었다.

스테레오스코프, 센소라마, 다모클라스의 검으로 이어지는 매체들은 기계가 구현하고 이미지나 영상으로 구현된 가상의 세계에 몰입한다는 점에서 현재 가상현실의 시초로 다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매체들이 시각성에 가져 온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사진처럼 매체가 이미지를 관찰자의 외부에서 관찰자에게로 전달하거나 기계가 구현한 이미지나 영상 그대로를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및 영상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관찰자의 신체 내부에서 분절된 이미지를 합성 및 재구성하는 감각 경험을 거친다는 것이다. 매체를 통해 체험하지만 깊이는 매체나 이미지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시각적 환상이며, 이 때 관찰자의 신체는 매체와 짝을 이루어 이미지의 합성을 통해 깊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기구의 일부가 된다 (Crary, 1992).

정작 가상현실이라는 용어 자체는 이 같은 핵심적인 기술 및 매체들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후 1987년에 제이런 래니어 (Jaron Laneir)가 고글, 글러브와 같은 가상현실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최초의 회사를 만들면서부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Adams, 2017). 용어의 발명과 함께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 (예를 들면, 공각기공대 (Ghost in the Shell, 1989), 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와 함께 아타리, 닌텐도 등에서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게임 콘텐츠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영화나 게임 영역뿐 아니라 미군에서는 이라크 전쟁 참전군인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사용했고 이 후 기억과 관련된 치료목적으로 가상현실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최근 MBC의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2020)을 통해 가상현실을 이용한 기억, 추모, 치료의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2021년에는 페이스북에서 코로나 시대에도 현장감과 소속감 있는 재택근무의 형태를 제안하며 오큘러스를 인수하여 개발한 인피니트 오피스를 소개하며 공간 및 콘텐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참고문헌

Adams, T. (2017, November 12). Jaron Lanier: ‘The solution is to double down on being human.’ The Guardian. http://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7/nov/12/jaron-lanier-book-dawn-new-everything-interview-virtual-reality

Crary, J. (1992). Techniques of the observer: On vision and modernity in the nineteenth century. MIT press.

Microsoft HoloLens | Mixed Reality Technology for Business. (n.d.). Retrieved March 24, 2021, from https://www.microsoft.com/en-us/hololens

Sutherland, I. E. (1968). A head-mounted three dimensional display. Proceedings of the December 9-11, 1968, Fall Joint Computer Conference, Part I, 757764. https://doi.org/10.1145/1476589.1476686

Wheatstone, C. (1838). XVIII. Contributions to the physiology of vision. Part the first. On some remarkable, and hitherto unobserved, phenomena of binocular vision. Royal Society, 128, 25. https://doi.org/10.1098/rstl.1838.0019

류현정. (2015, January 15). [가상현실(VR)] 3대 성공요소는 센서·디스플레이·콘텐츠Chosunbiz > 테크 > ICT/미디어.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15/2015011503020.html

 

작성자:이정현 (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in Macau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