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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지리(에드워드 사이드의)
  분류 : 공간
  영어 : imagined/imaginative geographies
  한자 : 心象地理

일반적으로 심상지리는 어떠한 특정 이미지, 텍스트, 담론 등으로 구성된(constituted) 공간이나 지리에 대한 주체의 인식 양상을 의미한다.

개념으로서 심상지리는 에드워드 W.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의 초창기 주저 오리엔탈리즘(1978)에서 최초로 주창되어 발전됐다. 오리엔탈리즘원서에서, 맥락에 따라 imagined geography 혹은 imaginative geography가 병용되어 사용되는 이 개념의 핵심은 imagined/imaginative에 있다. 서구의 관점에서 상상된 동양(imagined orient)’에 대한 인식과 지각의 공간적/지리적 양상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도출됐기 때문이다.

사이드는 오랫동안 서구에 현존했던, 열등하고, 이국적이고, 독특한 상상된 동양에 대한 오랜 편견에 주목한다. 그에게 있어 상상된 동양은 단순히 환상이나 허구가 아니다. 그것은 서양 중심의 지식과 권력에 의해 상상된(imagined), “사상, 이미지, 어휘의 역사와 전통을 갖춘 하나의 관념”(사이드, 2013:20)으로서, 서양의 지리적·문화적·언어적·민족적 단위나 개념을 구성하는 지식-권력의 부산물이다.

동양을 대상화는 방식으로 구성된 서양의 지식과 개념은 이를 인식하는 주체에게 하나의 총체적인 이미지(image)로 지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동양의 현실이나 실체를 온전히 반영하는 게 아닌, 서구중심의 지리적 에피스테메로 가시화된다. “이러한 동양의 인상이 이미지인 이유는, 서양인이 본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 하나의 거대한 실체를 표상하거나 대변함으로써 이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 있다.”(사이드, 2013:126)

주체의 공간과 지리에 대한 상상된인식은 물리적인 속성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정서적 의미와 합리적인 의미의 주관적인 조합, 다시 말해 일종의 시적인(poetic) 과정을 거쳐 의미 있는 것으로 상상되는 것이다(사이드, 2013:105-106). 이러한 사이드의 논증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제시한 상상력(imagination) 개념에 빚지고 있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상상력은 경험론과 과학철학을 넘어 어떠한 대상을 그 자체의 존재로 재구성한다(바슐라르, 1997: 82-83). 그리고 이는 물리적으로 비어있는 익명의 공간이나 사물 이를테면 장롱, 선반, 책상, 서랍을 내밀한 삶의 의미로 재구성하는 주체의 역량으로 가시화되기도 한다(바슐라르, 1997: 106·206). 사이드는 이렇듯 바슐라르가 제시한 공간에 대한 시적 의미화의 상상력을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리적 상상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이다.

사이드가 제시한 개념으로서 심상지리오리엔탈리즘한국어 판본 번역자 박홍규에 의해 상상된 지리라 직역되어 최초로 소개됐다. 그러나 이후 한국의 지식사회는 imagined/imaginative geography의 번역어로서 박홍규가 제안한 상상된 지리대신에 심상지리를 우세하게 채택하게 된다. 사이드의 상상된 지리의 개념에서의 상상력이 바슐라르의 시적 이미지화(心象, imagery)에 대한 특유의 기념에서 기인한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이는 보다 적절한 역어로의 대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문헌:

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역, 공간의 시학, 민음사, 1997.

에드워드 W. 사이드, 박홍규 역, 오리엔탈리즘, 교보문고, 2013.

Edward W. Said, Orientalism, London: Penguin Books, 2003.

 

작성자: 윤재민(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