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Eduardo Viveiros de Castro)는 195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리우 대학(Universidade Federal do Rio de Janeiro, UFRJ)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하였으며 1984년 같은 대학에서 사회학 및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카스트루는 브라질 아마존 일대의 아라웨테 사람들을 연구하며 ‘관점주의(perspectivisim)’, ‘다자연주의’ 등의 주요 개념을 도출해냈다. 그는 로이 와그너, 메릴린 스트래선, 필리프 데스콜라 등과 함께 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환이라는 흐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카스트루는 1998년 케임브리지 강의에서 인류학적 의미의 ‘존재론’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이 강의에서 인류학의 ‘칸트적 편향’을 비판했다(Skafish and Castro, 2016:398). 그가 보기에 인류학자들은 어떤 질문―인식의 조건과 문화적 틀에 관한―들에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어떤 질문―세계가 실제로 어떤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듯 보였다. 문제는 인류학자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만 집중한 결과 인류학이 ‘지식에 대한 지식’, 즉 메타 인식론으로 퇴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카스트루는 문제의 중심에 칸트적 전통, 즉 앎의 조건에만 집착하는 사유 방식이 놓여 있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인식의 형식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멈추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중요한 것은 앎의 ‘형식’이 아니라, 앎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존재론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인식론에 대항하는 개념적 대립 항으로써 제안되었다.
다자연주의는 아마존 아라웨테 현지조사를 통해 관찰한 그들의 존재론에 뿌리를 둔다. 카스트루가 ‘관점주의’라 부른 이 존재론은 다양한 존재자들이 각자의 신체를 통해 고유한 관점으로 세계를 지각하고 살아간다고 바라본다. 즉 다자연주의는 “정신의 단일성과 신체들의 다양성”을 전제한다(까스뜨루, 2018[2009]:41). 여기에서 인간성과 동물성은 전도된 위상을 가진다(Castro, 1998:472; 까스뜨루, 2018[2009]:61). 예를 들어 서구의 진화론에서 인간은 동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종이다. 인간은 동물과 같은 신체적 기원을 가지지만, 영혼을 가진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분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그의 영혼이며 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정신이다. 반면 아마존에서는 모든 존재가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본다. 인간성은 인간 고유의 특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동식물은 인간과 같은 범주를 사용하고, 인간과 같은 가치들을 사용한다. 즉 “모든 존재자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세계를 본다. 변화하는 것은 그들이 보는 세계이다(까스뜨루, 2018[2009]:65).” 동물과 인간이 구분되는 것은 이들이 서로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들은 서로 다른 신체를 가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자연을 구성한다.
다자연주의는 한편으로 다문화주의를 전복하는 것이기도 하다(ibid:71~72). 문화상대주의 이후 ‘다양한 문화들’이라는 패러다임은 서구 인류학의 지배적인 풍토로 자리 잡았다. 이때 문화의 다양성은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었다. 카스트루는 이 차이가 ‘단일한 자연’을 전제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즉 다문화주의는 자연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던 서구의 ‘자연’을 유일한 자연으로 상정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결과 다른 사회에는 마치 자연이 없는 것처럼 간주되어 왔다는 점이다. 카스트루는 문화와 문화를 비교하는 것처럼 자연과 자연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존재론은 “자연이 문화만큼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라 할 수 있으며, 인류학은 이러한 ‘존재론적 전제’에 대한 비교를 수행해야 한다(Skafish and Castro, 2016:395).
<참고문헌>
Castro, E. V., “Cosmological Deixis and Amerindian Perspectivism”, The Journal of the Royal Anthropological Institute, 4(3), 469–488, 1998.
Skafish, P. and Castro, E. V., “The Metaphysics of Extra-Moderns: On the Decolonization of Thought—A Conversation with Eduardo Viveiros de Castro”, Common Knowledge, 22(3), 393-414,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까스트루, 박이대승·박수경 옮김, 『식인의 형이상학: 탈구조적 인류학의 흐름들』, 후마니타스, 2018[2009].
작성자: 김수경(서울대 인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