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은 숲속 나무들이 균근균(mycorrhizal fungus)을 매개로 지하에서 서로 연결되어 탄소, 수분, 영양분, 정보, 경고 신호 등을 주고받는 생물학적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숲을 고립된 개체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닌, 상호 연결성과 감응성이 살아 있는 능동적 생태계로 인식하게 한다.

이 용어는 삼림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Suzanne W. Simard)와 공동 연구자들이 1997년 ≪Nature≫에 발표한 논문 「Net transfer of carbon between ectomycorrhizal tree species in the field」에서 유래했다. 이 연구는 서로 다른 수종의 나무들이 균근균 지하 네트워크를 통해 탄소를 교환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냈으며, ≪Nature≫는 이를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소개했다.(시마드, 2023:280~281) 비록 시마드가 이 용어를 직접 명명하진 않았지만, 이 개념을 받아들여 숲 생태계의 상호 연결성과 협력 관계에 주목하는 새로운 생태학적 시각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우드 와이드 웹’은 생태계 내 보이지 않는 연결망과 비인간 존재들 간의 소통 가능성을 가시화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중심 매개자인 균근균은 식물의 뿌리와 공생하는 곰팡이류(진균)로, 여러 나무의 뿌리를 연결하는 ‘공통 균근 네트워크(Common Mycorrhizal Network, CMN)’를 형성한다. 균근균은 나무 뿌리 세포 사이로 침투하거나 표면을 감싸면서 공생 관계를 맺는데,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탄소(당분)를 균근균에 공급하고, 균근균은 토양 속 수분, 인, 질소, 미량 영양소 등을 흡수해 나무에 전달한다. 이러한 교환은 개별 나무와 균근균 간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균근균이 여러 나무 뿌리와 동시에 연결되면서 종(種)을 넘는 지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 네트워크는 동일 종 내에서도 묘목과 성목을 연결하며, 위계 없이 상황과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작동한다. 시마드는 균근균을 “협력자, 매개자, 도움을 주는 자”(시마드, 2023:110)라고 부르며, 이들이 숲의 감응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행위자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지하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는 시마드가 제안한 ‘어머니 나무(Mother Tree)’ 개념을 통해 더욱 확장된다. 어머니 나무는 “숲의 신경 연결망 허브”로서 주변의 어린 나무들을 인지하고, 균근균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과 정보를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이를 통해 어린 나무의 성장과 생존을 돌보는 중심 행위자로 기능한다.(시마드, 2023:386) 이는 생태계 내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고 의존하는 방식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숲을 돌봄과 상호의존의 생태 공동체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한편, 숲속 나무들의 상호작용은 인간 사회와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시마드는 “생태계와 인간 사회의 바탕은 관계이며, 유대가 강할수록 그 시스템은 더 탄력적이 된다”(시마드, 2023:320)고 말하며, 협력과 공생, 공동체적 관계에 대한 철학적 틀을 제시한다. 우드 와이드 웹은 숲을 통한 연결과 돌봄, 상호의존의 중요성을 드러내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공존을 다시 사유하게 하는 강력한 생태-사회적 은유로 작동한다. 이는 곧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시마드, 2023:18) 시마드의 근본적인 통찰과 맞닿아 있다.

시마드는 우드 와이드 웹이 나무와 식물, 진균 등 비인간 존재들도 동등한 행위자성(agency)을 지니며, 이에 따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시마드, 2023:487) 이 관점은 인간 중심적 시각을 넘어 자연을 상호 연결된 관계망 속 주체로 인식하게 한다. 나아가 시마드는 이러한 생태철학을 기반으로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The Mother Tree Project)’를 이끌며, 실제 캐나다 산림에서 세대 간 나무의 연결성, 생태 회복력,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의 조건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드 와이드 웹 개념이 이론적 은유를 넘어서, 생태적 공존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수잔 시마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사이언스북스, 2023.

Suzanne W. Simard, David A. Perry, Melanie D. Jones, David D. Myrold, Daniel M. Durall, Randy Molina, 「Net transfer of carbon between ectomycorrhizal tree species in the field」, 『Nature』 Vol.388, 1997년 8월.

작성자: 김혜선 (한양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