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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 공간(플라톤의)
  분류 : 공간철학
  영어 : chora
  한자 :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존재와 생성 이외에 세계를 형성하는 제3의 부류로서 공간을 도입한다. 그가 말하는 세계를 형성하는 세 가지 부류란 “생성되는 것, 그리고 이 생성되는 것이 그 안에서 생성하게 되는 곳인 것, 그리고 또한 생성되는 것이 태어남에 있어서 닮게 되는 대상”(플라톤, 2000: 50d)이다. 그는 생성되는 것을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창조물인 자식에, 생성되는 것이 생성하게 되는 곳을 어머니에, 그리고 본받게 되는 대상을 아버지에 비유한다(50d). 그리고 생성되는 것이 생성하게 되는 곳을 헬라스어로 공간 혹은 장소를 의미하는 “코라(chōra)의 종류”(52a)라고 표현한다. 플라톤에게 코라 공간은 다양한 물체들을 수용하는 “새김바탕(ekmageion)”(50c) 혹은 “생성의 수용자(hypodochē)”(49a)이다. 수용자로서의 코라는 물질들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지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물체와 달리 “[자기의] 소멸은 허용하지 않는”(52b)다. 이런 점에서 코라 공간은 존재나 생성과는 다른 존재론적 지위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코라 공간은 단순한 수용체가 아니라 고유한 힘 혹은 운동을 갖는다. 이것은 그가 공간을 “흔들림을 제공하는 기구”(53a)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부분에서 잘 나타난다. 플라톤에 따르면 “마치 고리버들 세공의 키나 곡식을 가려내는 일과 관련된 기구들처럼”(52e) “그 자체가 운동을 하게 된 수용자”는 “흔들리게 된 네 가지 부류의 것들 중에서 가장 닮지 않은 것들은 서로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하고, 가장 닮은 것들은 같은 곳으로 최대한 모이게 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이것들은 서로 다른 지역(공간)을 점유하게 된다.”(53a) 그러나 코라의 힘은 이성이나 지성으로부터 유래하는 힘과는 다른 측면도 갖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또한 “균형이 잡히지 않은 힘들(dynameis)”(52e)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코라의 이러한 힘들은 지성에 독립해서 작용하는 힘이다. 이 힘은 우주가 질서를 갖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힘들로써 “비례(비율:logos)도 없고 척도(metron)도 없는”(53a) “방황하는 원인의 종류(to tēs plaōmenēs eidos aitias)”(48a)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플라톤, 박종현․김영균 옮김, 『티마이오스』, 서광사, 2000.
이현재, 「지워진 여성의 몸-코라와 물질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제21집, 2010.
이현재, 「여성 “공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텅 빈 공간에서 가임의(pregnant) 코라 공간으로」, 『젠더와 문화』, 제5권 1호, 2012.

작성: 이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