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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시공간(아인슈타인의)
  분류 : 공간물리학
  영어 : Relative time-space
  한자 : 相對的 時空間


공간에 대한 수많은 이론과 설명들 중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이론은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1905)과 일반상대성이론(1915)을 발표하였는데, 두 이론이 전제하는 공간에 대한 개념은 조금 다르지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존의 개념(절대시간, 절대공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론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점은 1.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적인 존재요소이며 2. 시간과 공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 존재이다. 특히 물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지해있는 존재이므로 3. 시간과 공간은 우주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으로 주어진다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의 어느 곳에서나 어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체계를 변화시켰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광속도 불변의 원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시속 20Km로 움직이는 물체를 시속 16Km로 움직이면서 뒤따라가면, 물체의 속도는 4Km로 측정된다. 사람들은 빛의 뒤를 일정한 속도로 쫒아가면서 측정하면, 그만큼 빛의 속도가 줄어들게 측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광속도 불변의 원리를 적용하면, 빛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초속 30만Km를 유지한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주장이다. 아인슈타인이 광속도 불변의 원리를 신뢰하게 된 것은 맥스웰의 전자기학에 있었다.(뉴턴코리아 편집부, 2014:38)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주장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고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세 가지이다. 첫째,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시공간으로 취급해야한다. 둘째, 시간은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천천히 경과한다. 셋째, 움직이는 물체의 크기(공간)는 줄어든다. 다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절대론이 붕괴되고, 시공의 상대론으로 대체되는 순간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은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된다. 그러므로 시간과 공간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인 것이다. 이것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핵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공간은 3차원, 시간은 1차원으로 이루어진 4개의 차원을 가진 시공연속체(space-time continuum)로 생각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이 공간의 한 요소로 취급된다. 왜냐하면, 길이(공간)은 ‘빛이 이동한 시간’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공간의 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는 의미이다. 즉 4차원 시공연속체는 s2=x2+y2+z2-c2t2의 형식으로 주어지는데 여기서 c는 빛의 속도, t는 시간을 가리킨다. 여기서 x, y, z, ct를 x1, x2, x3, x4로 치환하면, s2=x12+x22+x32+x42로 표현할 수 있으며, s를 사건들의 ‘거리(공간)’이라고 부른다(아이슈타인, 2012:97). 공간을 표현한 방정식의 네 번째 항은 공간을 구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네 번째 항은 시간이 들어가 있으므로, 시간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치환된 것이며, 시간이 공간화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4차원 시공연속체와 4차원 공간이 다른 개념임을 알아야 한다. 4차원 공간이라고 하면 공간차원이 4개라는 의미이다. 현재 우리가 인지하는 공간은 3차원으로서, 위-아래, 좌-우, 앞-뒤라는 3개의 축(차원)으로 구성된다. 4차원 공간이란 3차원에 덧붙여 또 하나의 다른 차원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입자물리학에서는 우리 우주가 실제로는 11차원 혹은 10차원의 시공연속체이지만 우리는 4차원 시공연속체로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시간지연과 공간(길이)축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은 무너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운동하는 물체의 이동속도가 빛의 속도에 근접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시간 및 공간이 시공간으로 통합되었으므로, 시간의 변화와 공간의 변화는 서로 관련이 있다. 시간이 지연되고 공간이 축소되는 것은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설명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관측자에 따라 동일한 값으로 주어지는 절대적인 기준요소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구 위의 관찰자와 광속으로 달리는 우주선의 우주인의 경우, 서로가 서로를 보면 공간자체가 진행방향으로 축소된 것처럼 관측된다. 지구의 관측자는 우주선의 높이는 변하지 않고, 길이가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그 내부의 우주인 및 모든 것들도 같은 방향으로 축소된다.), 반면에 우주선의 관측자는 지구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공간의 축소는 관측자의 관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 지구인이 보는 지구는 여전히 둥근 형태이며, 우주인이 보는 우주선의 길이 역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즉 공간이 관측자에 상대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우주선에서 보면, 관측 대상의 모양만이 아니라 이동하고 있는 공간 그 자체도 축소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므로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은 이동공간이 줄어들게 되므로, 예정시간보다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공간에 대해서 특수상대성이론보다 더 혁명적인 사실을 밝히고 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은 시공간으로 통합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 자체는 기본개념으로 남아있지만 공간의 개별적인 특성은 사라졌다(Max Jammer, 1993:173). 일반상대론에서 시공간은 단순히 관측자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시공간 그 자체가 물체에 질량에 의해서 휘어진다고 말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질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요소가 아니라 영향을 주고 받는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공간이 휘어지는 것은 물체의 질량에 의해서이며, 질량이 무거울수록 공간이 더욱 크게 휘어지게 된다. 우리가 빛이 휘어진다고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면 빛은 휘어진 공간을 통과하기 때문에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공간은 편편하다고 전제하였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 근처의 시공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고무판 위에 무거운 공이 놓여있으면, 공의 무게만큼 고무판이 아래로 움푹 들어간 모양이 된다. 무거운 물체일수록 고무판은 더욱 깊게 내려가게 된다. 여기서 고무판이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공간 그 자체가 휘어져 있다는 사실은 우주에 대해서 완전히 새로운 사고 전환을 요구했던 혁명적인 사실이었다.

또 한 가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혁명적인 것은 중력(만유인력)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끄는 힘이 작용하는데, 이 힘을 만유인력이라고 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공간의 휘어짐이 ‘중력’이라고 말한다. 중력은 실재하는 힘이 아니라, 공간의 만곡으로 인해 물체들 간의 일어나는 현상으로 나타난 사건이다. 사과와 지구는 서로 인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인력은 물체의 중력에 비례하므로, 지구는 사과를 끌어당긴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일반상대론에 따르면, 사과는 사과대로 자신의 경로(휘어진 공간)를 따라 움직이며, 지구는 지구대로 자신의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사과와 지구에 의해 만들어진 휘어진 공간의 영향으로 인해 사과는 지구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와 지구 사이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와 지구의 시공의 휘어짐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수성의 근일점 이동값 문제와 아서 애딩턴의 사진으로 관측사실을 통해 증명되었다. 수성의 공전 궤도를 계산해보면, 1년마다 조금씩 이동하여 100년에 5600초각(1초각은 1°의 3600분의 1)을 이동한다. 그런데 실제 관측한 수성의 근일점 이동이 43초각의 차이가 났으며, 이 차이를 뉴턴 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그 값의 차이를 예측했다.(뉴턴 편집부, 2010:64) 다음으로 1919년 아서 애딩턴은 남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개기일식이 있을 때, 태양 근처에서 별빛이 휘어지는 사진을 촬영하였다(사진에서 별빛의 휘어지는 값은 1.75초각이었으며, 분수값으로는 약 2000분의 1 정도이다.). 별빛이 휘어지는 각도는 아인슈타인이 예상한 수치와 일치하였으며, 이로서 사공의 휘어짐이 실증되었다.(뉴턴 편집부 2014:80)

무거운 물체가 주위의 시공간의 곡률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즉 아래로 움푹 파인 형태로 변화시키고, 먼 곳의 별빛이 휘어진 공간을 지나오기 때문에 휘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간이 매우 깊이 파여져 있어서 빛이 그곳을 통과하기에 매우 어렵다고 한다면, 그 곳에 놓여있는 물체의 질량은 대단히 클 것이다. 빛조차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공간이 깊이 파여 있는 공간을 만드는 천체를 블랙홀이라고 한다(엄밀하게 블랙홀은 무거운 천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사건의 지평면의 안쪽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블랙홀도 관측을 통해 실재하고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상대성’으로 인해 한 가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이 뉴턴의 절대 시공간에 대한 여러 비판론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론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의 ‘상대론’은 어디까지나 뉴턴의 절대 시공간에서 주장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체 간의 상호독립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어느 관측자에게도 동일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기준(시간과 공간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이 될 수 있다는 절대성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광속도불변의 원리와 물리법칙들은 좌표계의 변환에도 동일하게 표현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빛의 속도를 상수로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은 필연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대칭성’과 ‘동일성’을 의미하며, 대칭성과 동일성은 ‘절대성’의 특징이다(아인슈타인, 2011). 그렇지만 상대성이론이 발표되기 이전까지 공간은 ‘무엇을 담을 수 있는 그릇’, 혹은 ‘장소들의 집합’같이 수용자와 같은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그 수용자의 형태가 변화하리라는 것은 잘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그 모든 것은 상대성이론에 의해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문헌>
Einstein, Albert, “Relativity: the special and the general theory” Methuen & Co Ltd., 1960.(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장헌영 옮김, 『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
아인슈타인, 「옮긴이 해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고종숙 옮김, 『상대성이란 무엇인가』, 김영사, 2011.
Max Jammer, “Concepts of Space, New York; Dover Publications, INC., 1993.
뉴턴코리아 편집부, 『아인슈타인의 시공론』, 뉴턴코리아, 2014.
뉴턴코리아 편집부, 『시간과 공간』, 뉴턴코리아, 2010.

작성자: 임진아(경북대학교 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