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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근원적 활동으로서의 공간(피히테의)
  분류 : 공간철학
  영어 : Raum als ursprüngliche Tätigkeit des Ichs(space as original activity of I)
  한자 : 自我의 根源的 活動으로서의 空間


피히테는
근원철학에 관한 성찰에서 공간을 1) “평면에 의해 연장된 것”(Fichte,1971:125)이라고 정의한다. 2) “공간은 채워진 것”(Fichte,1971;125)으로 규정된다. 전자에 의하면 공간은 연속성으로서 사유된 것인 반면, 후자에 의하면 공간은 위치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피히테는 아직 공간을 운동과 연관시키지 않고 이론적 설명에 그친다. 다시 말해 피히테는 이 경우에 공간을 단지 의식의 사실로서만 설명할 뿐이다.

피히테에게 공간은 실천철학에서 비로소 운동과 연관된다. 실천철학에 의하면 운동은 단지 공간에서만 가능할 뿐”(Fichte,1971:249)이다. 그런데 이 공간이 결코 충만한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충만한 공간에서는 운동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이 공간은 공간일반이 아니라, 규정된 공간으로서, 일종의 놀이 공간(der Spielraum)이다. 공간과 운동의 관계는 전체 학론의 기초이전에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피히테가 공간과 운동의 관계를 하나의 원리(ein Prinzip)로부터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행(die Tathandlung)은 피히테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실행은 의식의 경험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앞서 모든 의식의 근저에 놓여 있는”(Fichte,1965:255) 자아의 근원적 활동이다. 피히테의 선험철학은 실행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실행을 통해 자아의 실재성을 증명하는 이론이다. 이렇게 본다면, 피히테의 공간개념도 선험적으로 구성된 자아의 근원적 활동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된다.

피히테에게 공간이 중요한 것은 공간의 실재성이 아니라, 공간의 관념성 때문이다. 피히테는 공간의 관념성을 객체들의 증명된 관념성에서 증명”(Fichte,1965:335)하며 공간을 철저한 선험철학을 통해 규정한다. 피히테는 관념적 객체들을 설정하기 위해 공간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다. 피히테에게 공간은 외적 직관의 가능성에 있어 주관적 조건”(Fichte,1966:204)이면서, 이를 위한 하나의 형식이다. 따라서 직관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모든 것은 직관의 형식을 구성한다. 여기에서 피히테가 자기직관(die Selbstanschauung)으로서의 지적 직관(die intellektuelle Anschauung)을 자신의 고유한 철학의 원천으로 삼은 이유도 밝혀진다. 지적 직관을 통해 피히테는 공간을 경험적 소재(der Stoff)에 의해 제약된 것이 아니라, “객체의 주관적 형식이고, 객체의 반성을 통해 조건을 지운 것”(Fichte,1994:112)으로 변경한다.

피히테는 학론의 고유한 것의 개요에서 공간을 자아와 비아의 작용력(die Wirksamkeit)을 통해 설명한다. 이 작용력이라는 범주는 자아와 비아 사이에서 양쪽의 공통영역을 만든다. 그러나 이 공통영역은 아직 근원적 규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공통영역은 우연적으로 구성되거나 필연적으로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에 의하면 공통영역 속에는 대립만이 있을 뿐이고, 후자에 의해서만 공통영역이 근원적 반성을 통해 선험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피히테는 후자를 선택하면서 선험적으로 순수하게 사유된 공간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은 동역학적 근원 공간(der dynamische Urraum)에서 수학적 공간을 발생시키는 방식에 근거한다(권 기환,2012:337). 다시 말해 이러한 근원공간이 없이 자아와 비아의 작용력에 의한 어떠한 공간도 생산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피히테의 공간개념이 자아의 근원적 활동에 근거할 경우에, 이것은 이성의 자발성과 생산적 활동에 의한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아에 의해 산출된 공간은 우연적 결과일 뿐만 아니라 유아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히테에게 공간은 철저하게 선험적으로 구성된 자유로운 공간일 뿐만 아니라, 자아의 근원적 활동에 근거해서 발생론적으로 규정된다.


<참고문헌>
Fichte, Johann Gottlieb, Grundlage der gesamten Wissenschaftslehre als Handschrift für seine Zuhörer, Stuttgart-Bad Cattstatt: Frommann-Holzboog, 1965.
Fichte, Johann Gottlieb, Eigne Meditationen über Elementarphilosophie, Stuttgart-Bad Cannstatt: Fromann Holzboog, 1971.
Fichte, Johann Gottlieb, Praktische Philosophie, Stuttgart-Bad Cannstatt : Fromann Holzboog, 1971.
Fichte, Johann Gottlieb, Grundriss des Eigentümlichen der Wissenschaftslehre in Rücksicht auf das theoretische Vermögen als Handschrift für seine Zuhörer, Stuttgart-Bad Cannstatt: Frommann-Holzboog, 1966.
Fichte, Johann Gottlieb, Wissenschaftslehre nova methodo, Hamburg : Felix Meiner, 1994.
권 기환, 피히테에 있어서 시간·공간의 발생론적 연역」-개요에서 칸트와의 방법론적 차이를 중심으로, 헤겔 연구31, 2012.

작성자 : 권기환(홍익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