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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도시
  분류 : 현대도시의 양상
  영어 : Carceral city; ville carcérale
  한자 : 監獄都市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의 마지막 장에서 ‘감옥도시’ 혹은 “감옥체계의 도시”에 대해 서술한다. 그는 감옥도시가 한편으로는 범죄자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고통스러운 형벌을 가하는 절대군주제 시대의 이른바 ‘호화로운’ 신체형과 구별될 뿐만아니라 절대군주제의 형벌체계를 합리적인 형태로 개혁하고자 하면서, 징벌을 통한 정의의 실현을 마치 소극장의 연극처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제안되었던 “형벌의 도시(cité des punitions)”라는 가공의 사법 개혁방안 모두와도 구분된다고 보았다(푸코, 2016: 464). 푸코에 따르면 감옥도시의 원리인 감옥제도 혹은 ‘감옥체계’의 시대는 최소한 프랑스에서는 1840년 메트레(Mettray) 소년감화원이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감옥체계는 단지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형벌을 주거나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감옥체계는 가족, 군대, 작업장, 학교, 사법기관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재소자들 사이의 가족적 유대, 군대식의 편제와 규율, 노동 훈련과 관리가 이루어지는 작업장, 학교의 교육 기능, 그리고 징벌 기능이 감옥체계 안에 모두 혼합 및 중첩 되어있다는 것이다(446). 그런 점에서 감옥체계에서 “범죄자는 법의 울타리 밖에 있지 않고 처음부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의 한복판에서” 존재하며 심지어 감옥이 범죄에 제재를 가하는 동안에도 범죄와 범죄자는 감옥체계라는 “제도의 산물”이 된다(456).

요컨대 감옥체계의 목적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참정권과 기본권을 박탈함으로써 더 이상 주체성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련의 교육과 훈련, 관리, 교정의 논리를 통해 감옥체계에 적합한 주체성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새로운 징벌 및 감금의 제도로서의 감옥체계는 범죄와 범죄자를 법 밖으로 추방하기보다는 법 안에 가두고 규율하는 권력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 권력의 특징은 바로 이러한 감옥체계를 사회 전체로 일반화하고 사회 자체의 조직화 논리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서 감옥체계 내부에 중첩된 가족, 군대, 작업장, 학교, 법정의 모델들은 한편으로는 감옥체계가 그 자체로 완결된 사회와 같은 것을 이룬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옥 밖의 사회를 마치 감옥과 유사한 형태로 재편하려는 목표를 함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푸코에게 감옥체계의 등장과 함께 감옥은 근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으로 조직화된 근대 사회가 추구해야할 모델 자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푸코는 단지 특정 감옥이나 수용소를 설명하기 위해서 감옥체계라는 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러한 감옥체계를 통해 법 안에서 사회 전체를 지배의 대상으로 삼는 권력의 내재적 논리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옥체계의 궁극적인 귀결은 감옥사회 혹은 ‘감옥도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감옥도시의 실현과 함께 푸코가 근대 사회의 핵심이라고 보는 규율권력(pouvoir disciplinaire)이 완성된다. 푸코의 감옥도시 및 규율권력 이론은 근대 계몽주의의 합리화가 어떻게 자본주의 생산의 합리성에 자리를 내주는가, 혹은 어떻게 이와 공모하는가를 보여준다(전상인, 2009; 2014). 감옥체계와 규율권력에 의해 산출되는 권력에 유순한 주체성은 ‘자본의 축적’에 대응하는 자본주의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축적’의 측면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푸코의 동료였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푸코의 규율권력 및 감옥도시의 이론을 역사화하면서 이를 이른바 ‘통제사회(sociéte de contrôle)’의 개념으로 발전 및 대체시킨다. 들뢰즈는 푸코가 말한 규율권력 혹은 규율사회가 현재의 사회 및 권력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규율사회란 서양의 18세기와 19세기를 거쳐서 20세기 초에 완성되었다. 반면에 현대는 규율사회로부터 통제사회라는 새로운 권력 형태로의 이행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규율사회와 통제사회는 모두 사회를 권력의 논리로 재편하려는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들뢰즈가 보기에 그 권력의 논리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규율사회에서 개인은 감옥, 병원, 공장, 학교, 가족과 같은 다양한 감금의 장소들을 통과한다. 개인은 가족을 벗어나 학교에 입학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군대에 가고, 군대를 제대하면 공장으로 취업하게 되는 식이다. 이때 사회는 가족, 학교, 군대, 공장 등의 상이한 모델들 사이의 분할을 그 특징으로 한다. 반면에 통제사회의 논리에서 개인들은 규율사회에서의 권력의 장소들보다 훨씬 유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 공장, 군대, 학교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속적으로 가족에서의 가부장제적 권위와 공장에서의 노동 통제, 군대의 규율, 학교에서의 교육을 영속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으로 권력의 통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감옥, 병원, 공장, 학교, 가족을 구별하고 분할하거나, 이러한 장소들 사이의 벽을 놓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감옥체계와 비교했을 때, 통제사회의 권력은 훨씬 더 추상적이고 유연하다. 들뢰즈의 통제사회 개념에 따르면 가족의 가부장제나 군대, 학교, 감옥의 규율이 완화되는 변화 혹은 개혁은 새로운 권력 논리의 등장을 의미한다. 특히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요구받거나 퇴근 이후에도 여전히 노동하도록 압력을 받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유연화된 권력과 주체성의 논리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들뢰즈의 통제사회의 개념은 푸코의 감옥도시 모델을 비판적이면서도 충실하게 계승한 이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미셸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 나남, 2016.
전상인, 「우리 시대 도시담론 비판-동네의 소멸과 감옥도시에의 전조」, 『한국지역개발학회지』제22권 3호, 2009.
전상인, 『편의점 사회학』, 민음사, 2014.
질 들뢰즈, 「통제사회에 대한 후기」, 『대담: 1972-1990』, 솔, 1993.

작성자: 홍철기(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