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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분류 :
  영어 : The City
  한자 : 都市


도시는 밀도 높은 정주지이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며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인구를 가진 한정된 공간이다. 매우 느슨한 정의를 가진 미국의 센서스로는, 도시는 자치단체로 조직되어 2,500명 이상의 인구를 갖고 있는 도회지(urban place)를 말한다.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가스, 뉴욕처럼 미국에서 흔히 언급되는 많은 지역들은 실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화다중심 대도시권(Multi-centered Metropolitan Regions: MMRs)이다. ‘도시’라는 용어는 종종 지속적으로 도시화되는 넓은 지역들을 단순히 약칭하는 것으로 남용되곤 한다. 유럽에서는 2차 대전 이후 ‘메갈로폴리스(megapolis)’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같은 용어로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도시를 다른 도시들과 구별하기도 했다. 이제 이 용어들은 ‘도시권(city-region)’이라는 말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런 변화에는 개발 제한에 따라 대도시 개발이 억제된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예를 들어 런던의 그린벨트(greenbelt)가 대도시권의 외부 확장을 제한하는 것과 같이, 많은 경우 도시의 확장 한계는 행정 규제에 따라 인위적으로 유지된다. 런던을 둘러싼 녹지대를 유지하는 그린벨트 정책은 국지적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교외 녹지대 개발의 이득을 취한 주민들이 이후 새로운 기반 시설을 포함한 후속 개발에 반대함으로써 새로운 유입자들이 같은 이익을 취하는 것을 제한하려고 한다. 행정 규제를 통해 도시 경계를 유지하는 이러한 정책은 토지 시장을 왜곡하여 기존 거주자들의 주택 가치를 지켜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도시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중요성을 갖는다. 미국의 도시는 자치단체로서 세금을 부과하며, 채권과 기타 금융적 수단을 통해 기금을 조성할 권한을 갖는다. 법적으로 도시는 자체의 경찰력을 고용할 수 있고 주민들에게 모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도시는 자치권을 보유하며, 휘하에 선출직 공무원들을 갖는다. 후자의 결과로 도시 행정은 전국적인 정치력을 갖는다. 도시의 시장들이 시 외곽 지역의 대표자들에 비해 훨씬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 바로 도시가 중요해진 이유이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 공식적인 지방자체단체의 상황은 정부 및 통치 체계의 차이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 프랑스의 5대 도시인 파리, 리옹, 마르세유, 릴, 보르도는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막대한 권력을 행사한다. 독일의 함부르크, 브레멘, 베를린의 시민들(City-Länder)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높은 지위를 갖는 권역 정부 체제로 운영한다. 영국에서 런던은 지배적인 도시로서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그 권력과 영향력 면에서 다른 도시들을 능가한다. 영국에서 지방(sub-national) 정부 체제 역시 빈번히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도시권(city-regions)의 개념과 지역 균형의 발상으로 되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도시들의 정치적 힘은 경제 활동 장소로서의 그들의 지위와 관련된다. 지구화와 디지털화가 엄청나게 진행된 것은 분명하지만, 거대 초국적 기업들의 활동은 여전히 세계의 몇몇 주요 도시들에 집중되어 있다. 코로케이션(co-location)[코로케이션(co-location)은 여러 관련된 법인이 한 장소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특히 정보통신기술 관련 산업에서는 데이터 센터에 자료를 모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은, 전문 노동인력 시장, 교통접근성, 생활양식 공유 열풍 등의 형태를 취한 집적 경제(agglomeration economies)에서 그 이득이 나타난다. 런던 시는 이러한 집적 이익의 결과로 세계의 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Budd & Whimster 1992).

‘도시 문화(urban culture)’의 현장이라는 점도 도시의 중요성에 기여한다. 과거에는 농촌 지역, 즉 시골의 문화와 대조되었기 때문에 이런 특성이 쉽게 이해되었다. 그러나 수십 년 간 교외 지역의 도시화와 전국적 미디어의 일상적 영향 때문에 이러한 차이는 상당히 흐려졌고 오늘날에는 그리 큰 의미도 없게 되었다. 여타 지역과 구별되는 도시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활기찬 거리와 보행 문화의 존재이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61)는 도시의 거리야말로 도시생활의 근본적인 특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행이라는 두드러지는 특징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시티워크’(CityWalk)와 같은 도시형 테마 놀이공원이나 쇼핑몰 상가처럼 목적의식적으로 건설된 환경으로 재현되기도 한다(‘보행자와 자동차’ 항목 참조). 1970년대 런던의 경우, 과거 청과물 시장이었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이 조지 왕조 시대 풍[조지왕조 시대는 George 1-4세의 치세인 1714-1830년을 말한다.]의 ‘짝퉁’ 상점들이 들어차면서 일종의 도시 마을로 변모하였는데, 이것은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건설했던 모사 마을과 매우 유사하다.

2차 대전 이래 미국의 도시들은 큰 변화를 겪었다. 제조업의 쇠퇴, 가정과 학교의 붕괴, 과밀화된 거주지, 엄격한 인종 분리와 그로 인한 상처, 범죄와 폭력의 증가, 위험수위에 달한 세입 고갈 등은 모두 문제 많은 도시 풍경의 한 단면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초의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대규모의 정부 개입은 도시를 구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고속도로 건설, 야심찬 공공주택 프로젝트 등은 오히려 도시의 상황을 이전보다 더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도시 경관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기는 했지만 2차 대전의 충격은 심대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역사적 의미를 지닌 도시 정체성의 재구축에 관심이 모였다. ‘쾌락의 도시’ 빈, ‘빛의 수도’ 파리 등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의 음악과 예술에 의해 붙여진 이러한 별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도시 경관의 재구성 과정에서 전제가 되고 있다(Hall, 1998).


<참고문헌>
Chatterton, P. and R. Hollands, 2003. Urban Nightscapes: Youth Subcultures, Pleasure Spaces and Corporate Power. London: Routledge.
Gottdiener, M. and R. Hutchison, 2000. The New Urban Sociology, 2nd Edition, NY: McGraw-Hill.
Gottdiener, M. 2001. Life in the Air: Surviving the New Culture of Air Travel. Lanham, MD: Rowman and Littlefield.
Mumford, L. 1961. The City in History. NY: Harcourt Brace.
Mumford, L. 2003. ‘What is a City?’ in R. LeGates and F. Stout (eds) The City Reader, 3rd Edition. London: Routledge. pp. 93-6.
Jacobs, A. and D. Appleyard, 2003 ‘Toward an Urban Design manifesto’ in R. Legates and F. Stout (eds) The City Reader, 3rd Edition. London: Routledge. pp. 437-47.
Jacobs, Jane, 1961.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NY: Modern Library Edition.
Whyte, W.H. 1988. City: Rediscovering the Center. Garden City, NY: Doubleday.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9-28.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