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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
  분류 :
  영어 : Globalization
  한자 : 地球化


지구화는 정보, 돈, 사람 및 재화의 국경을 초월하는 순환에서 나타나듯이,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증대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구화는 대기업의 일국적 소유가 쇠퇴하며 극소수 ‘초국적 기업들’의 세력이 확장되는 과정으로, 초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의 함의가 특정 장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전 지구를 상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들 초국적 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면서, 글로벌 시티(global city; 앞의 항목 참조)의 사례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금융자본이 실현한 전자적 수단에 의한 화폐 이전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에 분산해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portfolio investment)의 지구화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의 확대를 촉진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지난 30년 간 경제활동의 국제화를 끌고 온 주요한 추동력 중 하나이다. 자본 이동성의 증대로 인해 제조업 생산의 지리적 입지를 조직하고 금융시장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초국적 기업들은 이제 가장 낮은 가격의 제조업 노동력이 공급되는 한 세계 어느 곳에도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 외주'(labor sourcing)의 결과로 값싼 소비재의 지속적 생산이 가능해졌다. 선진 산업국가에서는 공장들이 연이어 폐쇄되는 반면, 베트남과 도미니카 공화국,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는 신규 공장들이 세워져 철강에서부터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공급한다. 한편으로는 탈산업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노동력의 착취라는 패턴을 갖는 것이 바로 ’지구화‘의 특징이다.

그런데 지구화는 제조업의 해외 이전, 그 이상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융자본의 성장과 확장 그리고 엄청난 효율성이 지구화를 실현한 원동력이다. 지구를 휘감은 최신의 전자통신 수단을 이용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의 이동은 지구적 규모로 진행된다. 이러한 돈의 흐름은 대부분 지구 전역의 다양한 투자은행 및 상업은행 사이의 이전이다. 자본이동의 확대는 다시 이러한 새로운 제조 및 금융 조직을 관리하고 제어하며 서비스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생산 수요를 새로이 창출한다. 새로운 생산 수요는, 원격통신 수단의 개발에서부터, 공장과 사무실,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지구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투입요소들을 특화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렇기 때문에, 지구화라는 개념과 글로벌 시티라는 개념은 상호 연관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전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구화의 사회적, 직업 구성적, 문화적 효과들뿐이다. 더욱이 프랑스의 사회 경제 이론가인 로버트 보이어(Robert Boyer)에 따르면, 국제화가 새로운 국면을 통과하고는 있지만, 지구화가 완성된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는 주로 금융에 연관되어 있을 뿐이다(Boyer, 2000). 그래서 ‘지구화’라는 용어가 가진 한계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많은 도시들이 경험하는 지구화란 자본이 유출하면서 신규 투자 유치는 필요하지만 자본 이동은 여전히 자유로운 조건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자신의 활력을 다시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많은 도시 지역에서 관광이나 문화, 스포츠 같은 활동들이 전통적인 제조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도시 중심지는, 쇠퇴를 벗어나 다른 곳들과의 지속적 공간 경쟁을 뚫고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간 주요한 글로벌 시티라고는 할 수 없는 많은 도시들이,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과 그에 수반하는 사회문화적 자본이 자리 잡으면서, 상당한 정도로 재건에 성공했다. 예컨대 마르세유는 항구 도시로서의 지위와 해변 소재지라는 강점을 이용해 프랑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 가운데 하나로 거듭났다. 독일에서 글로벌 시티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곳은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이지만,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는 함부르크이다(European Commission, 2003). 한 때 번영했던 항구이자 조선 산업 중심지였던 함부르크는 이제 선적, 보험 및 물류 서비스를 갖추어, 유럽에서 가장 큰 상품 적하 중심지가 되었다. 함부르크는 또한 유럽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의 주요한 생산 기지 중 하나이고, 에어버스는 2003년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항공기 판매업체인 보잉사를 인수하였다. 함부르크의 주식 거래량은 독일 전체 거래량의 약 2%에 불과하여 글로벌 시티의 지위를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1인당 소득에서 볼 때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도시들 간의 이런 차이들로 인해 공간 경쟁은 더욱 격렬해진다. 이와 동시에 조직화된 노동은 국제 자본의 무책임성과 초국적 기업들의 장소 애착성의 결여를 길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명확히 지적한 바와 같이 새로운 현상은 전혀 아니다.

그러므로 만일 “지구화”가 최근의 역사적 지리에 관해 무언가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적 공간 생산이라는 정확하게 동일한 과정에서 하나의 새로운 국면일 수 있다는 점이다(Harvey, 2000: 54).

결론적으로 지구화는 하비가 언급했듯이 자본주의적 발전의 한 주기이며, 보이어(Boyer)의 표현으로는 유동성의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또한 개별 장소들을 유동성의 상태로 묶어 두는 과정이다. 그러나 지구화는 일부가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자본주의의 전적으로 새로운, 결정적 국면은 아니다.


<참고문헌>
Boyer, R. 2000. ‘Politics in an ear of globalization: a regulationist 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Urban and Regional Research 24(2): 274-322.
Budd, L. and F. Clear, 2001. ‘The Business Environment for eCommerce’ in L. Harris, P. Jackson and P. Eckersley (eds) eBusiness Structures. London: Routledge. pp. 1-25.
European Commission, 2003. Cohesion Report. Luxembourg: European Commission.
Harvey, D. 2000. Spaces of Hope. Edinburgh: Edinburgh University Press.
Kynaston, D. 1994. The City of London: A World of its Own, 1815-1890. London: Pimlico.
Sassen, S. 1991. The Global City.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Sassen, S. 1994. Cities in a World Economy. Thousand Oaks, CA: Pine Forge Press.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83-90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