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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분류 :
  영어 : Sprawl
  한자 : 亂開發


1950년대에 교외화가 대규모 현상이 된 이래, 도시 연구자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곳에서 나타나는 성장의 특징인 난개발 유형에 대해 한탄했다. 난개발은 흔히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 단위가 넓은 지역에 걸쳐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로 ‘마구잡이(haphazard) 성장’하는 것이라 정의된다. 난개발은 계획의 결핍을 함축하며, 치안, 소방 방재, 기초 교육과 같은 공공 서비스의 중복으로 귀결되곤 한다. 지방 행정에서는 예외 없이 성장 방향에 대한 종합 계획을 기안하는 전문적인 도시계획자를 고용하고 있기에 이런 상황이 의아하기도 하다. 어떤 연구는 이러한 사회적 모순이 생기는 이유를 지방 정치인들과 개발업자들이 규정을 우회해서 지역 난개발을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Gottdiener, 1977). 난개발은 부분적으로 이런 종류의 성장을 부추기는 중앙정부의 보조금(단독주택에 대한 조세 보조금과 고속도로 건설 보조금)이 직접 낳은 계획된 것이기도 하다.

여러 해에 걸쳐 비판자들은 교외의 생활양식, 특히 별도의 부지에 건설되는 단독주택 유형의 난개발을 공격했다. 이러한 비판에서 교외 거주와 난개발은 항상 부정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지만, 난개발이 어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든 간에 교외 거주의 인기는 지속되었다. 지역 개발에 소요되는 전체 비용이 매우 클지라도 압도적 다수의 교외 거주자들은 중심 도시에 거주하기보다는 현재의 생활을 선호한다. 이처럼 난개발 성장 유형은 사적 만족 대 사회적, 집단적 비용의 대결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난개발에 대한 비판자들의 잦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마구잡이식 성장과 상대적으로 질서가 정연하나 밀도가 낮은 개발을 분간하기란 쉽지 않다. 한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난개발 도시의 전형으로 인용되는 로스앤젤레스는 사실 강력한 반성장법으로 유명한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보다 난개발의 정도가 덜하다. 최악의 난개발 도시는 테네시 주의 내쉬빌이지만, 이곳을 컨트리 뮤직의 중심지로서 언급하는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El-Nasser & Overberg, 2001). 이러한 결과, 특히 현재의 성장 유형을 비난하는 분석에 난개발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도시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그 용어의 사용을 둘러싼 혼란이 심한 상태이다.

도시권 내에서의 급속한 성장이 난개발 문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메릴랜드 주 도시계획국의 예측으로는 1995-2020년 사이에 ‘체사피크 만 주변 권역에서 주거용으로 전환될 토지는 과거 350년 간 전환된 면적보다 넓다.’ 놀랍게도 시카고 광역시에서 1970년부터 1990년까지 20년 동안 소요된 택지는 그 권역의 인구보다 11배나 더 빠르게 증가했다. 클리블랜드 광역시에서 토지 사용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을 때조차 증가했다. 1970년 이후 권역 인구는 11% 감소했지만 도시화된 대지의 양은 33% 증가했다. 도시 인구가 순증가를 기록하는 선벨트(sunbelt) 지역에서도 사태는 마찬가지다. 피닉스는 ‘시간당 1.2 에이커의 비율로 공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실제로 피닉스의 지리적 범위는 그 크기로 볼 때 델라웨어와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애틀랜타는 1950년 이후 2.9%의 비율로 인구가 증가했다. 이 증가의 대부분은 교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001년 미국 대도시권에 관한 종합 연구에서는 과도한 개발 및 저밀도 개발에 대한 정도를 측정했다. 밀도가 높으며 서비스 공급이 가능한 성장 계획이 실제 실패하지 않았더라도 과도한 개발과 저밀도만으로도 난개발의 지표로 간주될 수 있다(El-Nasser & Overberg, 2001). 난개발을 측정하는 경험적 지표를 이용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발견했다. 인구 팽창이 필연적으로 난개발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난개발은 대도시권의 인구가 줄어들 때 발생한다.

한편 영국의 경우, 런던과 잉글랜드 동남부에서 채택하고 있는 그린벨트(Green Belt) 정책을 비롯한 계획 체제로 대도시의 외부확장을 규제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난개발은 런던 광역시 권역을 다중심 대도시권으로 탈바꿈시키고 말았다. 런던 광역시 권역에서는 오직 재개발(brownfield)1) 부지에만 한정하여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이 지역의 주택가격이 유례없는 비율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이 책을 쓰는 시점에), 토지은행에 그린벨트를 예치해 둔 투기업자들은 그린벨트에 대한 개발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상태이다. 체셔와 셰퍼드(Cheshire & Sheppard, 1989)의 추산에 따르면 계획의 규제가 모두 풀릴 경우 동남부 지역의 도시화 면적은 19-28%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부지 당 면적 역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대략 3-5% 떨어지는 데 그칠 것이다. 따라서 만약 영국에서 런던 주변의 그린벨트를 폐기한다면 그곳이 투기적 개발로 말미암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난개발로 나아가는 추세를 관리하고 개발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섬세한 정책이 우선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Edwards, 2000). 미국에는 영국과 같은 그런 계획에 따른 규제 정책이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광역 정부(regional government)의 결여와 수많은 지방 정부들(local governments)로 쪼개진 권역의 파편화로 인해 미국에서는 난개발이 불가피한 추세이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고도로 발달된 광역 정부 체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적절하고 광범위한 권력이 부여된 전문 계획 체제가 구비되어 있더라도, 난개발의 절박함은 많은 부분 비공간적(non-spatial)2)이기 때문에 여전히 긴박하게 진행 중이다(Marcuse & van Kempen, 2000).


1) 브라운필드(brownfield)는 버려지거나 잘 사용되지 않는 사무용, 산업용 건물이다.
2) 여기에서 비공간적 요소는 인구학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 등을 가리키며, 공간적 요소는 땅값, 도로접근성, 고도, 주택 구조 등을 말한다.


<참고문헌>
Benfield, F. et al., 1999. Once there were Greenfield: How Urban Sprawl is Undermining America’s Environment, Economy and Social Fabric. NY: National Resources Defense Council.
Cheshire, P. and S. Shepperd 1989. ‘British Planning Policy and Access to Housing: Some Empirical Evidence’ Urban Studies, 6: 469-85.
Cross, M. 1992. ‘Race and Ethnicity’ in A. Thornlet (ed.) The Crisis of London. London: Routledge. pp.103-18.
Duany, A., E. Playter-Zyberk and J. Speck. 2000. Suburban Nation: The Rise of Sprawl and the Decline of the American Dream. NY: North Point Press.
Edwards, M. 2000. “Sacred Cow or Sacrificial Lamb? Will London’s Green Belt have to go?‘ City 4 (1) (April) pp. 106-12.
Gottdiener, M. 1977. Planned Sprawl. Newbury Park, CA: Sage Publications.
Kunstler, J. 1996. Home from Nowhere: Remaking Our Everyday World for the 21st Century. NY: Simon and Schuster.
Leo, C. et al., 1998. ‘Is Urban Sprawl Back on the Political Agenda?’ Urban Affairs Review, 34: 179-211.
Lopez, R. and H. Hynes 2003. ‘Sprawl in the 1990s: Measurement, Distribution and Trends’ Urban Affairs Review, 38(3) (January) pp. 325-55.
Marcuse, P. and R. van Kempen 2000. Globalizing Cities. Oxford: Blackwell.
El-Nasser, H. and P. Overberg, 2001. ‘A comprehensive look at sprawl in America,’ USA Today, 22 February, www.usatoday.com, accessed October, 2003.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33-244.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