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권’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도시론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1967년 저작인 『도시에 대한 권리(droit à la ville)』에서 처음으로 제출되었다.
르페브르의 도시론은 자본주의가 도시의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이 변화는 도시의 일상생활이 요구하는 새로운 권리 목록을 드러내는데, ‘노동할 권리’, ‘훈련받고 교육받을 권리’, ‘건강에 대한 권리’, ‘주택에 대한 권리’, ‘여가에 대한 권리’ 등이 대표적이다. 르페브르는 이 목록들이 형성되고 확산되는 가운데 도시권, 즉 ‘도시에 대한 권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고 말한다(Lefebvre, 2009:133). 그에 따르면 도시권은 도시에서 새롭게 등장한 권리 목록을 총괄하는 동시에, 이 목록들의 실현이 도시공간의 ‘사용가치’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왜냐하면 앞서의 권리들은 언제나 ‘공간을 통해서’, ‘공간과 더불어서’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권의 일차적인 의미는 도시 구성원이 도시공간을 충분하고 완전하게 ‘향유’할 권리가 된다.
한편 르페브르는 도시권의 주체인 도시 구성원을 도시 공간의 실질적 ‘사용자(usagers)’라고 말한다(Lefebvre, 2000). ‘사용자’라는 표현은 이들이 단순히 공간을 소비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능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표준적인 거주자로 등록된 ‘시민(citoyen)’만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 등 도시공간에 머무르면서, 교차적인 억압에 노출되는 모든 이들이 포함된다. 특히 르페브르는 후자를 ‘도시인(citadin)’으로 칭하면서, 도시문제가 도시인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Lefebvre, 2009:40). 도시인의 관점을 강조하는 것은 도시공간을 둘러싼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서 일어나는 배제가 도시 전체를 소외의 공간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르페브르는 도시인의 다양한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둘러싼 차별과 배제의 철폐를 주장하며, 이를 도시권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삼는다. 즉 도시권은 모든 도시인들의 ‘차이에 대한 권리’, 공간 기획에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할 권리’를 함축한다.
르페브르의 관점에서 이상과 같은 도시권의 실현은 시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발견한 근대 시민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Lefebvre, 2003:238-54). 그것은 시민에 한정되었던 형식적인 정치적 권리가 도시적 삶을 영위하는, 도시인 모두를 위한 실질적 권리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Henri Lefebvre. La production de l’espace. Anthropos. 2000
Henri Lefebvre. Le droit à la ville. Economica-Anthropos. 2009.
Henri Lefebvre. Key Writings. eds. Elden Stuart. et al. Continuum. 2003.
작성자:신승원(서울시립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