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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심 대도시권
  분류 :
  영어 : Multi-centered Metropolitan Region
  한자 : 多重心 大都市圈


고전적 의미에서 도시는 상대적으로 고밀도의 인구를 가진 중심 지역을 말하며, 도시를 지원하는 농업 생산 공간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런 식의 경계를 가지는 도시 형태는 19세기 자본주의적 산업화 시기 이전까지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채로 유지되었다. 이제 두 개의 구별되는 계급인 노동자와 자본가가 탄생하면서 도시인구는 부에 따라 나뉘게 되었다. 부유한 가족들은 도시에 집을 둔 채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도 집을 지었다. 게다가 영리활동의 힘이 자본주의적 부동산 시장까지 확대되자, 투기꾼들은 즉각적으로 중심 도시 바깥의 토지를 매매 목적으로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당시 시점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어떤 교통수단이든 사용하라고 부추겼다. 도시 발전의 단계마다, 거주지의 경계는 도시 중심지에서 더욱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하지만 초기의 ‘교외화’ 시기 내내, 도심 외부 지역들은 돈벌이와 노동계급의 일자리, 상업 등을 통한 경제적인 의존성과 미술, 음악, 패션 등과 같은 ‘고급’ 문화 참여활동 등을 통해 도심에 부속되어 있었다.

일부 도시 연구자들은 여전히 현대의 교외화는 자동차 대량 생산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진실이 아니다. 여전히 흔한 오류인 이러한 기술 결정론에 의존하는 분석가들은 사회 조직의 측면을 도외시하는 한 항상 틀릴 수밖에 없다. 단순한 기술력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힘들이 항상 함께 작용하여 중요한 사회적 변화를 창출한다. 미국에서 실질적 의미의 대규모 교외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일반 노동자들을 ‘중산층(middle class)’으로 탈바꿈시켰던 정부의 프로그램과 경제적 번영에 의해 터져 나온 강력한 힘들의 산물이었다. 중심 도시에서 외곽으로의 이러한 대규모 인구 이동은 마침내 도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창출했다. 우리는 이를 ‘다중심 대도시권(MMR: Multi-centered Metropolitan Region)’이라 부르는데, 오늘날의 도시가 1만 년 전 과거 도시와 다른 만큼이나, 이 또한 전통적인 도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MMR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고전적인 도심이 이제 자신이 가졌던 많은 기능들을 털어내 다른 중심지들에게 주고 각각의 중심지들은 과거에 비해 더 특화된 기능을 갖는다는 데에 있다. 도시화된 지역들은 이제 다수의 중심지들을 갖추며 중심지마다 소비 기능, 화이트 컬러로 대표되는 사무 기능, 일종의 제조업, 주거생활, 오락이나 휴양 활동 등과 같은 각기 다른 기능을 주로 맡는다. 전통적인 중심도시는 여전히 존재하며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사업과 소비의 장소로서 더욱 특화될 뿐, 그곳의 주민이 더 이상 전체 사회를 대표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도시 연구자들이 오늘날 새로운 공간 형태의 특성들, 이를테면 그 자체가 고용의 중심지인 독립적인 공업 단지나, 주변 도시와 심지어 다른 주(州)의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거대 소비 공간인 교외 쇼핑몰에 대해 논의하면서도, 왜 아직도 도심이 1950년대 이전과 같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중요함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듯 여기며 '도시(the city)'를 담론의 중심으로 견지하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도시 분석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져서, 주거 공간이 다중심적(multi-centered)이며 권역 내 다기능성(multi-functionality)을 갖춘 새로운 형태로 변동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전히 ‘도시 이해’, ‘도시 개발업자’, ‘도시 문화’, ‘포스트모던 도시’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이 계속 발간된다. 도시(city)라는 단어를 접미사로 붙인 그러한 용어의 확산으로 단어 자체가 더 이상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은유적 개념이 됐기 때문에 의미를 명확히 한정할 수 없게 되었다. 도시 연구자들이 수사적 표현과 구체적 대상을 구분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큰 용어상의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은 한마디로 말해 틀렸다. 그들은 정주 공간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속성, 이를테면 이제 범위로는 지역, 일국, 아니면 세계 전체에 어울릴 법한 특징을 지닌 디지털 통신의 증가를 존재하지도 않은 ‘도시(city)’라는 귀속 중심에 적용한다. 우리는 더 이상 에지 시티(edge city)와 같은 단일 중심을 가진 공간형태 속이 아니라, 각각 특화된 기능을 가진 많은 중심지들로 뻗어나가는 개발 권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다중심 대도시권이라는 공간 형태가 형성되는 데에는 정부 프로그램도 한 몫 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정부는 은행업과 주택건설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야심찬 주택공급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부는 ‘자가 주택 소유자’에게 이자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오늘날에도 시행되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세전 수입에서 상환액에 붙은 이자를 전액 공제받을 수 있다. 이들은 모기지 이자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는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주는 보조금에 다름 아니다. 이는 또한 ‘지불 능력만 있다면’ 세입자가 아니라 자가 보유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반면 지불능력이 없는 세입자들은 조세 경감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주택임대는 전통적인 도시의 기본 특징이고 자가 소유는 교외의 특성이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주택 정책은 인구의 분산과 탈집중화를 낳았으며, 교외 단독주택이라는 생활 형태를 촉진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자동차와 관련이 있지만, 기술결정론자의 주장과는 반대로 자동차는 교외화의 원인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1950년대 미국 정부는 국가가 침략을 받을 때 군사적 수송을 촉진하기 위해 사통팔달의 ‘주간 연결(interstate)’ 고속도로망 구축을 결정했다. 1956년 ‘고속도로 국방체제(National Defense System of Highway)’ 법이 통과되자마자 도로건설 사업자들은 전국의 배후지를 누비며 아스팔트를 깔았으며, 부동산 투기업자들은 이를 기회로 부동산에 달려들어 개발에 열중하였다. 과거에 농지였던 토지에 대규모로 단독주택이 난립했으며, 이는 새로 깔린 고속도로와 연결되었다. 도시인구 밀집 구역에 있던 제조업과 상업, 문화와 레저 활동들이 확장되는 대도시권 전역에 퍼졌으며, 개별적이며 특화된 중심지들에 통합되었다. 그리고 자동차들은 이렇게 계속 확장되어 뻗어나가는 주거 공간들을 연결하는 수단이 되었다.

다중심 대도시권의 성장은 ‘탈중심화(de-centralization)’와 ‘재중심화(re-centralization)’라는 쌍둥이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미국 교외의 난개발과 독립적인 교외 집적화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이런 과정들은 PURs의 개발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탈중심화’는 기존 도시에서 사람과 활동의 숫자 자체가 전반적으로 절대 감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활동들의 분산만이 아닌 사회 조직의 분산이다. 탈중심화와 함께 사회적, 기술적 수단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식도 변화한다. 반면, ‘탈집중화(deconcentration)’는 인구 밀도의 전반적인 평준화를 의미한다. 탈중심화가 발생하면, 이와 동시에 그와 연결된 과정으로 ‘재중심화’가 일어난다. 재중심화는 상대적으로 더 밀집된 공간에서 활동과 사람이 재구성되는 것으로, 근접성을 반영하는 연결양식을 수반한다.따라서 탈중심화와 재중심화는 각각 고유한 사회 조직의 특성을 가진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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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47-154.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