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된 토지이든 개발되지 않은 토지이든 간에, 토지를 매매한다는 것은 공간의 생산에서 주요한 힘으로 작용한다.(Lefebvre, 1991; Gottdiener, 1994). 자본주의는 이윤 획득을 토지 소유관계로까지 확장했고 시장은 그 자산을 ‘부동산(real estate)’으로 전환했다. 일반적으로 토지의 가치는 그 토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용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반대로 도시에서의 토지의 가치는 전적으로 소재지의 특성에 포함되어 있다. 농지와는 달리 사회적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로서의 잠재력 외에는 내재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토지는 사회를 통해 그 가치를 획득한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은 이런 특성을 갖게 된 극소수의 상품 중 하나이다. 이는 자본주의적 관계가 토지시장에까지 확대되었기에 가능해진 것이라 하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도시의 부동산 가치의 집단적인 요소는 사적인 영역으로 전유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이다. 물론 그 가치의 일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세, 부동산세 등의 도시 지방세로 회수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세는 학교 재정의 핵심적인 수단이다. 부동산세 역시 대도시의 사회적 서비스 지원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토지 가치에 대한 과세는 자본주의 사회의 관념을 부정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토지 가치에 대한 과세는 공적 재정 수단으로서는 상당한 한계를 갖게 된다. 심지어 단독주택 소유자들은 팔 때가 되면 자기 주택의 소유권으로 이익을 남기려 한다. 그 결과 대도시 부동산의 집단적 가치의 사적 전유는 지방 정부의 영구적인 재정위기로 귀결되는데, 이는 정부가 사람들에게 집단 환경의 유지보수 비용을 강제할 만한 강력한 재정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소유자와 지방정부 사이에는 늘 상당한 긴장이 존재한다. 자산소유자는 될 수 있는 한 자신들의 부동산 가치를 증가시키려 한다. 반면에 지방정부는 환경을 유지보수하고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가치 증가분에 대해 과세를 하고자 한다. 객관적인 상식으로는 시민들 모두가 공공의 이익을 지지하는 게 순리일 텐데도, 자산의 영리성과 결합된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처럼 명백한 집단을 위한 고려사항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모순이다. 개개의 부동산 소유자들은 재산세를 혐오한다.
자본주의에서 부동산은 구조적인 힘이자 행위의 형태가 된다. 부동산이 대도시권(metropolitan regions)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는 이유도 구조적인 힘과 행위의 형태가 결합된 이러한 부동산의 성격 때문이다. 부동산업자들의 행동, 즉 행위의 형태적인 측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 자본주의 내에서 행위의 형태적인 측면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측면들의 구조적인 차원은 포괄적으로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Lefebvre, 1991)는 선진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구성요소로서 부동산의 중요성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저작을 남겼다. 르페브르에 따르면 토지 투자는 상공업 투자와는 별개의 구조를 가진다. 토지와 관련된 변동은 독자적인 번영과 쇠퇴의 투자주기에 따라 움직인다. 대부분의 투자는 산업 부문에서 혹은 르페브르가 말한 ‘1차 자본 회전(primary circuit of capital)’에서 이뤄진다.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으려고 할 때, 그들은 부동산 혹은 ‘2차 자본 회전’에 투자한다. 르페브르는 이들 두 회전은 약간 시차를 두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쪽으로 움직이는 돈의 흐름이 중요해진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토지 개발을 의미하고, 또 유동자산(liquid assets)으로 쉽게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2차 회전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에 영향을 준다. 첫째, 1차 회전 주기가 쇠퇴할 때, 돈은 2차 회전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과도한 토지개발과 투기로 나타나 결국 환경을 파괴하게 된다. 둘째, 1차 자본 회전이 회복되기 시작할 때 부동산은 그만큼 빨리 회복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건조 환경(built environment)에 투자된 돈은 쉽게 현금으로 전환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부동산 가치는 급락하고, 재산세에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나 대도시의 세입도 크게 감소하고 만다. 이런 과정들은 토지가 고정자본(fixed capital)과 유동자본(liquid capital)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되어 있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즉 고정자본 형태는 건조 환경의 생산을 낳고, 유동자본 형태는 일련의 금융 유동성을 낳는데, 이 금융 유동성은 지대와 건조 환경의 자본가치 변화에서 생긴다. 따라서 토지는 그 이용과 개발이 봉건적 잔재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특수한 그리고 다면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맥락에서 볼 때, 영국과 미국에서 개인이 소유한 부의 대부분은 주택이고, 부의 95% 이상이 부동산이다.
도시 연구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하나의 오류는 로건과 몰로치(Logan & Molotch, 1987)의 저작에서 유래한, 부동산에 이해관계를 가진 특별한 계급인 ‘임대생활자(rentiers; 지주)’가 따로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접근법에 따르면 임대생활자는 부동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전업으로 종사하는 ‘성장 기계’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의 부동산 현상을 잘 보지 못한 데에서 생긴 오류이다. 우리는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런 투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2차 회전에 관련된 사람들의 유형이 얼마나 많은지를 살펴본 바 있다. 자본주의에서 ‘성장’ 압력은 확실히 항상 강력하다. 그러나 그러한 압력이 임대생활자와 같은 하나의 목적을 가진 극소수의 그룹이나 집단에서 기원한다고 보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구조적으로도 또 행위와 관련해서도 2차 자본회전은 파편적이다.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땅에 투자한다. 종종 그들은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또 항상 경쟁한다. 이것은 2차 자본순환에서 영리활동을 복잡하며 또 종종 호전적인 일로 만든다. 이렇듯 ‘기계’라는 은유는 완전한 오류라 할 수 있다.
지구적 규모의 금융 혁신은 이런 주장을 더욱 무색하게 만든다. 사실 성장 기계라는 관점은 금융 경제 분야 일반, 특히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무지의 소산으로 보인다.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은행의 중개를 통하지 않고 금융에 직접 접근하는 것)나 증권화(securitization, 사무용 건물 같은 기초자산의 가치 변화를 바탕으로 하여 사고 팔 수 있는 재정 수단의 창출)와 같은 금융의 성격 변화로 인해, 모든 유형의 금융 투자자들이 시장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이제는 지구적 규모에서 부동산 주기가 악화되고 있다.
오직 임대생활자 계급만이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단선적 관점은 특히나 성장을 추구하는 도시 권력체제로만 그 범위를 한정하더라도 그리 적합하지가 않다. 영국에서의 도시 부양운동은 부동산 이해관계자들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들은 새로운 스포츠 문화 공간이 생길 경우, 그에 인접한 버려진 중심지들에 아파트, 사무실 그리고 상점을 건설해 개발 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개발지로 들어오는 금융의 흐름은 여러 자금원에서 나오며, 단순히 ‘기계’라는 이름을 가진 특정한 사회적 행위 양식의 일환은 아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애초부터 임대생활자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도 그러한 특별한 집단은 오래전에 축출되었다. 대도시권에 현존하는 단일 엘리트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개념은 단순한 허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토지에 대한 투자 압력은 항상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권력을 가진 그러한 제도나 계급의 압력으로 취해진 정책들은 항상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참고문헌>
Berry, J., S. McGreal, I. Budd, and P. Scholes 2001. ‘Relationships between Financial and Property Markets in the Asia-pacific Area’ Pacific Asia Property Review, 7(2): 113-25.
Gottdiener, M. 1994. The Social Production of Urban Space, 2nd Edition. Austin, TX: University of Texas Press.
Lefebvre, H. 1991. The Production of Space. Oxford, UK: Blackwell.
Logan, J. and H. Molotch 1987. Urban Fortune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Massey, D. and A. Catalano 1978. Capital and Land. London: Arnold.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11-218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