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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세계
  분류 : 현대도시의 양상
  영어 : Life-world(Lebenswelt)
  한자 : 生活世界


생활세계는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에 의해서 학문적으로 정리된 이후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 적용, 변용된 개념이다. 가장 일반적인 정의로서 생활세계는 ‘일상생활세계’(everyday life-world)라는 의미이다. 일상생활세계는 인간의 의식주를 기본으로 하는 미시적이고 반복적이며 사적인 삶의 영역을 지칭한다. 다른 한편 사회과학적 개념으로서 생활세계는 알프레트 슈츠(Alfred Schütz)나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등에 의해 원용되었다. 사회학 이론체계 안에서 생활세계는 특정 삶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의 본질적 부분을 지칭하는 이념형(ideal type)적인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이 개념의 출발점이 된 철학, 특히 현상학에서 생활세계는 후설 이후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 등 철학자들에 의해 수용되어 사용되었다.


▢ 철학적 개념으로서의 생활세계

후설은 1930년대에 생활세계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 현상학적 고찰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그는 ‘학문의 위기는 학문이 삶에 대한 의의를 상실한 데 있다’고 판단하고 학문의 시각을 규정하고 있는 과학주의, 객관주의, 실증주의가 생활세계 즉 “모든 개별적 경험의 보편적 기반으로서 일체의 논리학적 수행에 선행하여 미리 직접 주어져 있는 세계”를 점차 은폐하고 망각되어가게 한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생활세계(또는 삶의 세계)를 ‘과학에 의해 구성된 객관적 세계와 구별되는 실제적이고 명료한 구체적인 세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세계에 대한 관계를 규정하는 인류학적 토대로서의 자명한 것의 세계’라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으로 정립하였다.

그는 ‘참된 존재’를 둘러싼 탐구에 대한 근본적 모색을 생활세계의 현상학이라고 보았다. 생활세계는 ‘언제나 물어질 필요도 없는 자명성 속에 미리 주어져 있는 감각적 경험의 세계’이기 때문에 ‘일체의 과학적 지식의 의미 형성과 존재 타당의 근원적인 지반’이다. 그러나 생활세계는 단순히 눈앞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생활세계의 현상학’은 일상적 세계와 선험적 세계로 모순적으로 설정된 생활세계 사이를 성찰하고, 자각하고, 해석하고, 형성하는 방법론으로서의 현상학적 환원을 주장하게 된다. 일상적 차원에서 선험적 차원으로의 전환을 1차 환원(형상적 환원)이라고 하고, 다시 판단중지(epoche)를 거쳐서 2차 환원(선험적 환원)을 통해 상식이나 과학이 우리들의 밖에 초월하여 있다고 이해하는 존재를 순수의식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에 의해서 비로소 현상학 본래의 영역이 얻어진다.


▢ 사회과학적 개념으로서의 생활세계

슈츠는 훗설의 철학적 개념을 사회학에 도입하여 정립한 학자였다. 그는 주관적 의미, 행위, 경험, 상호주관성 등 ‘일상’(Alltag)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생활세계의 이중적 측면을 정리하였는데, ‘일상세계’란 ‘문화적으로 형성된 의미세계’로서 인간에게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삶의 토대로 설정된다. 즉 ‘모든 사람’의 세계로서의 일상은 ‘특별한 현실’이다. 그 속에서 모든 사람은 생활하고, 사고하고, 행위하며, 타인과 소통한다. 이러한 일상세계는 ‘의심받지 않는 삶의 토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토대는 문화적으로 형성된 것이면서, 그 환경에 대해 각자가 인지하고 이해하는 토대이기 때문에, 일상은 탐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특별한 지식에 대한 비판의 존재론적 토대가 된다.

하버마스 역시 생활세계 개념을 수용하였다. 그에게 생활세계란 목적합리성이 지배하는 영역인 ‘체계’와 구별되는 삶의 공간으로서 ‘개인들이 생활사는 사적 영역이자 사회화, 통합, 문화 및 전통이 재생산되는 사회적 공간’이라고 규정되었다. 그는 의사소통적 행위이론에서 생활세계 개념을 인간상호 간의 이해를 위해 중요한 세 가지 영역으로 제시하였다. 첫째는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의 전제로서의 전체 문화적 지식의 존재하는 영역으로서의 생활세계이다. 둘째는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는 영역으로서 생활세계이다. 셋째는 개인적 정체성 형성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사회적 분위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활세계는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항상적 진화의 과정에 있으며, 기존의 문화적 전통의 일부가 단절되거나 새로운 규범이 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생활세계 내에서의 상호이해는 확장되고 촉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의 사적 영역이 체계의 목적합리적 효율성 논리에 의해 ‘식민화’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극복하기 위한 ‘이상적 담화 상황’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적 공동체로서의 ‘공론장’을 강조하였다. 하버마스의 생활세계는 단순히 인간의 삶의 환경을 서술하는 사회학적이고 중립적인 범주가 아니라 중요한 정치적 개념으로 설정되었다.


▢ 일상성과 생활세계

생활세계 개념은 ‘일상성’과의 연관 속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철학적 논의와 사회과학적 논의를 거치면서 다양해지고 확장된 생활세계 개념은 일상사(Alltagsgeschichte)나 문화연구 등의 영역에서 적극 수용되었다. 국제관계, 정치권력, 법과 제도, 구조와 체제 등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범주의 논의가 주종을 이루던 학계에서 기존에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던 사적인 영역과 미시적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왔다. 생활세계는 ‘의식주’를 비롯하여 소비, 수다, 음주문화, 취미, 은어(隱語)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로 확장되었다. 특히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rbitus) 개념은 (일상)생활세계의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아비투스는 가족, 학교, 직장생활 등을 통하여 만들어진 사고, 인지, 행동, 습관의 무의식적 틀이다. 사회계급적으로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화된 아비투스는 일상적 삶을 통해서 형성되고 재생산된다.


<참고문헌>
미셀 마페졸리 외. 박재환 외 역. 1994. <일상생활의 사회학>. 한울.
김왕배. 2000. <도시, 공간, 생활세계>. 한울.
박해광, 2006, “1960-70년대 노동자계급의 문화와 일상생활”, 이종구 외, <1960-70년대 한국 노동자의 계급문화와 정체성>, 한울아카데미.
설문원, 2012, “공동체의 기억 공간, 생활사 아카이브”, 「부산대학교 SSK 연구팀과 성공회대학교 SSK 연구팀 공동학술대회」 발표문, 2012년 6월 8일.
Schütz, A. 1967. The Phenomenology of the Social World. trans. Walsh & F. Lehnaert. Northwestern Univ. Press.
Bourdieu, P. 1980. La Distinction. 최종철 역.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새물결.
Habermas, J. 1987. Theories of Communication Action. Beacon Press.

작성자: 이재성(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