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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분류 : 서양도시사
  영어 : Guild
  한자 :


중세 초 ‘길드’는 사교적인 모임 특히 음주 모임을 의미했으나 상업 활동이 재개되고 도시가 부활하면서 11세기부터는 상공업자들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동업자조직을 뜻하게 되었다(Andre Vauchez, 2000: 645).

길드는 구성원들에게 여러 특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길드는 구성원간 상호 부조를 목적으로 했다. 한 상인이 사업상 큰 손실을 보게 되면 그의 동료들이 그가 새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른 도시의 상인이 길드 구성원의 빚을 갚지 않을 경우 길드는 채무자의 동료가 그 도시에 오면 그의 물건을 압류했다. 길드의 구성원이 사망할 경우, 길드는 그를 위해 장례를 치러주고 유족을 돌봐주었다. 길드는 구성원들을 위해 그들 도시에서의 사업 독점권을 확보했다. 길드 소속이 아닌 자는 물건을 판매할 수 없었다. 외부에서 상인이 물건을 갖고 온 경우 그는 길드 소속 상인에게 물건을 팔거나, 혹은 직접 판매하기 위해서 무거운 세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또 길드는 종교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종교 축일과 지역이 종교 기관을 경제적으로 후원했다.

애초 길드는 수공업자와 상인 모두를 구성원으로 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집단은 분리되었다. 제품을 만드는 수공업자와 물건을 파는 상인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되었다. 수공업자는 높은 가격에 제품을 납품하길 원한데 반해 상공업자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여 높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고자 했다. 또한 수공업자는 제품을 만들기도 했으나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이기도 했다. 그들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길 원했고 상인들은 비싸게 팔고자 했다. 이런 이해관계의 충돌은 수공업자들을 길드에서 탈퇴하여 자신들끼리 수공업자 길드를 결정하게 했다. 13세기가 되면서 수공업자 길드는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다.

수공업자 길드의 번성은 직종과 공정에 따른 다양한 길드의 구성으로 이어졌다. 직물 산업을 예로 들자면, 방적공 길드와 방직공 길드, 축융공 길드, 염색공 길드 등 동일 공정에 종사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개별 길드가 조직되었다.

상인 길드와 마찬가지로 수공업자 길드 역시 종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길드 구성원간 상호 부조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수공업자 길드는 또한 구성원의 경제 활동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가격과 품질, 생산 방법을 비롯하여 업종에 종사할 장인의 수까지 규제의 대상이었다. 수공업자 길드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장인(master) 밑에서 도제(apprentice)로서 기술을 익혀야했다. 도제의 인원 수 및 수습 기간은 길드가 결정했다. 수습기간은 짧게는 4년에서부터 길게는 12년으로 다양했으나 보통 5년이었다. 수습 기간을 마친 도제는 일종의 졸업 작품(masterpiece)를 제작하여 제출하고서야 장인으로 인정받아 길드에 가입할 수 있었다.

길드는 상호부조를 통해 구성원의 어려울 때 도와줬으며 사업 독점권을 통해 길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과 혹은 길드의 구성원이 아닌 자들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통제와 관리를 통해 품질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한 바가 크다. 이런 점에서 길드는 도시 생활이 활성화되고 상공업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길드는 한 도시 내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사업권을 독점했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을 좌우하기도 했다는 점, 그리고 경쟁의 부재는 기술 혁신의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는 부정적인 면을 부인할 수 없다(이연규 역, 1997: 279-80; Joseph and Frances Gies,1981: 89-93).


<참고문헌>
Andre Vauchez et al ed., Encylopedia of the Middle Ages I (Chicago and London: Fitzroy Dearborn Publishers, 2000)
Joseph and Frances Gies, Life in a Medieval City (New York: Harper Colophon Books, 1981).
이연규 역, 브라이언 타이어니/시드니 페인터 저 『서양 중세사: 유럽의 형성과 발전』 (집문당, 1997).

작성자: 이상동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