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이미지
도시인문학 사전
모두보기모두닫기
박스하단
사전 > 도시인문학 사전
 
집단지성
  분류 : 디지털도시성
  영어 : collective intelligence
  한자 :

집단지성이란 한 개인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피드백(feedback) 구조를 통해 형성 및 축적한 지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조화순 등, 2011). 여기서 피드백 구조란 행위자가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다른 행위자가 제공한 정보를 선택 및 습득하거나, 제공된 정보에 대해 자신이 직접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식은 다중지성, 대중지성 혹은 떼 지성(swarm intelligence)이란 용어로 불리기도 하지만, 프랑스의 미디어 철학자인 피에르 레비(Pierre Revy)가 고안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개념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레비는 집단지성을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으로 정의한다(레비, 2002: 38). 레비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공동체로부터 문화적으로 전수 받은 언어와 관념체계를 가지고 사유한다. 개인들의 자유로운 사유로 인해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사유 행위는 집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평가 및 조정되며, 자신의 지성을 인정받은 개인은 집단적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된 사이버 공간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탈영토화된 지식의 공간은 새로운 정체성, 사고방식 및 사회적 유대를 구성함으로써 집단지성을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집단지성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지식생산 메커니즘과 대비된다. 과거의 지식생산 메커니즘이 소수의 권위자가 전문적인 지식을 생산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피라미드형 지성(pyramidal intelligence)”에 속한다면, 집단지성의 생산방식은 교류와 협력을 특징으로 한다(조화순 등, 2011: 24). 사이버 공간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익명의 타인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식생산 메커니즘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기존 지식생산의 장(field)에 존재하던 계층과 위계질서, 그리고 개별 학문 사이의 단절은 느슨해지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cogito).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Descartes)의 명제가 “우리는 생각한다(cogitamus).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로 확장되며, 새로운 휴머니즘을 현시대에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레비, 2002: 43). 

집단지성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조화순 등, 2011). 첫째로, 집단지성은 지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함으로써 등장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지식은 사회나 기술에 대한 지식 및 정보를 독점한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전문가들 또한 그러한 관념에 근거해 지적 혹은 도덕적 우월성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교육이 확산되고, 과학 지식에 대한 신화가 해체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식에 대한 기존 관념은 흔들리기 시작했다(조화순 등, 2011: 27). 이와 더불어, 지식인 집단에 대한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대중은 피라미드형 지성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컨대, 오늘날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비판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중은 저널리즘 영역이 시장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믿기 보다는 다른 매체를 통해 그것의 사실 여부를 재확인한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집단지성은 이렇게 기존 지식생산 체계에 대한 불신과 대중의 지적 능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집단지성은 사회가 수평적으로 네트워크화 되었기 때문에 발현될 수 있었다. 여기서 네트워크란 중앙집권적인 구조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복수의 중심(multipolaire)과 접점들(noeuds), 흐름들(flux), 순환들(circulations), 상호교차들(interconnexions)”에 의해 구성된 망을 의미한다(조화순 등, 2011: 29).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다수의 중심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서로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보나 지식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순환되며, 그 쌍방향의 흐름 속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교차된다. 다시 말해, 생산자와 소비자란 경계 없이 모두가 협력하여 지식을 생산하는 집단지성의 생산 체계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사회의 핵심 구조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보화와 탈근대화가 존재한다(조화순 등, 2011: 31). 전자가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적 배경이라면, 후자는 네트워크를 수용할 수 있었던 인식론적 배경이다. 탈근대화로 기존 질서 및 권위가 해체되면서, 그것의 반대급부로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다. 결국,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사회의 핵심 구조로 등장하게 되면서 개인들의 지식과 정보는 네트워크적 협업을 통해 집단지성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집단지성의 등장 배경에는 정보화라는 기술적 측면이 존재한다. 정보화는 정보의 유통 채널을 확장시키며 더 많은 정보의 집단 공유를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웹 2.0의 등장은 집단지성의 형성을 가속화시켰다. 웹 2.0은 2세대 웹 기술을 뜻하는 말로, “사용자에 의해 생성된 웹(User Generated Web)”이란 특징을 갖는다(조화순 등, 2011: 32). 웹을 이용하는 사람 모두가 그 웹에 대한 생산자의 자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사용자가 참여해서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다. 위키피디아를 방문한 모든 이용자들은 웹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거나 기존 것을 수정할 수 있다. 이로써 사용자는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정보 및 지식을 창조하는 생산자로 변모하게 된다. 최근에는 태깅(tagging)을 통해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소비한 정보를 직접 분류하고 있으며, 이러한 “포크소노미(folksonomy, 직접분류)”는 그와 유사한 정보를 찾는 이용자의 정보 수용 흐름을 구성하고 있다(조화순 등, 2011: 34). 다시 말해, 웹 2.0이라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사용자들에 의한 정보의 생산, 이동, 분류 및 확산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었다. 

수평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그로 인해 형성된 집단지성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은 자명하다. 과거 공론장(public sphere)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일반인들은 이제 각종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피력하고 있으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함으로써 기성 언론 및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벤자민 바버(Benjamin R. Barber),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와 같은 학자들은 웹 기술의 발달이 민주주의의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 낙관한다. 하지만 집단지성이 민주주의에 긍정적 영향만 끼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리드비터, 2009; 조화순 등, 2011).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가짜뉴스는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유통이 얼마나 유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지식생산의 공간은 테러리스트나 인종주의자들의 선동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정보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모든 사람이 발언의 기회를 얻는다고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찰스 리드비터(Charles Leadbeater)는 집단지성의 유해성을 줄이고 유익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기술 사용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과 자제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리드비터, 2009: 292). 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규범을 내면화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개인들이 많아져야 그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은 민주주의와 평등 및 자유라는 가치에 기여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혁신과 그로 인해 더욱 개방되는 세계 속에서 정보와 지식의 선순환을 위한 자율규제의 네트워크 형성은 시대적 요청으로 남아있다. 

 

 

 

 

참고문헌:

피에르 레비, 권수경 옮김, 『집단지성』, 문학과 지성사, 2002. 

찰스 리드비터, 이순희 옮김,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21세기북스, 2009. 

조화순민병원박희준최항섭, 『집단지성의 정치경제』, 한울아카데미, 2011. 

 

 

작성자:

유지윤(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