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이미지
도시인문학 사전
모두보기모두닫기
박스하단
사전 > 도시인문학 사전
 
사물인터넷
  분류 : 디지털도시성
  영어 : Internet Of Things
  한자 : 事物─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유형, 무형의 객체들을 연결하여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에서 나서면서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차의 시동을 미리 걸고, 퇴근하는 길에 집 안의 냉난방시스템을 제어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많은 예시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구현되었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객체로 남지 않고, 고유의 코드로 읽히고 다른 사물이나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활동하는 물체가 된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다른 기계로 인식 가능한 센서를 부착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단순히 사물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것 이상으로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저장, 전달,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을 위해서 인터넷의 설치보다 중요한 기술은 식별 가능한물체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이 전에는 펀치카드 등을 이용하여 수기로 물체에 대한 정보 및 이동경로 등을 기록해야 했다면, 1948년 슈퍼마켓에 늘어 선 긴 줄을 해결하기 위한 고안책으로 모르스코드를 본 따 다양한 모양과 길이의 선과 조합하여 만든 코드를 상품에 붙이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바코드의 전신이다 (Weightman, 2015). 몇 차례의 코드 변형을 거쳐 지금 형태의 바코드로 자리잡았는데 바코드가 가져 온 생산 및 유통과정의 효율성에 덧붙여 물체 자체를 식별가능한 코드로 분류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바코드에서 좀 더 나아가 사람의 손으로 물건을 가져 와 바코드를 찍는 수고 없이도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되기만 하면 물체가 자동으로 식별될 수 있도록 구현한 기술이 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시스템이었으며, 이는 사물인터넷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기술이 되었다. 저장장치가 있는 반도체 칩을 내장한 태그가 전기 신호의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무선주파수에 반응하여 리더와 근거리에서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읽고쓰기가 동시에 가능한 반도체 칩의 경우 지속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거나 다른 장치와 교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물체 자체가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물체는 더 이상 수동적이고 비활성의 객체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광범위하게 분포된 인지 연결망이 되었다 (Galloway, 2004). 이는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고도 정보의 저장과 처리를 가능하게 하여 인간 중심의 인지 체계에 대한 믿음에 균열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상호작용하는 정보의 연결망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Hayles, 2009).

RFID 기술을 기반으로 온도, 움직임, 무게, 방향 등을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까지 개발되면서 물체가 인식하고,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늘어났다. 처음 RFID기술이 상용화 가능성을 띠기 시작했을 때 학계에서는 물건의 탄생에서부터 재활용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모든 물건이 인간처럼 기록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그와 같은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적었다. 하지만 RFID기술에서부터 이와 상호작용하는 센서, 컨트롤러, 프로세서 등과 연결된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구현하게 되면서 정보의 저장 및 처리가 가능해진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사람의 개입없이는 할 수 없었던 업무가 가능해졌고 시간과 공간의 의미와 한계를 변경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아마존에서 선보인 무인점포는 매장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어 고객이 물건을 가지고 나오기만 해도 점포 출구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송도를 신도시로 설계할 때, 도시의 주요 시설, , 관공서, 아파트 등을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묶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첨단도시를 만들고자 하였다.

현재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첫 번째 분야는 자율주행 자동차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기본 원리는 사물인터넷이다. 운전자 없이도 도로 위를 달리고 서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 다른 자동차, 표지판 등과 상호작용해야 한다. 센서 및 이미지 인식기술이 발달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도로 상황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도로 위 다른 자동차 및 물건들과 상호작용하고 다른 곳에 위치한 데이터베이스와도 연결하여 도로 위에서 변수를 줄여줄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마주할 수 있는 변수에 대응하는 데 가장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Wearable Device)도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예시로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핏빗 (Fit-bit)이나 애플 워치 (Apple Watch)가 있는데 신체 가까이 착용하고만 있으면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심장박동 수, 걸음걸이, 체온, 수면시간 등의 생체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저장한다. ‘라이프로깅 (life-logging)’ 혹은 양화된 자아 (Quantified Self)’ 등의 이름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소셜미디어에 사용자 스스로 기록하던 것에서 나아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신체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저장하며 분석하는 것으로 스스로 삶의 질을 관리하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웨어러블 기기 역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신체에 착용한 작은 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되어 방대한 양의 신체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하며 때로는 미래에 적합한 행동을 제안하기도 한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들은 인간의 감각 및 경험을 확장하면서 사용자에게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율권을 주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면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물체가 정보를 저장, 처리한다는 사실은 18세기에 제레미 밴덤 (Jeremy Bentham)이 고안했던 판옵티콘을 떠올리게 한다.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의 권력이론과 연결되어 자주 설명되었던 판옵티콘은 보이지 않는 감시의 시선을 스스로 체화하여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훈육하는 권력의 형태를 잘 보여주는데 사물인터넷은 사용자를 둘러 싼 공간 전체가 감시의 가능성을 가지면서 개인의 공간 및 프라이버시 침해의 가능성과 함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한 현대판 판옵티콘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Kitchin & Dodge, 2011).

또한, 사물인터넷이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서 그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윤리의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과 연결망을 통해 인공지능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로 인한 위험도를 낮춰주지만, 동시에 인공지능과 사물의 연결망을 통해 결정한 사안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각 나라 및 주요 IT기업에서 인공지능 윤리 강령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사물로 이어진 연결망이 인간이 해오던 결정을 대신하게 되었을 때 책임의 문제, 결정에 대한 설명가능성의 문제, 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능성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들은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이 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저장하고 분석하게 되는데 그렇게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의 문제도 여전히 논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다. 관련 기업의 데이터 보유기간에서부터 사용자가 갖는 데이터 소유권의 범위에 대한 문제, 그리고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상용화와 함께 윤리 및 법률적인 문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참고문헌

 

Galloway, A. (2004). Intimations of everyday life. Cultural studies, 18(2), 384-404.

Hayles, N. K. (2009). RFID: Human agency and meaning in information-intensive
environments. Theory, Culture & Society, 26(2-3), 47-72.

Kitchin, R., & Dodge, M. (2014). Code/space: Software and everyday life. MIT Press.

Weightman, G. (September 23, 2015). The history of the barcode. Smithsonian.com.
Retrieved April 11, 2016 from

http://www.smithsonianmag.com/innovation/history-bar-code-180956704/?no-ist

 

작성자:이정현 (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in Macau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