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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분류 : 포스트휴먼과 도시
  영어 : new materialism/neo-materialism
  한자 : 新唯物論

신유물론은 과학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모든 것의 행위자성(agency)을 강조하며 물질의 관습적 위계질서를 비판한다. 신유물론은 물질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데, 그 결과 물질이 단지 수동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다. 이렇게 물질 자체가 능동적이라면, 우리는 행위성(agency)의 개념을 확장하고 재고해야 한다. 그러한 물질 개념은 모든 실체의 실재성을 인정하면서, 더 이상 자연과 사회를 분리하지 않는 존재론을 요구한다(Simon Choat:2018:1031).

신유물론은 물질로의 전회(turn to matter)로 기술되는 공통점을 갖는 다양한 관점들에 대한 집합적 용어이다. 오늘날 신유물론에는 생물학철학에서 양자물리학 그리고 퀴어 페미니스트 이론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들이 포함된다. 이 경향들은 세계의 모든 것-자연적, 사회적-의 물질성(materiality)을 강조하고, (권력)의 물질적 작동에 관심을 가지며, 사회적 구성보다는 사회적 생산을 강조한다(Nick J. Fox & Pam Alldred:2016:3).

신유물론의 등장 배경으로는 첫째, 20세기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인하여 19세기 유물론적 철학, 즉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의 철학으로는 물리학과 생물학의 새로운 연구성과를 다루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뉴턴식 역학과 데카르트 철학에 기초한 오래된(old) 유물론으로는, 고전 역학 및 존재론 이후에 등장한 현대 물리학의 여러 양상과 문제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기에 새로운 유물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둘째, 새로운 과학적 모델에 입각한 과학적·기술적 진보에 따라 물질, 특히 살아있는 물질에 관한 긴급한 윤리적·정치적 관심의 출현을 들 수 있다. 기후 변화, 글로벌 자본 및 인구 흐름, 유전자 변형, 유기체의 생명공학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는 물질과 자연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셋째, ‘문화적 전회’(cultural turn)의 시기에 번성했던 담론들이 이제 소진되었음을 들 수 있다. 언어적 또는 담론적 형식의 특징인 실재에 대한 거부 반응은 비판적 탐구자들이 보다 더 경험적인 종류의 조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Diana Coole & Samantha Frost:2010:5-6).

닉 팍스와 팸 앨드레드(Nick J. Fox & Pam Alldred)에 따르면, 신유물론의 명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물질세계와 그 내용은 고정적이거나 안정적인 실재가 아니라 오히려 관계적이고, 평평하지 않으며, 유동적이다. 둘째, 자연과 문화는 서로 분명히 구분되는 실재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들은 물질의 연속성의 부분들로 이해되어야 한다. , 물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모두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물질적 결과를 갖는다. 셋째, 행위자의 능력 즉 사회세계를 생산하는 행위들은 인간 행위자를 넘어서 비인간 그리고 무생물(inanimate)로 확장된다(Nick J. Fox & Pam Alldred:2016:4).

팍스와 앨드레드는 신유물론의 새로운 특성도 언급하는데, 그 중 주요한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유물론은 포스트구조주의자들과 달리 물질에 초점을 맞춘다. 후기 구조주의가 언어를 통한 세계의 구성에 관심을 갖는다면, 신유물론자는 사회나 자연 세계의 물질성에 관심을 갖는다. 둘째, 신유물론은 물질이 무엇인가가 아닌 물질이 무엇을 하는가를 탐구한다. 신유물론은 몸, 대상, 기관, 종 등의 물질성이 존재론적으로 선행하는 본질이 아니라 그 밖에 유사한 몸, 물질,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론적 지위를 얻는 것으로 간주한다. 셋째, 인간 행위자가 특권을 갖지 않는다. 물질성은 인간 행위, 의식, 상상력에 의해 주조되는 것이 아니므로 물질의 관습적 위계질서는 평평해진다(flattened). 넷째, 사유, 기억, 욕망, 감정도 물질적 결과를 갖는다. 사유, 관념, 기억, 느낌, 욕망 등은 배치(assemblage)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들은 좀 더 물질적인 관계들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물질적 힘(권력)은 국지적으로 작용한다. 맑스주의와 같은 하향식(top-down) (권력)이나 후기 구조주의와 같은 상향식(bottom-up) (권력)의 관점은 상향-하향식 힘(권력) 개념과 단절된다. 신유물론은 힘(권력)을 매체 속의 정동의 흐름 외부 혹은 그것을 넘어선 어떤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자체로 간주한다(Nick J. Fox& Pam Alldred(Nick J. Fox & Pam Alldred:2016:23-27).

신유물론은 지리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및 점점 더 많은 정치 이론가에 의해 발전된 학제적 접근을 포함한다. 대표적 이론가들로는 브루노 라투어(Bruno Latour), 마누엘 데란다(Manuel DeLanda), 제인 베넷(Jane Bennett),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 및 캐런 바라드(Karen Barad) 등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상가들이 항상 서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신유물론자라는 명칭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작업은 사변적 유물론(speculative materialism), 생동적 유물론(vibrant materialism), 기이한 실재론(weird realism),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어셈블리지 이론(assemblage theory) 등 다양한 이름으로 수행된다(Simon Choat:2018:1027-1028).

 

 

 

참고자료

Diana Coole & Samantha Frost, New Materialisms: Ontology, Agency, and Politics, Duke University Press, 2010

Nick J. Fox & Pam Alldred, Sociology and the New Materialism: Theory, Research, Action, SAGE Publications Ltd, 2016

Simon Choat, “Science, Agency and Ontology: A Historical-Materialist Response to New Materialism”, Political Studies, Vol. 66(4), 2018

 

 

작성자: 현남숙(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