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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페미니즘
  분류 : 디지털커뮤니케이션과 사이버폭력
  영어 : digital feminism
  한자 :

여성해방에 대한 이론이자 실천으로서의 페미니즘은 그것이 촉발하고 매개하는 지역, 시기, 관점, 운동 방식, 해방 전략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디지털 페미니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매개로 디지털 세계에서 결집한 페미니스트들의 정보 교환 활동 및 정치 활동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이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해시태그 페미니즘 외에도 청원, 토론, 논쟁, 캠페인, 지식 교류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페미니스트 액티비즘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실 세계와 달리 비트로 구성된 디지털 세계에서는 네트워크에 접속하기만 하면 손쉽게 연결, 복제, 확산이 가능하므로 디지털 페미니즘은 어느 때보다 속도와 규모의 확장적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미디어는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인 대중 페미니즘의 기반이 되어 새로운 리더십과 조직력, 행동 양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Jouët, 2018; Banet-Weiser, 2018). 동시에 리더 없는 디지털 혁명의 특성에 따라 온라인 공간은 언제든 혐오 세력에 의해 장악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네이글, 2022). 디지털 페미니즘에서 미러링(mirroring)’으로 대표되는 즉각적인 되돌려주기 전략, 혐오에 맞서는 혐오 전략이 일반적인 이유이다.

나아가 디지털 페미니즘을 새로운 인식론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디지털 페미니즘은 온라인에서 조직되고 펼쳐지는 페미니즘을 묘사하는 개괄적 용어였던 온라인 페미니즘과 구분되는 정치적 기획으로, 생산양식이자 새로운 주체성(혹은 종속성)의 구성 및 지속 조건이 디지털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페미니스트 인식론으로 정의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손희정, 2020: 53). 온라인 세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강간 문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대중적 여성혐오가 다시금 디지털 세계를 재구축하는 자양분으로 작동하는 현실이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포착되었고, “전 세계적인 반성폭력 디지털 페미니즘의 확산을 만들어냈다(채석진, 2018: 102; Mendes et al., 2019). 특히 한국에서는 ‘N번방으로 대표되는 불법 촬영물 공유 네트워크의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문제의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김주희, 2020).

기계와 신기술을 활용한 액티비즘이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페미니즘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의해 주도되는 특징이 있다. 기술은 익명성과 같은 새로운 운동 방식을 제시하며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참여를 촉진했는데(Harris, 2008), 이들은 단순히 온라인 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지리적, 역사적 위치에서 실행되는 페미니즘과 역동적으로 공명하고 있다(Jackson, 2018). 한국에서 디지털 페미니즘은 1990년대 중반 소위 영 페미니스트그룹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와 구분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온라인에서의 자생적 저항2015년 이후 페미니즘의 폭발적인 재부상을 견인하는 동력이 되었다(김보명, 2018).

한편 디지털 플랫폼이 중립적인 매체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우려와 성찰도 있다. 상업화된 디지털 플랫폼은 직접 정보를 생산하지 않지만, 이윤 창출을 위해 많은 이용자와 이들을 통해 집적되는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성폭력 산업과 분리되지 않게 되기도 한다(김소라, 2019). 이에 플랫폼 기업의 횡포에서 벗어나 이들에 대한 공적 규제를 통해 민주적 플랫폼을 실험하자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서르닉, 2020). 동시에 현실의 상업화된 플랫폼은 교육받은 중산층 백인 여성과 같이 특정한 페미니스트 액티비즘만을 재생산하기 때문에 유물론적 관점에서 플랫폼을 사유하고 차등적 공간 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Singh, 2018).

 

 

김보명, “페미니즘의 재부상, 그 경로와 특징들”, 경제와사회118, 2018.

김주희, “N번방은 신종 범죄인가?”,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휴머니스트, 2020.

네이글, 앤절라, 김내훈 옮김, 인싸를 죽여라, 오월의 봄, 2022.

손희정, “다시, 물질: ‘디지털 페미니즘이라는 정치적 기획에 대한 노트”, 문화과학104, 2020.

서르닉, , 심성보 옮김, 플랫폼 자본주의, 킹콩북, 2020.

채석진, “‘잔혹한 희망’: 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 언론정보연구553, 2018.

Harris, Anita, “Young women, late modern politics, and the participatory possibilities of online cultures,” Journal of Youth Studies, 11(5): 481-495, 2008.

Jackson, Sue, “Young feminists, feminism and digital media,” Feminism & Psychology, 28(1): 32-49, 2018.

Jouët, Josiane, “Digital feminism: Questioning the renewal of activism,” Journal of Research in Gender Studies, 8(1): 133-157, 2018.

Mendes, Kaitlynn, Jessica Ringrose, and Jessalynn Keller, Digital feminist activism: Girls and women fight back against rape culture, Oxford University Press, 2019.

Singh, Rianka, “Platform feminism: Protest and the politics of spatial organization,” ADA: A Journal of Gender, New Media, and Technology, No. 14, 2018

Banet-Weiser, Sarah, Empowered: Popular Feminism and Popular Misogyny, Duke University Press, 2018

 

 

작성자: 김주희(덕성여자대학교 차미리사교양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