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문화에서 ‘문화’라는 기표는 전통적으로 구성원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삶의 전체 방식’ 또는 ‘의미의 지도’를 뜻해 왔다. 한편, 하위(sub)는 지배적 또는 주류 사회와의 구별 및 차이에 대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하위문화는 지배적인 사회 또는 주류 사회와 다른 것으로 간주되는 뚜렷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그룹으로 구성되며 세계를 만드는 의미의 지도를 제공한다. 접두사 ‘sub’의 중요한 공명은 subaltern 또는 subterranean으로, 하위문화는 일탈문화가 자신의 입장을 재협상하거나 스스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많은 하위문화 이론에서 지배적인 문화에 대한 ‘저항’의 문제가 대두된다. 특히 1970년대 문화연구가들에게 하위문화는 계급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마술적 또는 상징적 해결책으로 여겨졌다.(Chris Barker:193)

하위문화 연구는 문화를 지배와 저항이 경합하는 자리로 이해하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하위문화 연구자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적 착취와 지배뿐만 아니라 문화적 지배를 낳는다고 본다. 자본가 계급은 무기의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하겠지만) 문화적 헤게모니를 통해 노동자를 지배하며, 사실상 그들의 높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그것에 저항하는 힘, 즉 대항이데올로기로도 기능한다. 하위문화는 지배문화의 주변부에 머물면서 때로는 지배이데올로기를 반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에 저항하기도 하는 이중적 힘을 갖는다.

하위문화 연구의 대표적 학파는 영국 버밍엄 대학의 현대문화연구소(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 CCCS)를 중심으로 한 버밍엄 학파로, 이들은 하위문화 형성에서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이들에게 사회 계급은 하위문화 연구의 중심 주제였다. 노동계급 청년들(주로 소년들)은 계급구조로부터의 소외와 계급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뭉친다. 따라서 하위문화는 주로 노동 계급 현상이며, 여러 세대에 걸쳐 발생해 온 계급투쟁의 재작업이다. 사실, 하위문화의 역사는 테디 보이에서 시작하여 모드와 로커, 스킨헤드, 펑크, 축구 훌리건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노동계급 스타일과 정체성의 진화를 따른다. 일례로, 버밍엄학파의 딕 헵디지(Dick Hebdige)는 1979년 『서브컬처: 스타일의 의미』에서 하위문화 스타일을 브리콜라주 (bricolage) 또는 다양한 문화적 대상의 조합 및 재창조로 보았다. 하위문화가들은 평범한 물건을 가져와서 그 의미를 변형 시켰는데, 유명한 예는 펑크가 입술이나 귀를 뚫는 안전핀이 되는 것이다.(Ross Haenfler:7-8)

1990년대 이후 하위문화도 포스트모더니즘 성향을 반영하여 클럽 문화와 포스트 서브컬처로 변모한다. 이들은 버밍엄 학파의 이론이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고 인식 가능한 점을 비판하면서, 파편화되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파악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Ross Haenfler:9).

참고자료

딕 헵디지, 『하위문화: 스타일의 의미』, 현실문화, 1998

Chris Barker, The SAGE Dictionary of Cultural Studies, 1st Edition, Kindle Edition, Sage Publications, Year: 2004

Ross Haenfler, Subcultures:the Basics, Routledge, 2014.

작성자: 현남숙(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