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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인식론(누릿 버드 데이빗의)
  분류 : 공간사회학
  영어 : relational epistemology
  한자 :

누릿 버드-데이빗(Nurit BirdDavid)1951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히브리 대학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였으며 1983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사회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버드-데이빗은 1978년 남인도 산림에 거주하는 수렵채집민 나야카(Nayka)를 처음 방문하였다. 이들이 거주하는 닐기리스 일대(Nilgiris)는 남인도 호랑이, 코끼리 등의 대형 포유류는 물론 다양한 생물 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1986년 인도에서는 최초로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버드-데이빗은 25년의 세월 동안 나야카 일대를 꾸준히 방문하며 관계적 인식론을 정립하고, 보호 및 보존의 문제를 고민하였다.

관계적 인식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야카 사회 및 이론의 형성 배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야카 사회는 수렵채집을 하는 소규모 공동체로 코끼리나 돌멩이 등 숲의 다른 거주자들과 맺는 관계성에 기반하여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토착 개념이 데바루(devaru)’. 서구의 정령이나 영혼과 유사하면서도 번역 불가능한 이 개념은 나야카 숲의 공동거주자들과 나야카 사람들이 맺는 관계를 공식화한다. 이들은 종종 코끼리나 돌멩이의 데바루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존재가 데바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즉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관계가 발생할 때 데바루가 이야기되곤 했다.

서구 인류학의 오랜 전통, 즉 애니미즘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는 정의에 따른다면 이는 전형적인 애니미즘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버드-데이빗은 오히려 이들을 직접 경험하며 타일러식의 애니미즘 논의에 한계를 느꼈다. 그녀가 보기에 나야카 사람들은 정령을 믿는것이 아니라, 숲의 공동거주자들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 반응하는 실천적 관계 속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적 인식론은 종래의 인류학적 전통 안에서 애니미즘을 신념체계로 바라보았던 것과 달리, 인식체계로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버드-데이빗은 애니미즘을 초자연적 믿음으로 환원하던 타일러류의 애니미즘을 비판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자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앎의 방식으로서 애니미즘을 재조명하였다.

관계적 인식론은 존재의 본질을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상정하는 대신, 관계 속에서 상호구성되며 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식론과 구분된다. 버드-데이빗은 심리학자 깁슨(Gibson)의 생태적 지각이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Bird-David 1999). 깁슨은 기존의 심리학에서 주류를 형성하던 시각 중심의 정보처리 모델을 비판하며 인간은 세계와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직접 세계를 지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물의 객관적 속성을 부정하며, 특정한 환경이 특정한 행위를 선택하거나 발생하게 만드는 가능성의 장, 어포던스(affordances)를 제공한다고 바라보았다.

버드-데이빗은 깁슨의 어포던스 개념을 따라 나야카 사람들이 세상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주의(attention)’를 기울인다는 데 주목했다. ‘즉시성(immediacy)’은 관계적 인식론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 이때 즉시성이란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관심을 의미한다(Bird-David 1994). 다만 즉시성은 순간적인 반응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존재자들과의 직접적이고 비매개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후 그녀는 나베와 함께 논의를 확장하여 전통적인 환경보존 모델이 갖는 한계를 비판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식의 방식으로서 관계적 인식론을 제시하였다(Bird-David & Naveh 2008).

 

<참고문헌>

Bird-David, N., “Sociality and immediacy: or, past and present conversations on bands”, Man, 583~603, 1994.

Bird-David, N., “Animism Revisited: Personhood, Environment, and Relational Epistemology”. Current Anthropology, 40(S1): S67S91, 1999.

Bird-David, N., & Naveh, D., “Relational epistemology, immediacy, and conservation: or, what do the Nayaka try to conserve?”, Journal for the Study of Religion, Nature & Culture, 2(1), 2008.

 

작성자: 김수경(서울대 인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