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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간(짐멜의)
  분류 : 공간사회학
  영어 : Social Space of Georg Simmel
  한자 : 社會的 空間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에밀 뒤르껭(Emile Durkheim, 1858-1917),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 페르디난트 퇴니스(Ferdinand Tönnies, 1855-1936) 그리고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와 함께 현대 사회학을 창시한 선구적 사회학자 중 한 사람이다. 이들 초기 사회학자들이 사회학사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의의는 19세기 말 유럽, 특히 독일의 풍부한 학문적인 풍토 위에서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사회학이론을 구성하고, 더 나아가 그 이론을 통해서 근대사회(Moderne Gesellschaft)의 사회현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늘 날 사회는 공업화, 개별화 그리고 관료화를 수반한 심리적이고도 미시적 사회현상을 수반하며, 짐멜은 이런 복잡한 현대화 과정에 놓여 진 사회현상을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려고 시도하였다. 이런 이유로 짐멜은 현대사회를 조직적으로 분석한 첫 사회학자로 꼽힌다.

짐멜의 사회이론은 철학이나, 역사학, 심리학 그리고 예술사 등 다양한 분야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그의 학문적 기초는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인식론(Erkenntnistheorie)’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그 당시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중심으로 한 빈델반트(Wilhelm Windelband, 1845-1915)와 리커트(Heinrich Rickert, 1863-1936)로 대표되는 신칸트학파, 이른바 “남서독학파(Die südwestdeutsche Schule)”와 학문적 맥을 같이 한다.

짐멜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자신의 성, 나이, 지위, 타고난 시대의 공간적 배경, 사회적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한 사회영역에 속하게 되며, 이 사회의 영역들은 보다 상위에 있는 영역들에 의해 일정한 정도로 서로 교차하며 병존한다. 사회란 개인에게 있어서는 무한한 활동공간이다. 짐멜은 이러한 활동공간을 하나의 기하학적인 연결체로 보았다. 짐멜에 따르면 다른 학문보다도 사회학만이 유일하게, 인간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관심이 미치는 전반적인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짐멜은 공간사회학(Raumsoziologie)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에 의하면 공간성(Räumlichkeit)이라는 것은 사회학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부터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었다. 공간(Raum)은 인간행위와 사고를 그 내부에 위치시킬 뿐만 아니라, 행위와 사고의 공간 내의 자리매김을 통해 근대이전의 사회적 결합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공간은 인간행위와 사고를 가능하게 해 주는 범주이며,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형식을 가능하게 하는 경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간은 사회적 결합의 선험적 직관 형식(Anschuungsform)이다.

인간행위는 사회적 행위로서 곧 역할행위이다. 짐멜에게 있어 사회적 행위는 행위의 주체인 개인이 안정적인 구조 속으로 편입됨을 통해 상호관계의 형식을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데, 이것은 현대 사회학에서 ‘역할(Rolle)’이라는 개념으로 고착되게 된다. 형식이란 용어를 매개로 하여 짐멜은 개인과 문화의 개별체계들 간에 이루어지는 직접적인 관계를 서로로 부터 완전히 분리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개별적인 행위의 동기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개별적 공간 내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결속의 내용적인 요소들은, 우선 사회적으로 통제되는 상호작용들의 지속적인 영향을 받아 견고하며, 초개인적 구성체들로 형상화될 수 있는 ‘단순한 공존의 상태’를 생성시킨다.

인간은 사회공간의 내적 가치에 의해 성장하고 행위 하는 존재이다. 사회공간은 물리적 차원의 공간을 넘어 인간의 실천행위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산된다. 물리적 차원의 공간에는 인간의 의미 지향성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법칙이 존재하지만, 인간은 관계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존재이다. 짐멜이 강조하듯 공간은 항상 이미 사회 내에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에서 개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공간구성의 상황은 사회적 행위와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상호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공간은 선험적 형식이지만, 사회학적 공간은 미리 주어진 선험적 범주가 아니라, 개인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내적 의식에 의해 경계지어진 영역이다.

짐멜에 의하면 공간(Raum) 내에서 우리의 사고(Denken)가 생산되며(Simmel, 1992a: 73), 공간은 영적 활동의 장소이다(Simmel, 1993). 짐멜은 사회를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의식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를 ‘존재로서의 사회’로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에 의하면 사회공간은 영적 상호작용(seelische Wechselwirkung)이 가능한 공간적 경계에 의해 생산된다고 한다(Simmel, 1903). 공간적 경계는 무수히 많은 공간형식(Raumform)을 생산해 내고, 이러한 공간형식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한 단위가 된다. 공간은 그 자체로는 비어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채워지고 개인과 사회집단에 의미가 부여되는 곳이다. 짐멜의 공간에 대한 사유는 그의 여러 단편과 저서들에 기술되어 있다. 그의 주저인 사회학(Soziologie, 1992)에 기술된 “공간과 사회의 공간질서(Der Raum und die räumlichen Ordnungen der Gesellschaft)”와 “대도시와 정신적 삶(Die Großstädte und das Geistesleben, 1903)”, 그리고 “사회적 형식의 공간적 프로젝트에 관하여(Über räumliche Projektionen sozialer Formmen, 1995)”, “공간의 사회학(Soziologie des Raumes, 1903) 등에서 공간에 대한 사유를 찾아볼 수 있다. 짐멜에게 있어서 공간은 자연적으로 주어져 있는 빈 공간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를 통해 보편성이 인정되고, 축척되며, 전형화 되어, 사회의 틀을 구성하는 구성적인 공간 개념이 깔려 있다. 그러므로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그 크기도 자연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공간은 사회적인 것이며 인간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도시와 연관된 그의 공간 개념을 살펴보면, 도시는 근대사회에서 개인에게 자유를 제공해주고 다양한 개인성을 생산하는 곳이다. 소규모의 집단(Gemeinschaft)에서는 사실상 개인의 발전은 제한적이고 관용적이지도 못하다. 그에 비해 도시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공간이다. 짐멜은 대도시의 삶이 비록 인간관계는 사물화 되지만, 그를 통해 개인의 자유는 늘어나는 것으로 보았다(Simmel, 1957: 227 이하). 그는 이러한 인간관계를 사물화 시키는 한 원인으로 화폐를 지목하고 있다.

화폐의 특성은 양이 증가함에 따라 그 질도 상승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화폐의 특성은 세계의 양화(Quantität)를 부추기고, 화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양적으로 사물화 시킨다. 화폐는 세계를 양화시키는 것(Die Quantität des Geldes als seine Qualität)으로 개인에게 무한한 자유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Simmel, 1991: 229 이하). 화폐는 짐멜에 의하면 형식의 파괴자(Formzerstörer)이며, 무형식적인 것(Formloser) 이다(Simmel, 1991: 369). 인간은 교환하는 동물(das tauschende Tier)로 객체화된 존재이며((Simmel, 1991: 385), 이러한 객체화된 존재는 화폐라는 수단을 통해 비개인적인 관계들이 상호작용의 형식을 맺을 수 있는 형식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처럼 비개인적 관계의 관계 맺음의 가능성에 의해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이 생산될 수 있다(Kim, 1998: 57 이하). 화폐는 특히 도시에서 관계의 네트워크를 무한하게 늘려갈 있는 전형의 수단이자, 공간을 생산하고 그 공간에 의미를 채워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도시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화폐에 의해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개인의 삶이 다양한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상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현실이 형성된다(Simmel, 1903). 그러므로 대도시라는 공간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에 의해 변형되고 확장되는 곳으로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넘어 기능적 공간으로서 현실적으로 활동하는 구성원들의 행위의 총합으로 구성된다(Simmel, 1957: 200).

도시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며, 정치, 행정, 군사 또는 경제의 중심지일 뿐 만 아니라, 현대인의 존재와 삶 그리고 행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사회공간이다. 대도시라는 공간은 짐멜에게 있어서는 형식적으로는 지리적 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공간성을 넘어 화폐 경제에 의해 지배되는 추상적 개념이다.

짐멜이 공간의 사회학에 대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그가 공간의 구조적인 면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활동을 통한 공간을 강조한다는 데 있다. 공간은 인간의 내적 활동을 통해 생산되고 소멸하는 것으로, 이러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간형식은 사회질서를 구성하는 기초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공간 속으로 새로운 의미가 삽입되고 충족되면, 기존의 사회공간 역시 변형되고, 새로운 공간이 형성된다. 상호작용의 대상이 다양화 될수록 사회공간이 포함할 수 있는 문화는 다양해지며, 문화변용의 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참고문헌>
Kim, Tae-Won, G. Simmel, G. H. Mead und der Symbolische Interaktionismus. -Geistes geschichtliche Zusammenhänge, soziologische Systematik-, Ergon, Würzburg, 1999.
Simmel, Georg, “Soziologie des Raumes”, in: Jahrbuch für Gesetzgebung, Verwaltung und Volkswirtschaft im Deutschen Reich (Das “Jahrbuch für Gesetzgebung, Verwaltung und Rechtspflege des Deutschen Reiches” Neue Folge), herausgegeben von Gustav Schmoller, 27. Jg., I. Band, 1903, S. 27-71, Leipzig, 1903.
Simmel, Georg, “Die Grossstädte und das Geistesleben”, in: Brücke und Tür. Essays des Philosophen zur Geschichte, Religion, Kunst und Gesellschaft, hrsg. von Michael Landmann, Stuttgart, S. 227-242, 1957.
Simmel, Georg, Philosophie des Geldes,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91.
Simmel, Georg, Aufsaetze und Abhandlungen 1894-1900,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92.
Simmel, Georg, Soziologie. Untersuchungen über die Formen der Vergesellschaftung,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92.

작성자: 김태원(대구가톨릭대학교 국제·다문화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