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게임에는 주인공, 대적자, 조력자와 같이 사건과 행위의 전개를 위해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게임 플레이어가 직접 이들을 조종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PC(Player Character)와 NPC(Non-Player Character)다.
NPC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넓은 의미의 NPC는 플레이어 혹은 PC의 행동에 의해 영향받는 모든 종류의 플레이 불가능한 캐릭터가 NPC에 포함되지만, 좁은 의미의 NPC는 롤플레잉 게임과 같은 특정 장르에서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보조하거나 PC의 활동을 보조하는 어시스턴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 때 적 캐릭터는 NPC로 불리지 않으며, 주로 롤플레잉 게임에서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조력자 캐릭터, 마을에서의 상점 주인, 플레이어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관 등의 캐릭터를 가리킬 때 NPC라는 용어가 활용된다.
디지털게임의 등장 이전에 존재한 TRPG(Tabletop Role Playing Game)에서는 마스터가 사건 전개를 위해 설정하는 가상의 인물로서 NPC가 활용되었다. TRPG의 요소들을 디지털로 계승한 롤플레잉 게임에서 NPC는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며, 많은 경우 NPC의 의미는 롤플레잉 게임에서 활용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NPC는 플레이어의 자율적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정해진 내러티브를 따라가야 하는 게임 디자인에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야기의 줄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지점에서 새로운 서브 스토리의 시작을 열거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많은 경우 NPC는 플레이어에 의해 공격당할 수 없으나, 플레이어의 행동을 보다 폭넓게 허용하는 롤플레잉 게임들에서는 NPC에 대한 공격이 허용되기도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얼라이언스 / 호드 두 진영으로 구분되는데, 아군 진영의 수장 NPC는 공격할 수 없지만 적 진영의 수장 NPC는 공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상호간의 수장 공성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NPC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탐구와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안 쳉Ian Cheng은 게임 엔진을 활용해 라이브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며 알아서 동작하고 움직이는 캐릭터로서의 NPC를 오브제로 활용한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살인사건 추리를 위해 심문해야 하는 NPC들에게 생성형 AI를 도입해 플레이어가 입력하는 질문 텍스트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NPC의 역할을 상호작용의 수동적 객체로 두는 방식은 기술발전에 힘입어 점차 보다 능동적인 개입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변화하는 중이다.
참고문헌
Newman, James, “Videogame”, 2004(박근서, 홍성일 외 옮김, 『비디오게임』, 2013.)
이경혁, “〈세계건설〉, 게임 방법론의 새로운 예술적 적용”, 『게임제너레이션』, 제 6호, 2022.
작성자: 이경혁 (드래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