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지구에서 아치형의 지붕을 얹은 상점가를 가리키던 말이었던 아케이드는 이후 상점가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이는 최초의 상업형 게임기가 출시된 북미 지역에서 게임기들이 쇼핑 아케이드 안에 배치되던 분위기 속에서 동전투입식 게임기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말은 그래서 콘솔 게임, PC 게임과 구분되는 장르이자 양식을 가리키며, 주로 동전투입식 게임기기에 설치되는 게임 소프트웨어들을 통칭한다. 한국에서는 ‘오락실 게임’이라는 용어와 일치한다.
공용공간에서 기기 하나를 여러 사람이 대여하여 사용해야 하므로 오락실은 동전을 투입하여 플레이 기회를 부여받는 결제방식을 취했다. 동전투입이라는 특유의 이용방식은 최초의 상업용 게임인 <퐁>으로부터 시작되는 상업적 디지털게임이 가졌던 최초의 결제방식이기도 했으며, 1990년대까지 긴 시간동안 디지털게임의 양식에 영향을 미친 방식이었다.
공용공간인 오락실에서 플레이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아케이드 게임은 동전투입에 의한 대여라는 방식에 맞게 디자인되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기기이기에 대체로 풀 클리어까지의 플레잉타임이 30분 내외에 머무르게 디자인되었으며, 투입된 코인당 주어지는 기회가 일정 숫자로 제한되었다. 개인화된 기기가 아니었기에 별도의 세이브/로드가 제공되지 않아 긴 스토리텔링을 담지 못했고, 게임 오버시 추가 동전투입을 통한 컨티뉴 플레이 등이 포함되는 형식이었다. 아케이드 게임이 단지 게임의 결제/이용방식이 아닌 일종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결제/이용방식이 실질적으로 게임 디자인에 영향을 준 사실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제비우스>등의 종스크롤 슈팅 게임, <파이널 파이트> 등의 횡스크롤 슈팅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류의 대전액션 게임 등이 아케이드 게임의 세부 장르로 분류된다.
2000년대 이후 PC/콘솔게임의 비중이 늘어나며 동전투입식 오락실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에서는 PC방을 중심으로 한 PC 온라인게임으로 중심이 넘어가며 오락실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들의 퇴조와 함께 체험형 게임, 인형뽑기 등의 가챠 게임 등으로 재편되었다.
오락실을 중심으로 흥행했던 아케이드 게임 중 일부는 후대에 다른 방식으로 계승되었다. <던전 앤 파이터>는 아케이드 게임 중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형식을 온라인 PC 게임으로 가져온 대표적 사례이고,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등의 아케이드 기반 대전 격투 게임들은 오락실의 쇠퇴와 함께 PC/콘솔 기반의 네트워크 멀티플레이로 위치를 옮겼다. 2024년 출시된 <철권 8>은 아예 아케이드용 기기를 제외한 PC/콘솔 버전만 출시하며 오락실 시대의 종언을 보여주기도 했다.
참고문헌
남영, 「한국 게임 산업의 형성 – PC게임의 기원에서 온라인게임 산업의 정착까지」, 『중앙대학교 대학원 과학문화학과 박사학위 논문』, 2008.
이경혁, 『현질의 탄생』, 이상북스, 2023.
작성자: 이경혁 (드래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