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인류학에서는 애니미즘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9년 누릿 버드-데이빗(Nurit Bird-David)이 발표한 ‘애니미즘의 귀환(Animism revisited)’은 이러한 흐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대표적인 논문이다. 애니미즘에 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2014년 그레이엄 하비는 토착 지식, 동물행동학 등 여러 장르를 망라한 애니미즘 논의들을 한데 모아 “현대 애니미즘 개론 The handbook of contemporary animism”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레이엄 하비는 타일러식의 전통적인 애니미즘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애니미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공식화했다.
새로운 애니미즘은 타일러의 애니미즘과 구분된다. 1871년 인류학자 타일러(Edward Tylor)는 그의 저서 『원시문화 Primitive Culture』에서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종교를 정의하며 이를 애니미즘이라 일컬었다. 이는 타일러가 살았던 제국주의 시대에 신대륙 정복의 빌미로 작용한 ‘종교’의 본질을 재정의함으로써 종교의 보편성을 인정하려는 윤리적 배경을 지닌 것이었다(오쿠노·시미즈, 2024:147). 다만 그의 학문적 구도 속에서 애니미즘이 차지하는 자리가 ‘진화주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하비 또한 이 점을 비판한다. 하비에 따르면 타일러에게 애니미즘이란 “비경험적 현실에 대한 잘못된 설명이자 과학이라는 진보된 방법에 대해 대체되어야 할 이론”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Harvey 2014:4). 버드-데이빗 또한 인류학사 안에서 애니미즘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 원인에 타일러의 오해가 있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Bird-david, 1999).
새로운 애니미즘은 타일러가 아닌 어빙 할로웰(Irving Hallowell)을 주요 인물로 다룬다. 특히 그가 1960년 발표한 오지브와의 존재론은 애니미즘을 재평가하고 이론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Bird-david 1999; Harvey 2017). 할로웰은 여기에서 돌멩이와 같은 무생물이 특정한 상황, 특정한 관계 속에서 인격으로 활성화되는 순간들에 주목하며, 인간 너머의 존재자들(other than human)과 함께 살아가는 오지브와 사람들의 존재론을 다채롭게 보여주었다. 따라서 할로웰의 통찰에 주목하는 새로운 애니미즘은 세계를 살아있는 ‘인격들의 공동체’로 바라보며, ‘삶의 작동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하비가 경험한 인상적인 일화는 새로운 애니미즘의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비는 1995년 어느 학회에서 샤머니즘 전통을 지닌 원주민들과 함께 우연히 하늘을 나는 독수리 한 마리를 마주쳤다. “원주민들은 독수리를 반가움과 환희로 맞이했고, 누군가는 그 시간에 그 방식으로 날아간 독수리가 원주민 자긍심의 회복을 축하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종간 커뮤니케이션의 결정적 장면”을 목격한 이 순간 하비는, 타일러와 결별하는 새로운 애니미즘을 구상했다고 고백한다. 즉 새로운 애니미즘은 “내부(in)에서가 아니라, 사이(between)”에서 발견되며 “정령에 깃든 존재 아니라, 종간의 관계 맺기”를 통해 정의된다(Harvey, 2014:2~3).
이처럼 새로운 애니미즘은 ‘정령’이나 ‘믿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사람들이 다른 존재자들과 함께 살아가며 세계를 조직하고 만들어나가는 실천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새로운 애니미즘은 “삶이 어떻게 활기를 띠고 동기화되며 전개되는지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들을 망라한다. 이 속에서 ‘인격’이나 ‘생명’과 같이 당연시되었던 개념들이 오히려 질문의 대상으로 전환되며, ‘인간 이외의 사람들(other-than-human persons)’이 대화에 요청된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애니미즘은 “‘인간을 넘어선 다종의 공동체’에 참여하고 그 방향을 전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ibid:1).
<참고문헌>
Harvey, G., “Introduction”, Harvey, G.(eds), The handbook of contemporary animism, Routledge, pp. 1~12, 2014.
Harvey, G., “If not all stones are alive…: Radical relationality in animism studies”, Journal for the Study of Religion, Nature and Culture, 11(4): 481-497, 2017.
Bird-David, N., “Animism revisited: personhood, environment, and relational epistemology”, Current anthropology, 40(S1): S67-S91, 1999.
Hallowell, I. A., “Ojibwa Ontology, Behavior and World View”, S. Diamond(Ed.), Culture in History: Essays in Honor of Paul Radin, Columbia University Press, 1960.
시미즈 타카시·오쿠노 카츠미, 차은정·김수경(역). 『오늘날의 애니미즘』, 포도밭 출판사. 2024.
작성자: 김수경(서울대 인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