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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인류학(팀 잉골드의)
  분류 : 공간사회학
  영어 : anthropology of life
  한자 :

인류학자 에드워트 타일러(E. B. Tylor)는 그의 저서 원시문화 primitive culture (1871)에서 애니미즘을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 정의했다. 이후 애니미즘은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그릇된 믿음,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잉골드가 보기에 애니미즘은 생명과 비생명의 이분법이 발생하기 이전에 선행하는 존재론을 보여준다. 많은 민족지들은 살아 있는 것(living)과 살아 있지 않은 것(non-living)의 범주는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Ingold, 2006:10). 오히려 애니미즘에 대한 편견은 생명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드러낸다.

잉골드는 서구 근대과학에서 생명을 개체 내부의 고정된 속성으로 간주해온 사실을 비판한다. 이때 생명은 유전자 배열이나 세포 구조로 환원되며, 개체는 내부의 생물학적 기능을 통하여 살아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잉골드에 따르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세계와 존재의 관계를 왜곡한다. 생명을 개체 내부에 깃들어 있는 실체로 바라본다는 것은 곧 생명을 이미 완성된 형상(closed form)’으로 간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Ingold, 2007:S19). 이에 따라 본래는 세계와 얽혀 있던 생명은 유기체의 경계 내부에 갇히게 되고, 개체의 외부, 즉 세계는 생명이 없는 것으로서 한낱 연극의 무대배경으로 밀려나게 된다.

잉골드는 근대 생명 개념이 도치(inversion)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고 바라본다(Ingold 2006). 본래 존재는 세계에 열려 있었지만, 근대과학이 이를 외피 속에 봉인하며 내면화된 실체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존재자는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폐쇄된 개체로 상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도치는 생명을 마치 내부에 내재된 어떤 힘이나 속성으로 간주하게 만들며, 존재를 살아 있는 것살아있지 않은 것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잉골드가 보기에 생명은 세계와 얽혀 살아가는 과정 안에서 드러나는 운동성이다. 잉골드는 이른바 애니미즘사회라 불리는 세계의 존재 방식을 통해, “밖이 안으로 뒤집힌 생명 개념을 다시 안에서 밖으로 뒤집음으로써 세계에 대한 원래의 개방성을 회복하고자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애니미즘이란 열린 세계에 대한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특징으로 하는 존재 방식이다. 즉 애니미즘은 존재자들이 서로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상호적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모든 종류의 관계적 장(field of relations) 전체의 역동적이고 변형적인 잠재력으로서 이때 살아있음(animacy)은 이 세계의 열림을 통해 발생하고 지속되는 하나의 운동이자 리듬이라 할 수 있다(Ingold, 2006:10~11).

잉골드에 따르면, 이처럼 열린 세계에 거주한다는 것은 바람과 비, 햇살, 흙과 하나로 엮여 있는 세계, 날씨-세계(weather-world)’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생명의 핵심에는 호흡이 있다. 호흡은 세계와 존재가 만나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존재자는 호흡을 통해 세계에 참여하며, 세계는 이러한 호흡을 매개하고 순환하는 매질(medium)’이다. 매질은 단순히 사물들 사이를 채우는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움직임, 에너지, 변화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생성적인 흐름의 장이다. () 사람은 이 매질 안에서 살고,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인다(Ingold, 2007:S20).”

이러한 관점에서 생명이란 살아 있음살아있지 않음으로 구분될 수 없다. 생명은 속성이 아니라 생명은 항상 생성 중인 움직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잉골드는 이를 (line)’으로 표현한다. 존재는 좌표계에 멈춰있는 하나의 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존재는 선을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잉골드의 생명 개념은 생명과 비생명의 이분법을 해체하며, 생명을 세계와의 얽힘 속에서 생성되는 역동적인 운동으로 재정의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Ingold, T., “Rethinking the animate, re-animating thought”, Ethnos, 71(1): 9-20, 2006.

Ingold, T., “Earth, Sky, Wind, and Weather”, Royal Anthropological Institute, 13, S19S38, 2006.

 

작성자: 김수경(서울대 인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