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필리아(Topophilia)는 미국의 인문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이 제시한 개념으로, “사람과 장소 또는 배경 사이의 정서적 유대”(투안, 2011:21)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그리스어로 대지, 장소를 뜻하는 ‘토포스(topos)’와 인간의 정서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장소에 대한 사랑’을 함축한다. 이는 “사람들의 친숙하고 개인적인 시간이 축적된 환경에 대해 형성되는 애호의 현상”(이석훈, 2022:24)을 개념화한 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공간을 점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가치 있고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로 전환하려는 성향을 지닌다. 이와 관련해 이푸 투안은 ‘공간(space)’과 ‘장소(place)’를 구분하며, 이를 토포필리아 개념 이해의 핵심 전제로 삼았다. 공간이 개방성, 이동성, 가능성, 그리고 위협을 상징하는 반면, 장소는 안정성과 안전, 그리고 친밀성이 부여된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환경이다.(투안, 1995:19)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공간을 해석하고, 그 위에 감정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공간을 장소로 전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토포필리아는 단순한 감상이나 정념을 넘어, 환경에 대한 지각(perception), 태도(attitude), 가치(value)와 긴밀히 얽힌 복합적인 정서 구조로 이해된다. 투안은 인간이 환경을 단순한 물리적 배경이 아니라, 감각적 경험, 문화적 학습, 상징적 해석을 통해 인식한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특정 장소에 대한 정서적 반응과 태도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환경은 단순한 자원을 넘어 깊은 정과 사랑의 대상이자 기쁨의 확실성의 원천”(투안, 2011:12)이라고 말하며, 인간이 환경에 대해 단순한 기능적 인식을 넘어 감정적, 심미적, 존재론적 의미까지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장소에 대한 정서가 단순한 호감이나 향수를 넘어서, 복합적인 감정 경험과 상징적 해석이 중첩되어 형성되는 다층적인 정서 구조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인간은 특정 장소를 아름답거나 소중하다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정서적 애착과 장소적 귀속감, 즉 토포필리아를 형성한다. 이러한 애착은 개인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기억과 가치 형성의 기반이 되며, 나아가 문화적 의미와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장소 감각(sense of place)으로 확장된다. 다시 말해, 토포필리아는 개인의 감정과 정체성을 넘어, 사회적 상상력과 장소의 정치성까지 포괄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이다.
참고문헌
이-푸 투안, 이옥진 옮김, 『토포필리아 –환경 지각, 태도 가치의 연구』, 에코리브르, 2011.
이-푸 투안, 구동회·심승희 옮김, 『공간과 장소』, 도서출판 대윤, 1995.
이석훈, 「토포필리아 개념을 통해 본 제3의 장소 특성 연구 –유흥공간 재생사례를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석사학귀 논문, 2022.
작성자: 김혜선 (한양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