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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경제
  분류 :
  영어 : The Informal Economy
  한자 : 非公式 經濟


비공식 경제는 도시화된 지역에서, ‘기록에서 누락된(off the books)’ 노동자들이나 미조직 또는 미등록 노동자들이 규제받지 않는 공장들에서 생산한 상품들, 물물교환(현금이 아니라 실물로)을 통해 생산되고 교환되는 재화와 서비스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규제 없이 팔리는 재화 및 서비스 등을 모두 일컫는 단어이다. 일부 국가들에서 비공식 경제는 공식 부문에서 통용되는 화폐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도시화된 곳에서도 비공식 경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분석의 주요한 주제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 이전에는, 빈곤한 게토구역을 경제적 빈곤이라는 측면에서만 연구했다. 이제 우리는 사회의 공식적 기회에서 배제된 구역의 거주자들이 경우에 따라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쥐는 소득 획득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례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가장 생생한 비공식 경제의 사례는 마약 거래일 텐데, 이는 불법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이윤을 챙기는 거래로서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액수가 오고간다. 다른 편법 행위의 사례로는, 가정부나 보모 등을 공식 보험이나 사회보장 기록 없이 고용하는 경우나, 레스토랑이나 공장과 같이 합법적인 사업체에서 미등록 노동자를 채용하는 관행을 들 수 있다.

비공식 경제의 문제는 제3세계의 도시화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초점이다. 지구적 구조조정이 저개발국들에까지 확장됨에 따라 고임금의 전문직 서비스가 생기기도 했지만, 대도시로 이주한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구두닦이나 심부름꾼, 배달부, 가정부 등과 같은 비공식적이거나 임시적인 일자리를 얻는데 그치고 있다. 또한 급속도로 늘어난 식당이나 다른 상점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뿐이다. 말레이시아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에서는 불법 공장들이 구치나 루이비통 같은 패션 용품이나 롤렉스처럼 아주 비싸게 팔리는 시계들의 모조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런 일자리들은 대부분 불안정하고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조차 제3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하도록 부추기는 유인이 되고 있다.

비공식 부문(informal sector)의 참가자들은 자본주의적 생산 및 교환관계로 포섭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국적 혹은 지구적 규모에서 이들은 공식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Portes & Schauffler, 1993).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비공식 부문은 하청 연계망과 상품 순환을 통해 일국적 혹은 글로벌 경제의 공식 부문과 연결된다. 예컨대 노점상들은 공식 부문에서 생산된 담배나 다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쓰레기 수거업자와 재활용업자는 쓰레기를 구매하는 사회기반시설을 통해 공식 경제와 연결되며, 매춘 역시 불법이지만 관광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식 부문의 글로벌 기업들은 공식 고용의 편익이나 보호가 부재한 비공식 부문의 가내 노동자와 착취공장(sweatshop) 등을 이용함으로써 노동비용을 절감한다.

비공식 부문에 참가하는 행위는 일자리 부족에 대응하는 도시 빈곤층의 생존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에서든 개발도상국에서든 비공식 부문은 ‘빈곤으로부터의 피난처(refuge from destitution)’이다(Portes & Sassen-Koob, 1987: 36). 도시의 비공식 부문에 참가하는 다수가 경제적 지위에서 주변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등록 및 불법 제조업체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비공식 부문의 경제는 빈곤층의 단순한 생존 메커니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부문의 기업가들은 사업을 상당한 규모와 범위로 키우는 데 충분한 적응력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공식 부문의 경제가 법의 경계를 넘나들더라도 국민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비공식 부문의 경제는 낮은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산업예비군의 저수지 역할을 통해 도시 경제의 공식 부문에서 임금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부문의 경제는 도시 거주자와 이주민 모두에게 사회적 이동과 부의 추적의 통로가 되어 준다. 결과적으로 비공식 부문에서 일한다는 것과 빈곤층이 된다는 것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러한 비공식 부문의 존재와 그 나라의 상대적인 부나 발전 수준 사이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러한 비공식 부문은 사회에서 아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크게 보아 비공식 부문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도시에 소재하며, 그래서 ‘도시적(urban)’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Buck, N., I. Gordon, P. Hall, M. Harloe, and M. Kelinma 2002. Working Capital: Life and Labour in Contemporary London. London: Routledge.
Gordon, I. and S. Sassen, 1992. ‘Restructuring the urban laour markets’ in S. Fainstein, I. Gordon, and M. Harloe (eds) Divide Cities: New York and London in the Contemporary World. Oxford: Blackwell.
Hebbert, M. 1998. London. Chicheter: John Wiley.
International Labour Office (ILO). 2002. Key Indicators of the Labour Market 2001-2002. New York: Routledge.
Portes, A and S. Sassen-Koob 1987. ‘Making it Underground: Comparative Material on the Informal Sector in Western market Economi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Portes, A. and R. Schauffler 1993. ‘Competing Perspectives on the Latin American Informal Sector’ Populations and Development Review, 19(1): 33-60.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ICEF. 2001. Beyond Child labour, Affirming Rights. New York: UNICEF.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29-136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