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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공간
  분류 :
  영어 : Masculine Space
  한자 : 男性的 空間


우리가 구성한 환경 내부의 공간들은 성차화되어(gendered) 있다(‘여성적 공간’ 항목 참조). ‘남성적 공간’이라고 하는 장소들은 남성 편향적인 활동과 권력의 표현을 용이하게 만든다. 사회의 물질적, 비물질적 특성이 산출한 성차화된 공간들(gendered spaces)은 특정한 성(sex)에 대해 편향성을 보인다. 이를테면, 스포츠 바 내부에서, 남성성과 연관된 주제의 형상화 같은 물질적 환경의 양상들은, 이를 이용하는 특정한 성이 그 공간을 지배하도록 촉진한다. 동일한 장소 내에서 성에 따라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행동이냐 아니냐가 달라지는 현상은 그 장소에 대한 지배적인 성을 정의하는 비물질적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다. 물질적 환경과 비물질적 환경이라는 이 두 차원들이 모두 ‘성차화된 공간’을 창출하는 사회적 관행들을 구체화한다.

남성적 공간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훨씬 더 자주 모였던 장소들이며, 또 권력의 배치와 관련해서도 남성들이 확실한 이점을 가지는 장소들이다. 술집은 스포츠 시설만큼이나 훌륭한 사례이며, 남성과 여성이 전형적인 지배와 종속의 사회적 역할들을 수행하는 레스토랑과 같은 장소들 또한 그러하다. 화이트컬러 노동자가 일하는 사무실은 오래 전부터 남성 지배와 관련되었으므로 역시 남성적 공간으로 간주될 수 있다.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남성들은 회사 장식과 내부 설계의 ‘여성화(feminization)’에 저항한다. ‘남성적 공간’의 극단적이고 생생한 사례로는 대중 공연 시설을 들 수 있다. 이런 곳에는 양성에 대해 똑같은 수의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만,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사용시간이 훨씬 더 길고 또 더 붐비기 때문에 남성 화장실의 몇 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한 것이다. 고급스러운 고전음악 연주공간의 화장실 앞에서 괴상할 정도로 긴 줄을 서야 하는 여성들의 모습이야말로 이러한 부정적인 편향을 완벽하게 예증한다.

가정 영역은 여성적 공간이고 활동 장소나 공공 회합의 장소들은 남성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퍼져 있었다. 그러나 전형적인 남성적 공간들도 최근 여성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변형되는 과정에 있다(Petty, 2003)

서구 남성은 한 때 남성만이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공간들에서 엄청난 속도로 쫓겨났다. 일터와 술집, 클럽 모두가 여성의 참가와 침투가 점점 증가하는 장소들이다.

다른 한편, 이 보고서는 과거의 남성적 공간들(male-gendered spaces)이 점차 ‘양성성(bisexuality)’을 띠게 되면서 남성성이 남성적 특성을 과도하게 지니는 것으로 새로이 규정되고 있다고 서술한다.

과거의 남성 전용 공간은 침식당했지만 남성을 위한 건전한 공간을 새로이 만드는 데 실패하면서, 남성성은 노골적으로 성차별적이고(sexual) 공격적이며 때로는 폭력적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제 90년대 중반의 SANG(예민한 신세대 사내, Sensitive New Age Guy)은 더 이상 이상적인 남성상이 아니며, '맥심(Maxim)과 FHM(For Him Magazine)' 같은 남성 잡지들이 제시하는 공격적인 ‘새로운 사나이(new lad)’가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이는 다시 스포츠 문화와 학교, 텔레비전, 음악을 통해 증폭되고 있다(Petty, 2003).

이제 현실 세계의 남성적 공간들이 사회적 압력을 받아 양성(both sexes)을 수용하게 됨에 따라, 과장된 종류의 남성적 가상공간들(virtual spaces)이 영화와 음악, 가상 비디오게임,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텔레비전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코메디 센트럴 (Comedy Central)’의 “남성쇼 (The Man Show)”와, 가정의 TV 수상기용 비디오게임에서 나타나는 극한적인 폭력성과 극단성이 그 사례이다. 이런 가상공간의 인물은 물리적으로 실재할 수 없는데다 이 공간의 폭력성은 과장되고 분명히 소외된 형태이지만, 배타적인 남성 담론을 재생산한다. 페티는 다음과 같이 우리 사회의 남성적 공간의 소멸을 평가한다.

이는 남성 전용 클럽을 만들자거나, 교실에서 남녀를 분리하자거나, 혹은 새로운 성 위계를 창출해야 한다는 요청이 아니다. 남성 정체성을 건설적으로 정의하고 남성들이 정직하고 밝은 조건에서 자신들의 남성성을 연구하도록, 장소들(문화적, 문학적, 정치적)을 마련하자는 요청이다. 남성은 사라지는 대신 그 자리에는 주먹을 쥐고 걸어 다니는 남근이 등장하고 있다. 진실로 공간은 문제투성이다’(Petty, 2003).

위의 분석은 우리 문화에서 공간들이 실재이면서 동시에 가상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다. 그러나 현존 환경들이 점차 실질적인 측면에서 양성적으로 제어되고 있다는 주장은 과장일 것이다. 사회는 여전히 남성들에게 지배 권력을 선사한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대부분의 공간들에서 앞으로도 남성 편향적인 활동들과 영향력이 우세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여성 고유의 공간들, 또 아동의 감수성과 필요에 부응하는 공간들의 사회적 창조는 여전히 사회 계획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참고문헌>
Petty, Jordan Entrepot, 1(1 January 2003).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37-140.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