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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뮌(자유도시)
  분류 : 서양도시사
  영어 : Commune
  한자 :


서양의 중세 시대에 코뮌은 영주 혹은 국왕으로부터의 직접 통치로부터 벗어나 도시민 스스로가 자치권을 갖는 ‘자치 도시’를 의미한다. 도시민들은 자치권을 통치자와 협상 혹은 거래를 통해 평화적으로 확보하기도 했으나 간혹 집단적 저항을 통해 획득하기도 했다. 이렇듯 코뮌의 도시민들은 특정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혹은 집단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단결했다. 그들은 상호간에 서약을 체결하고 또 윤리적·법적 책임을 짐으로써 구성원들 간의 부조(扶助) 관계를 형성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치권을 확보했다(크누트 슐츠, 2013: 22-3).

중세 코뮌의 출현은 도시의 부활을 전제로 한다. 5세기 말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서유럽의 상공업 활동은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제국을 대신해서 게르만족들이 세운 왕국들은 상공업보다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남부 프랑스 지역에서 몇몇 도시들을 제외하고 로마 제국 시절 번성했던, 상공업 활동의 장이었던 도시는 사라졌다. 상공업 활동과 도시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서유럽은 농업기반 사회의 색채가 짙어졌다.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서유럽의 경제 시스템은 10세기 말이 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업·수공업 활동이 재개되었고,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하나의 계층으로 다시 등장했다. 이들이 특정한 공간에 모여 살면서 도시를 이루었다. 도시민들은 방어와 안전을 목적으로 도시에 울타리를 치는데, 이로써 도시의 안과 밖이 구분되는 공간적 구획이 명확하게 되었다.

10세기 말 도시가 부활했을 당시 도시는 왕 혹은 봉건 영주의 직접 통치 하에 있었다. 11세기 초가 되면서 이런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다. 도시민들이 자신들의 상공업 활동에 필수적인 경제적·법적·사회적 권한을 통치자로부터 양도받을 필요가 있다고 자각했다. 예컨대 수공업자의 경우 그가 비자유인인 한 모든 생산품은 과세의 대상이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수공업자의 생산력은 극대화될 수 없었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물건을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자신의 경제적 이윤도 늘어난다는 기대심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자유인 신분으로 인한 불이익은 상인 계층에게 더 심각했다. 상업 활동은 자유로운 이동이 필수적인데, 영주에게 구속되어 있던 비자유인들은 영주의 허락 없이는 영주의 토지를 떠날 수가 없었다(이연규 역, 1997: 278). 수공업자와 상인들이 비자유인 신분으로는 그들의 생산 및 교역 활동에 제약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영주에 대한 예속적 의무로부터 해방되길 원했다.

이에 따라 도시민들은 봉건적·장원제적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우선 인신 상의 자유를 요구했다. 그들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와 경제 활동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원했다. 또 영주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길 바랐다. 둘째로 도시민들은 재산권을 보장받고자 했다. 그들은 재산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거나 자식에게 상속할 수 있는 권리를 원했다. 영주 임의대로 대지와 건물에 대한 임대료를 변경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에는 고정된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하고자 했다. 영주가 부과하는 세금 및 강제부역 등의 장원제의 관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셋째, 도시민들은 영주의 권력과 권한에 제약을 두고자 했다. 예컨대 도시민들은 자신들의 법정을 설치함으로써 영주의 법정으로부터 사법적 독립을 꾀했으며 영주로부터 해당 지역의 상업·수공업에 대한 독점권을 보장받고자 했다(Josehp R. Strayer, 1985: 493-503).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시민들이 획득한 특권과 자유는 도시민을 비자유인 신분인 농노와는 달리 자유인의 신분을 보장했다. 이제 도시는 자유와 특권을 누리는 공간이 되었고 그곳에서 도시민들은 자유인 신분으로 활동했다. 또한 도시의 자유는 비자유 신분이었던 농노들을 도시로 찾아들게 했다. 농노일지라도 도시에서 1년하고 1일 동안 신분이 발각되지 않고 버틴다면 자유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크누트 슐츠 지음, 박흥식 옮김, 『중세 유럽의 코뮌 운동과 시민의 형성』, (도서출판 길, 2013).
이연규 역, 브라이언 타이어니/시드니 페인터 저 『서양 중세사: 유럽의 형성과 발전』 (집문당, 1997).
Josehp R. Strayer ed., Dictionary of the Middle Ages VI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1985).

작성자: 이상동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