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동맹은 대략 1160년부터 1660년까지 5세기 정도 존재하던 북부 독일의 상인 길드 혹은 도시들의 연합체로, 북해와 발틱해 지역에서의, 즉 북유럽의 해안 도시들에서의 교역 독점권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한자동맹은 구성원들 사이에 자유무역을 보장하고 또 대외 관계에서 동맹 구성원들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유럽공동체(EC: European Community)의 효시로 여겨진다(New World Encyclopedia). 한자동맹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교역상의 특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필요에 따라 구성원들의 단체 행동을 통한 통상금지(embargo) 조치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또한 한자동맹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군대의 무력시위를 통해 상대 세력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자동맹은 구성원들의 이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독자적인 군대 조직을 만들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군사적·정치적 목적보다는 경제적·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연합체였다. 결성된 초기에 한자동맹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을 최대 가치로 삼는 개별 상인들로 이루어졌으며, 구성원 간의 연대의식은 느슨했다. 그러나 1356년경 한자동맹의 이런 성향에 변화가 생겼다. 동맹에 가입하는 주체가 개별 상인들이 아니라 도시가 된 것이다. 특히 1366년에 한자동맹에 가입한 도시의 상인만이 한자동맹의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동맹 규약이 선포됨으로써 동맹의 구성 주체가 도시임을 명확히 했다. 구성원으로서의 도시의 자격은 항구적이지 않았다. 어느 도시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동맹에서 탈퇴하기도 했고 또 어떤 도시는 한자동맹 의회의 결정에 따라 강제로 탈퇴당하기도 했다(Josehp R. Strayer, 1985: 90-2).

한자동맹의 시원지는 북독일에 위치한 도시인 뤼베크다. 1159년 작센 백작인 하인리히 공이 뤼베크를 경제 중심지로 발전시킨 것이 한자동맹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뤼베크를 위시로 한 북부 독일의 도시들은 해외 지역, 특히 당시 경제적인 측면에서 후진 지역인 발틱해 지역을 중심으로 교역을 활발히 진행하여 그 지역의 무역권을 장악했다(New World Encyclopedia). 초기에 뤼베크를 중심으로 주로 북독일의 해안 도시 혹은 상인 길드로 구성되었던 한자동맹은 전성기 시절 170개 도시를 회원으로 하는, 러시아의 노브고로트에서 잉글랜드의 런던까지 활동무대로 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발전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교역권을 지키기 위해 한 왕국과 전쟁을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1420년부터 1435년까지 덴마크와 치른 전쟁이 그 예이다(권영진, 2005: 38).

16세기 초부터 한자동맹의 쇠락이 가시화된다. 발틱해에 대한 스웨덴의 통제가 강화되기 시작했고 덴마크 또한 자신들의 상권을 다시 찾게 된 시기가 바로 이쯤이다. 한자동맹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한자동맹 소속의 도시들이 동맹의 공동 이익보다는 개별 도시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제후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확장해가던 당시 신성로마제국, 즉 독일 지역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16세기 말이 되면서 한자동맹의 몰락이 가속화된다. 한자동맹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더욱 첨예해졌다. 또 종교개혁으로 야기된 사회·정치적 변화,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상인의 성장,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세력 확장에 따른 해상 교역로의 차단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결과 1669년에 마지막으로 개최된 한자동맹 의회에는 고작 9개 도시의 대표만이 참석했다. 그리고 1862년 공식적으로 해체될 당시 한자동맹은 3개의 도시로 구성되었을 뿐이다(New World Encyclopedia).
 
 
<참고문헌>
Josehp R. Strayer ed., Dictionary of the Middle Ages VI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1985).
New World Encyclopedia, http://www.newworldencyclopedia.org/entry/Hanseatic_League
권영진, 『독일사』, (대한교과서, 2005).
                                            
작성자: 이상동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