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와 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다니엘 벨 (Daniel Bell)의 ‘탈산업사회론’을 필두로 많은 학자들이 기존의 산업화에 대비되는 정보화 (informationization) 흐름이 앞으로 세계를 바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러한 예측은 빗나가지 않아서, 지금 우리는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를 필두로 한 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는 것을 일상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헵워스(Hepworth)는 이 같은 정보화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 장소가 도시, 그 중에서도 대도시라고 보았다. 그는 ‘정보 도시(information city)’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차원으로 정의하였다. 첫째, 경제적 차원에서 정보 도시는 정보의 생산, 가공, 배분을 주도하는 도시이다. 즉, 정보의 생산, 가공, 배분을 담당하는 기업과 일자리가 도시 경제의 주축이 되는 도시이다. 이는 과거 제조업 생산이 도시 경제를 이끌던 시대와 대비된다. 둘째, 기술적 차원에서 정보 도시는 정보통신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정보 하부구조를 잘 갖춘 도시이다. 즉, 정보가 생산, 저장, 가공, 배분되는 컴퓨터 네트워크망의 결절지이다. 이는 과거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망의 결절지였던 도시와 대비된다.(Hepworth, 1989).

카스텔(Castells)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동시에 도시와 지역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면서 ‘정보 도시(informational city)’란 개념을 사용하였다. 카스텔이 말한 정보 도시는 정보가 중심이 되는 사회의 특징이 공간적으로 표출되는 도시이다.(Castells 1989, 1993). 카스텔은 자본주의가 ‘산업적 발전양식’에서 ‘정보적 발전양식’ 으로 전환되면서 크게 다음 세 가지 차원의 재편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노동-자본 관계가 재편되면서 정보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산업공간(대표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이 경제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국가가 담당하는 역할이 바뀌고 있다. 공간적 차원에서는 ‘장소의 공간(space of places)’을 대체하는 ‘흐름의 공간(space of flows)’이 나타난다. 카스텔에 따르면 정보화 시대의 도시, 즉 정보 도시는 크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Castells 1993). 첫째, 흐름의 공간이 장소의 공간을 압도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의 현장인 장소의 의미와 중요성이 줄어든다. 둘째, 정보 도시는 바로 ‘세계 도시(global city)’이다. 자본과 정보의 범지구적 중심지인 세계 도시는 곧 초국적 기업의 거점이자 전 세계 정보 하부구조의 결절지이다. 셋째, 정보 도시는 ‘이중 도시(dual city)’이다. 정보 도시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공간적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20세기 후반 이후 정보통신 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정보 도시의 개념도 새로운 기술 발전 양상에 따라 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삶의 터전이었던 물리적 공간 (physical/real space)에서 이루어지던 많은 활동들이 컴퓨터와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구성된 이른바 가상 공간(cyber/virtual space)에서 이루어지면서 (원격교육, 원격근무, 전자상거래 등), ‘가상 도시(cyber/virtual city)’라는 개념도 등장하였다. 최근에는 물리적/현실 도시와, 그 도시를 가상 공간 속에 재현한 가상 도시가 서로 융합되고 구분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이 양 측면의 도시를 동시에 지칭하는 ‘디지털 도시(digital city)’ 혹은 ‘스마트 도시(smart city)’가 정보 도시를 대체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Bell, Daniel 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 A Venture in Social Forecasting, Basic Books, 1973 (다니엘 벨, 김원동, 박형신 옮김 『탈산업사회의 도래』, 아카넷 2006)

Castells, M. “European cities, the informational society, and the global economy,” Tijdschrift voor Econ. en Soc. Geografie Vol. 84. No. 4, pp.247-257. 1993.

Castells, M. Informational City, Basil Blackwell. 1989. (마누엘 카스텔, 최병두 옮김, 『정보 도시』, 한울 2001)

Hepworth, M. “The information City”, Cities, 4. pp.253-262, 1987.

Stock, W. “Informational Cities: Analysis and Construction of Cities in the Knowledge Society”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for Information Science and Technology Vol. 62 No.5 pp.963-986. 2011

강현수, 「정보 사이버 도시론」, 한국공간환경학회 편, 『현대 도시이론의 전환』, 한울, 1998.

작성자: 강현수(중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