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이미지
도시인문학 사전
모두보기모두닫기
박스하단
사전 > 도시인문학 사전
 
스마트 도시
  분류 : 도시의 이념과 모델
  영어 : Smart City
  한자 : 智慧都市


정보기술 초창기부터 도시공간과 도시생활은 새로이 등장한 정보기술 분야의 매력적인 실험과 적용의 장소였다. 따라서 기술 중심의 도시적 표현들이 정보도시, 사이버도시 디지털도시, 인터넷도시, 지능형도시, 유비쿼터스도시 등 다양한 용어들로 지칭되어 왔다. 2008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익숙해지기 시작한 스마트도시라는 표현이 지배적이면서 대표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초기의 스마트도시는 기술적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각국 도시들에서는 초고속통신망의 건설이 불붙게 되었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의 진화가 과학기술, 기업경영 부문에서 사회 및 개인생활과 물리적 환경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유비쿼터스 등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민간부문의 정보투자가 줄어들면서 IBM, Cisco 등 거대정보기업들은 도시공공 부문에서의 새로운 정보화 비전들을 스마트도시로 접근하게 된다. 스마트 도시는 물리적 기반시설, 정보통신 기반시설, 사회적 기반시설, 그리고 비즈니스 기반시설을 연결함으로써 도시의 집합적인 지식을 극대화하는 도시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가 장치화되고, 상호 연결되고, 지능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시인프라 전반의 효율적인 관리와 통제를 위한 도시운영센터가 핵심시설로 부각된다. 여기서 도시는 타자이고 객체이고 대상이며, 기술은 그것을 완화하고 사용에 편리하게 길들이면서 지능을 부여할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기술유토피아적 스마트도시 이미지는 이후 지속적인 논쟁대상이 되었다.

유럽의 경우 스마트도시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조금은 상이한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다. 기술자체보다 도시공간에 초점을 두게 될 경우 스마트도시도시기능의 전반적인 발전과 질적인 고양을 염두에 두게 된다. 여기서 스마트 도시는 주어진 도시여건과 의식 있는 독립적 시민을 기반으로 경제, 사람, 거버넌스, 이동, 환경, 생활 등의 6가지 측면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잘 운영되는 도시를 말한다. 이것은 기존의 혁신 클러스터이론, 창조도시론 등과 맥을 같이 하면서 산학연협력을 통한 창조와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도시는 인간과 사회 자본 및 전통(교통)과 현대(ICT)의 통신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시민들의 참여와 개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연 자원을 지혜롭게 관리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높은 삶의 질을 촉진시키는 도시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화 시기 각국 도시들이 부딪친 경쟁적 환경과 일자리창출 등 혁신적 변환의 과제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스마트도시 정책들은 산업적으로 실행되는 과정에서, 도시정부와 결합되어 마케팅적으로 구사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게 된다. 그러한 경향은 시장주의, 기업가주의적 도시개발로 비판되며, 미시적 실행과정의 문제와 함께 거버넌스의 과제로 남게 된다.

오늘날 스마트 도시는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 다시 강하게 문제 제기되고 그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모색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까지 기술 중심의 발전을 위해서 기업과 정부의 거대기술의 역할을 너무 중시하여 왔다. 이것이 탑다운, 솔루션 중심화, 소유권 체계를 강조하고 효율성과 혁신, 투명성 등에 지나친 중요성을 두어 왔다. 이러한 방향은 다시 밑에서부터 위로, 탈중심화, 오픈과 공유 등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정보기술 자체가 스마트시티 조성의 충분조건은 아니고, 한 도시가 “스마트” 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의 전면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도시정부의 세금을 대체하는 클라우드 펀딩, 전통적 조직방식에서 진일보한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개입을 가능케 하고 있다. 도시해커들의 등장과 공공정보의 개방화, 공공앱의 개발 등은 스마트시민들의 장소형성노력과 스마트도시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도시는 밑에서 위로 진행되는 풀뿌리적 민주주의의 실험장이어야 한다. 이러한 스마트 도시의 주체에 대한 자각은 스마트 커뮤니티, 스마트도시 리빙랩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스마트 거버넌스의 문제로 확대되게 된다.

최근 스마트도시 이해는 보다 근본적인 존재론적 차원에서 문제제기 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도시공간의 핵심영역들은 점차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인 코드에 의하여 좌우되기 시작한다(code/space). 그리고 빅데이터도시자료의 실시간적 분석을 통하여 도시적 실천들이 계획되고 조정된다. 여기서 공간의 본질은 기술과 결합된 공간-기술 어셈블리지 내에서의 실천으로 경험되고, 이 경우 스마트도시는 실시간적인 도시정보의 취득과 분석, 계획과 처리과정 그 자체이다.

정보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이제 정보환경(Infosphere) 속에서 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일상적 삶을 영위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정보적 실체이고 정보적 속성을 지니며 정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정보처리과정이다. 물리적 신체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정신 자체가 재존재화되고 있으며, 도시공간은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스마트도시는 이러한 인간의 새로운 존재론적 전환을 도시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상의 다양한 스마트 도시이해는 결국 도시공간에 대한 다른 관점들을 가정하고 있다. 기술적 이해는 공간을 기술적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도시지역적 접근은 도시의 경제적 생산성의 차이에서 혁신과 창조의 측면에 초점을 둔다. 정치적 이해는 도시시민의 합의형성공간으로 본다. 철학적 이해는 이러한 도시공간의 존재론적 전환에 초점을 둔다. 이런 의미에서 스마트도시는 공간-기술의 결합과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고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Harrison, et al. 2010. Foundations for Smarter Cities, IBM.
Hollands, Robert, 2008, "Will the real smart city please stand up? -Intelligent, progressive or entrepreneurial?", City, Vol12. no3.
Deakin, Marc (ed), Smart City :Governing, modelling and analysing the transition, Routledge, 2014.
Townsend, A, Smart Cities :BigData, Civic Hackers, and the Quest for a New Utopia, W. W. Norton & Company, 2013.
Kitchin, Rob & Dodge, Martin, Code/Space: Software and Everyday Life, MIT Press, 2011.

작성자 : 김한준 (포스트미디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