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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제도
  분류 : 중국도시문화
  영어 : Unit System
  한자 : 單位制度


중국은 사회주의 시기에 계획경제 하에서 ‘도농 이원구조’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정립했으며, 도시와 농촌에 대해 서로 다른 정책을 적용하여 사회적 통제를 진행함으로써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중공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과 사회의 기본적인 안정을 실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도시에서의 경제생활과 사회복지 및 정치적 통제는 모두 ‘단위체제’(單位體制)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단위체제는 다층적인 목표와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즉 ‘단위’(單位)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정치적 영역에서는 국가와 노동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개혁개방 이전에 국가가 도시 사회를 통제하는 핵심 조직이었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맡았다(苗紅娜, 2015). 

또한 중국의 단위체제는 노동력 관리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주거와 교육, 일상생활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등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일종의 복지 시스템이었다(백승욱, 2008). 즉 단위체제에 기초하여 임금제도, 기업 관리제도, 복지제도 등이 구체적으로 시행되었다. 단위체제에서 국가권력은 기업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으며, ‘국가-시장-사회’가 국가 구조 안에 통합되어 있었다. 따라서 기업은 독립적인 경제적 선택권이 없이 국가의 생산단위에 종속되어 있었으며, 국가가 사회를 통치하고 관리하는 정치적 단위로서 존재했다. 구체적으로 단위체제를 통한 노동력 관리 및 노동통제는 ‘국가의 통일적 관리와 규제’에 기반한 고용제도와 ‘평균적 저임금과 전면적 복지’를 특징으로 하는 분배제도에 의해 실현되었다(정규식, 2017). 

먼저 계획경제 체제 하에서 노동력은 개인 소유의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자원이었으며, 국가계획의 요소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 고용제도의 특징은 국가가 통합적으로 노동력을 관리하고 배분하는(統包統配) 방식이었다. 즉 국가가 통합적으로 고용계획을 수립했으며, 노동자들은 직업 단위를 자주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또한 단위체제 하에서는 ‘종신 고용제’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기업도 국가가 통합적으로 배분한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권리가 없었다. 따라서 단위체제 하에서 ‘국가-기업-노동’의 관계는 국가의 고용계획을 통해 정립되었다. 즉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행정 등급에 따라 채용 정원을 분배했다. 이처럼 국가가 통일적으로 노동력을 관리하려는 일차적 목표는 도시에서 가능한 한 ‘완전고용’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국가가 직업을 일괄적으로 배분하는 것과 함께 ‘호적제도’를 통해 거주지의 이동과 직업이동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써 달성되었다(백승욱, 2001: 54). 

일반적으로 시장 제도 하의 고용관계는 노동력의 제공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수의 지급이라는 계약관계, 즉 노동력 시장에서 형성되는 교환관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단위체제 하에서는 국가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므로 고용관계가 시장 교환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종의 권력과 신분을 보증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단위 내부의 취업’은 단위체제 하에서 신분제도가 형성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苗紅娜, 2015). 고용관계의 ‘신분제’적 성격은 국영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제도에서 보다 잘 드러난다. 즉 국영기업의 정식 직공은 간부와 노동자라는 두 종류의 신분으로 나뉘었으며, 간부는 단순히 일정 직무를 맡는 인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공작인력이라는 신분을 가진 행정관리와 각 유형의 전문기술 인력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단위제도의 ‘신분제’적 성격 때문에 서로 다른 신분집단 사이에는 경제적 격차가 초래되었으며, 단위의 규모에 따라 권력과 자원의 점유 및 분배 기제도 차별화 되었다. 이처럼 단위에 소속된 ‘단위인’은 그 신분에 상응하는 권익과 복지의 혜택을 제공 받았으며, 이러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회경제적 보상은 단위 내부의 노동자들에게 강한 동질적 정체성을 부여했다. 

한편 중국의 계획경제 시기에 시행된 분배제도의 주요 특징은 완전고용에 기초한 ‘평균적 저임금과 전면적 복지’이다. 이러한 분배제도는 중국 사회주의 건립 초기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부응하는 것이었고, 사회주의에는 실업이 없다는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임금인상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임금 상황이 지속되었고, 이에 대한 노동자의 불만이 점차 가중되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두 가지 정책이 추진되었다. 하나는 단위를 통해 비화폐적 형태의 사회보장 혜택을 배분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각종 장려금이나 수당 및 보조금 지급을 통해 노동력의 재생산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특히 단위가 수행하는 복지기능이 중요시 되었는데 단위의 복지체제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제공되었으며, 복지혜택의 배분은 같은 단위 내에서 개인별 소득격차를 일정 부분 축소하는 기능을 발휘했다(백승욱, 2001: 164-165). 또한 계획경제 시기에 노동력은 비(非)상품적 속성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었기에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치성’이 계획경제 시기에 분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했다. 

단위체제 하에서 ‘각 단위의 국가에 대한 의존’과 ‘개인의 단위에 대한 의존’이라는 이중적 의존성은 계획경제 시기에 국가가 사회관리 기능을 발휘하는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중적 의존성이 오히려 단위체제의 개혁을 야기한 원인이기도 했다. 먼저 ‘단위의 국가에 대한 의존’은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단위 간의 경쟁을 유발했으며, 현실에서는 행정 명령에 대한 복종 및 국가권력과 단위의 밀착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개인의 단위에 대한 의존’은 개인을 단위체제 내부의 인적관계에 묶어 놓았으며, 특히 지도자와 관계를 긴밀하게 맺는 일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노동 생산성이나 개인 역량의 증진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생산력의 증진은 심각하게 저해되었다. 이러한 단위체제의 ‘이중적 의존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단위는 경제적 기능을 점차 상실했고, 정치적 기능과 사회통제 기능만이 중요한 기능”으로 남게 되었다(苗紅娜, 2015: 105-106). 여전히 ‘계급투쟁’을 중심으로 사고했던 계획경제의 시기에는 이러한 단위체제의 제도적 특성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개혁에 따른 기업 내부 관리제도와 노동력 고용방식, 그리고 분배제도 및 사회복지 제도의 변화에 따라 단위체제의 구속력도 점차 약화되어갔다(정규식, 2017). 

특히 단위체제는 1990년대에 시장화로의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약화되기 시작했는데, ‘노동계약 제도의 전면화’와 ‘사회복지의 사회화’(사회보장의 관리주체가 단위로부터 사회나 정부기관으로 이전되었으며, 사회보장이 상품화된 것을 의미함)로 인해 단위체제의 해체가 가속화되었다. 먼저 시장화 개혁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노동계약 제도가 공식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했고, 점차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1995년부터 실시된 <노동법>은 노동계약을 기초로 한 새로운 고용제도를 더욱 규범화했다. 노동계약 제도의 전면적인 실시가 갖는 중대한 의의는 단위체제를 기초로 한 국가의 통일적인 노동력 고용관리 체제 및 노동자의 종신고용 제도가 부정되었다는 것이다. 즉 국가가 더 이상 노동자의 종신고용을 책임지지 않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로운 노동자’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 시장의 형성은 중국 정부가 노동력의 상품적 성격을 인정한다는 실질적인 증거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력 상품을 소유한 노동자와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노동자 사이에 놓여있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괴리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다(孟捷, 李怡樂, 2013). 특히 노동계약제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요한 기반인 국가와 노동자 사이에 형성된 일종의 ‘사회계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었으며, 사회주의 국가의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위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그리고 노동계약의 실시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노동력의 상품화’를 초래함으로써 국유기업 개혁의 과정에서 퇴출된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증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한 집단적 저항 사건이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정규식, 2017). 

단위체제 하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는 주로 단위와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의 각 부서에서 단위 내의 노동자 가족을 대상으로 제공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 제도는 개혁의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시장화 개혁이 전면적으로 추진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사회복지의 사회화’가 추동되었다. 구체적으로 1992년 상반기에는 기업 내부의 ‘철밥통’(鐵飯碗, 종신고용을 의미), ‘철의자’(鐵椅子, 고정된 직무를 의미), ‘철임금’(鐵工資, 고정된 임금을 의미)을 타도하기 위한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1993년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건립에 관한 약간의 문제에 대한 결정>(關於建立社會主義市場經濟體制若幹問題的決定)을 통해 다층적인 사회보장 체계의 건설이 강조되었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단일한 보장체계가 종식되어 사회보험 비용을 ‘국가-단위(기업)-개인’이 함께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특히 개인 부담의 비중이 점차 증가했다. 그러나 국유기업의 개혁 과정에서 수천만 명의 퇴출 노동자들이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 제공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또한 사회복지 제도의 개혁으로 인해 기업 단위는 점차 사회복지에서 분리되었고, 원래 기업단위에 속했던 유치원, 학교, 이발소, 식당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상품화되었다. 동시에 의료, 산재, 실업, 양로 등의 사회보험도 점차 상품화되었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사회화’는 기존 단위체제 하에서 유지되었던 ‘국가-기업-노동자’의 통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노동자와 국가 사이에 발생하는 모순이 국유 단위 내부에서 은폐되거나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체제의 개혁을 거치면서 이제 노동자들은 시장경제 체제 안에서 국가와 기업에 저항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정규식, 2017). 이처럼 계획경제 시기에 도시 사회를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었던 단위체제는 시장화로의 개혁을 거치면서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더욱 급격하게 소멸되어 갔다.


<참고문헌>
백승욱, 『중국의 노동자와 노동정책: ‘단위체제’의 해체』, 문학과지성사, 2001.
정규식, 「중국 노동체제의 제도적 특성과 노동자 저항의 정치적 동학」,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 2017.
苗紅娜, 『制度變遷與工人行動選擇: 中國轉型期‘國家-企業-工人’關系研究』, 江蘇人民出版社, 2015.
孟捷, 李怡樂, 「改革以來勞動力商品化和雇傭關系的發展」, 《開放時代》,2013年 第5期, 2013.

작성자: 정규식(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