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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쯔
  분류 : 중국도시문화
  영어 : Petty bourgeoisie
  한자 : 小資


1990년대 들어 중국에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샤오쯔’라는 개념은 ‘소자산계급’을 줄여 쓴 것이다. ‘샤오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개념의 원류가 되는 소자산계급이 원래 중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하는데, 1926년 3월 마오쩌둥(毛澤東)이 쓴 <중국 사회 각 계급의 분석(中國社會各階級的分析)>을 참고할 수 있다. 마오쩌둥은 이 글에서 소자산계급을 경제적으로는 중산계급과 무산계급 사이에 있는 계층을 의미한다고 정의 내리고, 이들이 무산계급과 달리 자산계급과 약간의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혁명에 철저한 태도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소자산계급에 대한 마오쩌둥의 이와 같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인해, 중국 사회에서 소자산계급은 부정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건국 이래 30년 동안, 소자산계급과 자산계급은 서로 명확히 구별되지 않은 상태에서 늘상 비판되어왔는데, 공유화운동으로 인해 사유재산이 없어진 이후에도 소자산계급은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유는 소자산계급은 정치비판의 대상으로서의 ‘계급’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정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정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국 사회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1949~1966년 문예계비판운동 당시에는 많은 문학 작품들이 소자산계급의 특징, 관점을 가지고 있거나 이들의 생활 심리, 정조(情調)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계급투쟁의 이론을 기초로, 소자산계급의 사상을 자산계급 및 수정주의사상과 연결시켜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이러한 분석과 비판이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소자산계급의 정신이 문학작품을 비평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명확한 특징을 지니며, 일종의 정신의 형태로서 문화영역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이다. 비판 내용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소자산계급의 특징은 정치적으로 유동성을 지니며 철저하지 못하고, 비현실적이고 공상에 빠져있으며, 무병신음하고 지나치게 꾸며 부자연스러움이다. 이러한 철저한 개조 아래, 중국 사회에서 소자산계급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게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더욱 가속화되기 시작하여 경제 건설이 주요 목표가 된 후, 정치의식은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사회 계층 구조상에도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시장개방으로 인해 경제능력을 지닌 집단이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면서, 소자산계급은 기존의 농후한 정치적 색채를 탈각한 채, 중산계급과 같이 자연스럽게 다시 중국 사회에 호명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자산계급은 ‘샤오쯔’로 줄여 불리게 되었고, ‘샤오쯔’는 과거의 소자산계급과는 다소 다른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기존의 소자산계급이 자산계급과 무산계급의 사이에 있는 소상인, 수공업자 등을 의미하고, 비교적 적은 양의 재산과 생산 재료를 점유하는 자들을 주로 일컫는 데 반해, ‘샤오쯔’는 서구의 사상, 생활을 지향하고, 내면의 체험과 물질, 정신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특별히 지칭하는 말이라는 차이가 있다.(百度百科)

그렇다면 ‘샤오쯔’는 개혁개방 이후 어떻게 과거 계급이념에서의 정치적 의미를 탈각시키고 새로운 개념으로 재등장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소자산계급이 경제력을 지닌 계층으로 다시 부각된 후, 이들의 생활 방식, 소비 방식 및 문화가 개혁개방 이후 소비주의라는 주류 이데올로기와 부합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도시 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소비문화는 기존의 생활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도시, 소비문화가 결합된 생활 방식과 정신세계는 ‘샤오쯔 정조(小資情調)’라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때문에 ‘샤오쯔’는 샤오쯔 정조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자, 이 정조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로 포괄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허핑(何平)은 샤오쯔가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를, 중산계급이 중국의 경제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대다수가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라면, ‘샤오쯔’는 중산계급보다는 실현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면서도, 중국 사회에 형성된 샤오쯔 문화를 모방, 공유함으로써 샤오쯔와 같은 계층에 속해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何平, 2005:52) 즉, 대중들은 비록 실질적인 경제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하더라도, 샤오쯔의 생활, 취미를 선호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향유함으로써 자신을 샤오쯔와 동일시하기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중국 사회에서 샤오쯔가 유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샤오쯔’는 비록 소자산계급에서 연원한 개념이지만, 전자 보다는 한 집단의 생활 방식과 정신세계를 더욱 강조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주로 잡지, 도서, 드라마 등이 중국 사회에 샤오쯔 문화를 전파하는 주요 매체가 되었으며, 특히 도시에서의 소비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중국 대중문화의 주류가 되면서, 샤오쯔 형상은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 1990년대 샤오쯔 문화는 각 장르별로 다음과 같이 구체화 된다. 왕쟈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재즈, 뉴에이지 음악 등이 샤오쯔의 주요 소비 대상으로 분류되며, 1990년대 인기리에 출판되었던 샤오쯔와 관련된 도서들을 통해 봤을 때, 피카소, 모네, 반 고흐, 와인, 홍차 등이 샤오쯔가 주목한 주요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샤오쯔의 생활을 소개하는 지침서의 역할을 한 도서들도 다수 출판되었는데 생활 태도, 음식, 영화, 여행, 도서 등 각각의 주제로 분류되어 샤오쯔 생활을 향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청년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지침서들을 통해 샤오쯔 문화를 학습하고 향유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샤오쯔라는 상상적 신분을 부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샤오쯔와 샤오쯔 문화는 더 광범위하게 전파되어갔다. 현재는 1990년대처럼 명확하게 샤오쯔 아이덴티티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라졌지만, 샤오쯔 문화와 그 정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참고문헌>
1. http://baike.baidu.com/item/%E5%B0%8F%E8%B5%84/93009?fr=aladdin
2. 包曉光編著:《小資情調》,長春:吉林攝影出版社,2002年。
3. 胡洗銘等撰稿:《小資·憤青·無厘頭》,北京:中國城市出版社,2003年。
4. 袁梅:《審美文化視野中的“小資”和“小資情調”》,《齊魯學刊》,2005年第5期。
5. 何平、張光芒、汪政、何言宏:《當下文學中的“小資情調”和“中產階級趣味”》,《文藝評論》,2005年第6期。

작성자: 권도경(서강대 중국문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