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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방촌
  분류 : 중국도시문화
  영어 : Petitioners’ Village
  한자 : 上訪村


중국은 신 중국 건국 초기부터 시민들이 생활에서 문제를 겪을 때, 상급기관에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권장하였다. 이를 흔히 ‘상방(上訪)’이라고 한다. 상방은 ‘신방(信訪)’이라고도 하며, ‘인민들이 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방문한다(人民來信來訪)’의 의미의 약칭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이 정한 특별한 정치표현 양식 중 하나인 상방은 관방의 정의에 의하면 시민이나 법인이 편지, 이메일, 팩스, 전화, 내방 등의 방법을 통해 각급의 정부 기관의 부처에 억울한 일에 대해 민원을 넣거나 행정적인 의견을 건의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의 국무원(國務院)은 이를 위해 전문적인 국가 상방국(信訪局)을 설치하였으며,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갖고 있는 각종 국가 단위에서는 이러한 민원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사무실은 사람들의 민원을 접수하여 관련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방은 그 법적인 취지와는 다르게 민원의 해결여부와 별도로 기관의 관료들에게는 매우 성가신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방은 사실상 관료에 대한 고발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관료들은 상방을 한 시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핍박하기도 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발전 속에서 빈부격차가 날로 커지면서 지방에서 상방을 하러 베이징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라고 할 수 없는 중국의 사법체계는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고, 상방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민원을 좀처럼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상방을 접수하는 사무실은 늘 붐비게 되었고, 민원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대로 베이징에 머물게 되었고, 그 수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어느새 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마을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를 가리켜 ‘상방촌(上訪村)’이라 일컫는다.

베이징의 상방촌은 ‘동장(東庄)’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데, 베이징에서 오래 산 사람들도 대부분 알지 못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베이징 남역(北京南站) 부근의 2환(二環)과 3환(三環) 사이의 지역으로,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올라온 사람들은 흔히 이 남역에서 내려 상방촌으로 향한다. 특히 남역의 북쪽에 있는 타오란팅(陶然亭) 공원의 동문을 나가면, 바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방접수 사무실(全國人大信訪接待辦公室)과 국무원 상방국(國務院信訪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상방촌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곳은 외딴 지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베이징 시내 중심부에 속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부의 기피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점차 슬럼화 되었다.

국경절의 같은 기념일이나 전국인민대표자회의 혹은 큰 규모의 국제회의가 개최될 즈음에는 상방촌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수가 더욱 늘어난다. 이 시기 시정부와 공안당국은 관리들을 동원하여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이곳에 불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들을 ‘청소’하는 작업을 시행한다. 법규 위반이 가벼운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그 위반이 무거운 사람들은 교화소로 보내기도 한다.

상방촌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략 개혁개방 이후 30여년의 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간주된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공개적으로 상방촌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상방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사회 변화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중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상방촌의 문제를 여러 차례 조명한 바 있다. 그 중 세편의 작품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판후이리앤(潘惠蓮)의 <베이징 상방촌>(北京上訪村, Beijing Petitioners’ Village, 2007)은 베이징 남역 부근의 상방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정부에 의해 시행되는 수많은 철거를 버텨내면서 그곳에 점차 애착을 갖게 되었고, 수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자신의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여기게 되었다.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기록한 자오량(趙亮)의 <상방>(上訪, Petition, 2009)은 상방촌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자오량은 1996년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대략 12년에 걸쳐 상방촌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상방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사연과 함께, 도무지 민원이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사무실의 상황, 철거되는 상방촌과 민원을 위해 베이징으로 상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남역의 풍경을 담고 있다.

마리(馬莉)의 <베이징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京生, Born in Beijing, 2012) 역시 6년여에 걸친 긴 제작 기간을 통해 상방촌에서 살고 있는 한 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오(郝)부인은 30여 년 전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지만 그녀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 기간 딸을 하나 낳았는데 딸의 이름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징셩(京生)’이라고 짓는다. 그녀와 딸은 상방촌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억울한 사정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고문헌>

- 웹사이트
저우창이, “[세계의 창] 상방, 접방, 절방”,
http://www.hani.co.kr/arti/PRINT/321939.html
上訪, https://zh.wikipedia.org/wiki/%E4%B8%8A%E8%A8%AA
「北京東庄上訪村暗訪紀實」, 2007-07-26,
http://www.clb.org.hk/content/%E5%8C%97%E4%BA%AC%E4%B8%9C%E5%BA%84%E4%B8%8A%E8%AE%BF%E6%9D%91%E6%9A%97%E8%AE%BF%E7%BA%AA%E5%AE%9E
「北京上訪村探訪」, 『北京靑年報』, 2014-04-28,
http://legal.china.com.cn/2014-04/28/content_32225831.htm

- 다큐멘터리
潘惠蓮, 『北京上訪村』 (Beijing Petitioners’ Village), 2007
趙亮, 『上訪』 (Petition), 2009
馬莉, 『京生』 (Born in Beijing), 2012

작성자: 김정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