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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산업
  분류 : 현대도시의 양상
  영어 : happiness industry
  한자 : 幸福 産業

사회적 위태로움, 경제적 불안정, 부의 쏠림이 점증하는 우리 시대에 행복은 감정 상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적 규범이 되었다. 행복은 고대부터 삶의 보편적 목표라고 간주되었지만, 대략 2000년 이후 크게 성장한 행복 산업은 사회적 안전장치가 붕괴되고 위태로움이 전지구적으로 점증한 상황을 그 맥락으로 한다.

우리 시대 행복산업과 관련된 담론은 구조적 사회적 문제는 없고 개인의 심리적 결함이 문제일 뿐이라고 보는 데서 시작한다(일루즈, 21). 지난 세기에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행복의 열쇠로 간주되곤 했다면,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사회적 경제적 전환이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리 시대에 성공은 행복에 최적화된 자아를 계발하는 개인적인 일이 되었다. 경제적 안정과 성공, 부와 가난, 고통과 질병, 사회적 지위의 향상과 같은 사회적 구조와 연결된 것들이 이제는 오로지 개인이 책임져야 할 사안으로 수용된다(에런라이크; 일루즈; 아메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과 사회적 위태로움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우리 시대 행복산업과 담론은 성공과 실패, 고통과 행복, 부와 빈곤이 모두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행복에 최적화된 자아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쏟으라고 조언한다.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개인 심리의 문제로 환원하는 행복산업은 서구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발흥한 긍정 심리학을 그 주요 담론으로 활용하며 (2000년에 행복 연구 저널 창간, 2006년에 긍정 심리학 저널 창간), 자기계발, 동기부여 및 코칭 산업, 온갖 테라피 산업, 도시 명상 등 전지구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개척했다. 심지어 전지구적으로 국민행복지수가 도입되어 국가 정책의 주요 지표로 실행되며, 국가도 개인의 성격 향상과 회복탄력성 향상을 국가적 정책 방향으로 삼는다(일루즈).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면 개인의 자아가 우리 시대의 위태로운 사회적 조건에 맞게 끝없이 최적화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행복산업이 우리 시대의 구조적 조건에 순응하는 주체를 생산하고 규율하는 통치 기제로 작동한다. 행복에 최적화된 자아는 자기계발, 긍정적 사고, 자신감, 회복탄력성 등 긍정적 정서 실천으로 끊임없이 무장하는 자아이다. 이런 자아는 개인적 실천에 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행복산업과 담론을 통해 사회적으로 생산된다. 행복산업과 담론은 이런 자아를 생산하는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우리 시대 시장 경제의 잔인한 측면을 개인의 탓으로 둔갑시키며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통치술의 주요한 일부로 기능한다(에런라이크; 일루즈). “행복한 자아는 우리 시대 심리 자본이 되며(일루즈, 136), 우리 시대 행복은 좋은삶에 대한 낙관적 애착을 지속시키는 정서적 접착제로써(아메드), 사회변화의 필요성을 자기변화의 필요성으로 둔갑시키고 사회비판을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자기비판과 자기매질로 바꾸어버린다. 사회적 위태로움의 증가를 개인의 책임으로 가혹하게 강요하는 행복산업과 담론의 대규모 성장은 우리 시대에 행복이 시민권을 규율하고 주체를 생산하는 정치경제적 도덕적 나침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아메드; 일루즈)

 

참고문헌

사라 아메드행복의 약속. 성정혜·이경란 옮김. 후마니타스, 2021.

에바 일루즈·에드가르 카바나스해피크라시: 행복학과 행복 산업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가. 이세진 옮김. 청미, 2021.

바버라 에런라이크긍정의 배신. 전미영 옮김. 부키, 2009.

Lauren Berlant. Cruel Optimism. Duke UP, 2011.

 

작성자: 박미선 (한신대학교 영미문화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