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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능력(해러웨이의)
  분류 : 포스트휴먼과 도시
  영어 : response-ability
  한자 :

응답-능력은 신유물론적 여성주의의 맥락에서 특히 도나 해러웨이에 의해 도입된 용어로, 생태 위기 시대에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일방적 책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다종간의 응답-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이념을 제시한다.

응답-능력은 전통윤리, 특히 생태윤리에서의 책임(responsibility)과 대조를 이루는 윤리적 함의를 갖지만, 종 간의 상호작용의 파악을 의미하는 인식론적 맥락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인간과 동물을 존재론적으로 구분하던 전통 존재론에서 동식물이 단지 인간에게 기계처럼 반응(reaction)하는 존재로 간주되었다면, 신유물론적 페미니즘에서 동식물은 인간에게 응답하는(respond)하는 존재로 다시 자리매김된다.

도나 해러웨이When Species Meet(2008)에서 비인간 존재자들의 관계에서 응답의 개념을 들여온다. 그녀에 따르면, “자연-문화 생태계에서 인간만 특이하게 책임에 대한 의무가 있고 책임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실험실 일꾼으로서 동물들을 비롯하여 자신의 환경 세계에 서식하는 동물은 사람과 동일한 의미에서 응답­할 수 있다. 즉 책임은 내부­작용(intra-action)으로 창출되는 어떤 관계성인데. () 실험실의 사람과 동물은 양쪽 다 내부­작용의 진행 속에서 서로에게 주체이고 대상이다.”(Haraway:2008:71). 해러웨이는 자연-문화 생태계의 접촉지대에서 관계를 맺는 종들 간에, 종마다 책임/응답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응답 자체는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종 간의 응답-능력이 두 종에 대칭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응답하는 자들은 응답 속에서 동시에 함께 구성되는 자들이지 고유의 속성 체크리스트를 미리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응답하는 능력, 그래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모든 당사자에게 대칭적인 모습과 질감을 띨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응답은 자기­유사성이라는 관계성 속에서는 출현할 수 없다.”(Haraway:2008:71) 해러웨이는 인간­동물 간 응답­능력의 사례로 인간이 비인간 존재자인 개, 비둘기, 산호초와 맺어온 관계를 인간과 개가 함께하는 어질리티 게임, 도시 오염을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에서 인간과 비둘기가 함께 협업한 사례, 산호초의 백화현상에 대해 염여하는[염여??] ‘산호초 코바늘뜨기와 같은 사례들을 제시한다(Haraway:2016).

책임개념이 인간에게만 귀속되는 것과 달리 해러웨이는 응답 개념을 비인간 존재자들에게로 확대한다. 응답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다른 종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오랜 자연­문화사의 관계 속에서 두 종이 공동­발생하면서 서로의 요구, 기쁨, 고통, 애도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현남숙김영진:201-202) 종 간의 응답-능력을 가정하는 것은, 다종인류학의 연구 방법에서 새로운 변화를 촉구한다. 즉 객관성을 위해 동식물과 거리를 두고, 인간의 이성만으로 동물의 행태를 파악하기보다는. 동식물과의 관계맺음 속에서 함께 지식을 구성하고 비대칭적인 방식이나마 동식물과 정보를 교환하여 협력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러한 다른 종 간의 응답-능력은 용어는 달라도 다종인류학자인 애나 칭(Anna Lowenhaupt Tsing)이 말한 알아차림의 기술(arts of noticing)’, 솜 반 두렌(Thom van Dooren)주목의 기술(arts of attentiveness)’과도 유사점을 갖는다. 애나 칭은 버섯 재배 시 버섯채취자의 알아차림의 기술에 대해, 솜 반 두렌은 동료를 잃은 까마귀들이 다른 까마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에 대한 인간의 알아차림 기술을 논의하는데, 이는 해러웨이의 다종 간의 응답-능력에 기반한 종 간의 관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Donna Haraway, When Species Meet,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08.

Donna Haraway, Staying with the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cene, Duke University Press, 2016.

현남숙김영진 생태적 응답과 타자현상학”, 동국대학교동서사상연구소, 철학·사상· 41, 2023.

  

작성자: 현남숙(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