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화(nature-culture)는 생물물리학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형성된 생태학적 관계에서 자연과 문화의 분리불가능성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자연문화는 과학 및 인문학의 지적 전통(예를 들어, 인간/동물, 자연/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구분하는 이원론에 대한 학문적 비판에서 나왔다(Nicholas Malone, Kathryn Ovenden:1). 이러한 자연-문화개념의 계보는 근대에 등장하는 문화와 자연의 이분법을 비판하면서 물질의 연속성을 존재론의 기본 원리로 가정하는 신유물론 계열의 철학에서 비롯되는데, 도나 해러웨이와 부르노 라투트의 자연과 문화 이분법 비판 및 자연-문화로의 재개념화가 대표적이다.

브루노 라투르는 We Have Never Been Modern(1991)에서 과학연구가 ‘실험실에서의 삶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라고 개념화함으로써, 근대 과학과 인문학이 가정한 자연과 문화의 개념에 도전한다. 라투르에 따르면, “문화라는 생각 자체는 자연(Nature)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창조될 수 있는 인공물이다. 그러나 문화들(cultures)은-차이가 있든 보편적이든-자연이 존재하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없다. 오직 자연들-문화들(natures-cultures)이 존재할 뿐이며 이것이 비교를 위한 유일한 토대이다.”(Latour:104) 라투르는 기존의 과학연구의 관행이 문화와 자연을 분리하는 근대성 이론의 ‘교과서적인 버전’일 뿐 실제로 일어난 적이 없는 허구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자연-문화에 관한 설명으로 순수한 자연의 객체와 순수한 문화의 주체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준객체들이 실제 자연-문화가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준객체들이-즉 소위 ‘자연’과 ‘문화’가 동시에-인간들, 신성들, 비인간들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한편, 라투르와 유사하게 도나 해러웨이는 Modest_Witness(1996)에서 자연과 문화를 구분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자연과 문화의 구분은 테크노사이언스 하에서의 자연과 문화가 연결된 관계임을 비가시화하는 것으로, 그러한 이분법 하의 자연 혹은 문화야말로 자연이 없는 자연(nature of no nature), 문화가 없는 문화(culture of no culture)라고 비판한다(Haraway:1996:168). 그리고 대안적 개념으로 자연과 문화의 연속체를 드러내기 위해 ‘자연-문화(natures-cultures)’ 혹은 ‘자연문화(natureculures)’ 개념을 사용한다. 또한 해러웨이는 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2003)에서 생태계 자체가 자연-문화의 장임을 보여준다. 자연-문화는 “중요한 타자성으로 결속된 개와 사람의 역사적으로 특수한 공동의 삶에서 자연과 문화의 내파(implosion)에 관한 것으로, 기술과학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자연문화들(natureculturs)의 공생유전적 조직, 즉, 이야기(story)이자 사실(fact)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Haraway:2003:108) 그녀에 따르면, 자연-문화가 연결된 생태계에서 비인간 동물은 자연의 대상이고 인간만이 문화를 갖는 것이 아니라, 비록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자연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자연-문화의 복잡성은 기술 과학과 일상생활에서 역사와 생물학과 같은 영역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적시한다. 모든 생물학적 문제는 즉각적인 역사적 차원을 가지며 모든 역사적 문제는 생물학적 과정 및 현상과 얽혀 있음을 의미한다.(Iris van der Tuin:269) 이는 자연과 문화를 분리하여 사고하던 학문적·일상적 관행에 커다란 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존재자들을 일원론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신유물론의 존재론적 가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자연의 기술화를 수반하는 테크노사이언스의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참고자료 

Bruno Latour, We Have Never Been Modern, Harvard University Press, 1993

Donna Haraway, Modest_Witness@Second_Millennium. FemaleMan©_Meets_OncoMouse™. Feminism and Technoscience,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1996.

Donna Haraway, 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 Dogs, People, and Significant Otherness, Prickly Paradigm Press, 2003.

Iris van der Tuin, “naturecuktures”, Posthuman Glossary, edited by Rosi Braidotti, ‎Maria, Hlavajova · 2018

Nicholas Malone, Kathryn Ovenden,. Natureculture,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Primatology, 2016.

작성자: 현남숙(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