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은 ‘built environment’ 혹은 ‘infrastructure’로 번역되는데, 좀 더 확장된 의미로 활용되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에 등치하여 보면, 기반시설은 도시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물리적 토대 및 시스템을 의미한다(Kanoi et al., 2022:2). 기반시설은 광범위한 범주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대중적으로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과 같은 교통 시설, 상하수도, 전력, 통신망 등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 그리고 학교, 병원, 공원 등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등 도시의 물리적 기반이 되는 구조물을 지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기반시설은 단순히 기능적인 구조물을 넘어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 기반시설은 도시민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개입하며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의미를 생산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기반시설은 도시의 물리적 형태를 규정하고, 공간의 위계를 설정하며, 특정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거나 쇠퇴를 초래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지하철 노선의 신설은 주변 지역의 땅값을 상승시키고 새로운 상업 및 주거 공간을 탄생시키며, 고속도로 건설은 도시 외곽의 성장을 촉진한다(Gordillo 2018). 이처럼 기반시설은 도시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거주 및 활동 공간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또한 기반시설은 대개 눈에 띄지 않게 작동하지만, 고장 남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 드러나기도 한다(Star 1999).
기반시설의 입지, 규모, 질은 도시 내 계층 간의 접근성 차이를 야기하고, 특정 집단에게는 특권을, 다른 집단에게는 소외를 강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고급 기반 시설은 해당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기반시설은 거주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이처럼 기반시설은 도시 공간 내에 존재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Appel 2012, Chu 2014). 이는 극단적으로 "인프라스트럭처 폭력(infrastructural violence)"의 형대로 드러나며, 기반시설로부터의 단절 혹은 배제가 도시민이 경험하는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odgers & O Neill, 2012).
다른 한편 기반시설은 “다른 물질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Larkin 2013: 329)로 이해되기도 한다. 상품, 아이디어, 폐기물, 권력, 사람, 금융이 교환되는 물리적 네트워크이기도 한 기반시설은 특히 정보와 통신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과 결합하면서 도시민으로 하여금 더 많은 것들과 빠르게 연결되는 기반을 마련한다(ibid.: 327).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인간과 사물, 정보는 끊임없이 이동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순환한다.
오래된 다리, 역사적인 건축물, 상징적인 광장 등 특정 기반시설은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담고 있으며, 도시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도시 구조물로서 인프라스트럭처와 관련된 개인적, 집단적 경험을 공유하며, 그것을 통해 도시와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때로는 낡고 허름한 기반시설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기반시설은 단순히 물적 자원의 집합체가 아니라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지형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역동적인 주체이다. 기반시설은 이러한 복합적인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며,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위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기반시설에 대한 이해는 곧 도시와 인간, 그리고 그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
<참고문헌>
Appel H C, “Walls and white elephants: oil extraction, responsibility, and infrastructural violence in equatorial guinea”, Ethnography 13, 2012
Chu J Y, “When infrastructures attack: the workings of disrepair in China Am”, Ethnolog. 41, 2014
Gordillo G, “The metropolis: The Infrastructure of the Anthropocene” in Infrastructure, Environment, and Life in the Anthropocene (ed K Heatherington),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2018
Kanoi, L., Koh, V., Lim, A., Yamada, S., & Dove, M. R., “‘What is infrastructure? What does it do?’: anthropological perspectives on the workings of infrastructure(s)”, Environmental Research: Infrastructure and Sustainability, 2(1), 2022
Larkin, B., “The politics and poetics of infrastructure”, Annual review of anthropology, 42, 2013
Rodgers, D., & O Neill, B., “Infrastructural violence: introduction to the special issue” Ethnography 13(4), 2012
Star, S. L., “The ethnography of infrastructure”,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43(3), 377-391, 1999
작성자: 이소영(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