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자연철학자 뉴턴(Isaac Newton)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하 『프린키피아』)에서 절대적 공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절대적 공간은 그 자체의 본성 상 외부적인 어떠한 것과 관계없이 항상 유사한 것으로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남아있다.”(Newton, 2010: 13)

이 인용문에 나타난 뉴턴의 절대적 공간 개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절대적 공간 개념과 관련하여, 흔히 텅 빈 공간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그의 절대적 공간에 대한 정의에서 ‘비어있다’는 표현은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인 어떤 것과 관계없이”라는 표현에서 비어있는 공간을 추론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텅 비고, 항상 유사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뉴턴이 말하는 절대적 공간의 의미라고 받아들여 왔다. 절대적 공간은 물리적 운동이 발생하는 무대와 같다. 지구 표면 근처에서 벌어지는 낙체의 이동, 천체의 이동 등등이 물리적 운동의 주요한 예가 된다. 이와 같은 물리적 운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뉴턴의 의도 속에서 탄생한 것이 절대적 공간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뉴턴에 따르면, 이러한 물리적 운동은 바로 절대적 공간 안에서 일어난다. 텅 빈, 항상 유사한, 움직이지 않는 절대적 공간이라는 무대에서 물리적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절대적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운동을 절대적 운동(absolute motion)이라고 부르고 있다.

“절대적 운동은 한 물체의 하나의 절대적 위치에서 다른 절대적 위치로의 이동이다”(Newton, 2010: 14)

뉴턴에 따르면, 하나의 절대적 위치는 절대 공간 내에 존재하는 어떤 위치를 말한다. 한 물체가 절대적 공간 내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겨 가는 것이 바로 절대적 운동이다.

앞에서 뉴턴이 절대적 운동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살펴보았다. 이어 그가 말하는 절대적 운동이 무엇인지도 살펴보았다. 이때 뉴턴이 말하는 절대적 공간의 성격은 과학에서 말하는 ‘좌표계’ 개념의 측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절대적 공간이란 절대적 운동이 벌어지는 좌표계란 점이다. 뉴턴은 이 좌표계가 항상 유사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적 공간이란 곧 ‘절대적’ 좌표계가 된다.

뉴턴의 절대적 공간은 텅 비고, 항상 유사하고, 항상 움직이지 않는다. 절대적 운동이 일어나는 절대적 좌표계인 것이다. 절대적 좌표계로서의 절대적 공간을 비유를 통해서 이해해 보기로 한다. 한 극장이 있다. 이 극장에서는 여러 배우가 연극을 해왔고, 여러 관객이 다녀갔다. 연극이 벌어지는 그 극장이 바로 절대적 공간에 비유될 수 있다. 벌어졌던 연극은 절대적 운동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물리적 운동이 벌어지는 무대가 절대적 공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극장은 세월이 가면 어떤 원인에 의해 부서질 수도 있고, 그대로 놔두어도 아주 오랜 세월이 가면 저절로 풍화되어 허물어질 것이다. 그러나 뉴턴의 절대적 공간 개념에 따르면, 절대적 공간이라는 절대적 운동이 벌어지는 무대는 허물어지지 않는 것을 보인다. 여러 물리적 운동이 벌어져왔고, 벌어지게 될 변함없는 무대가 곧 절대적 공간이다.

절대적 공간을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 비유하여 이해할 수도 있다. 새로 집이 지어졌다고 가정하자. 어떤 이가 그 집을 사거나 임대하여 이사 들어오게 된다. 그 사람은 가구를 포함하는 물건과 짐을 그 집에 들여 놓고 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은 그 집을 팔거나 임대 기간이 끝나 다른 곳으로 나가게 된다. 얼마 후 또 다른 이가 들어 와서 짐을 가져다 놓고 살게 된다. 사람과 짐은 시간 속에서 변화하지만 그 집은 그대로 있다. 절대적 공간은 짐과 사람이 나갔다가 들어오는 집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짐이 있었건 어떤 사람이 있었건, 어떤 짐이 있게 되든 어떤 사람이 있게 되든, 공간으로서의 그 집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로서의 절대적 공간이 바로 이런 것이다. 변함없이 물리적 사건을 맞이하는 빈 장소, 항상 유사한 장소, 이동 없는 장소가 뉴턴이 말하는 절대적 공간이다.

뉴턴의 절대적 공간 개념은 17세기 말에 제기된 개념이다. 그가 절대적 공간을 제기한 이래로 수 백 년이 흘러갔다. 현대인은 대안적 공간 개념에 대해 들어보게 되었다. 그렇기에, 뉴턴의 절대적 공간 개념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뉴턴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절대적 공간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절대적 공간에 반대하는 이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독일인 자연철학자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라이프니츠는 절대적 공간 개념을 비판하면서, 뉴턴 편을 들은 영국 종교인 클락(Samuel Clarke)과 1715년과 1716년에 서신을 통해 논전을 벌인 바 있다.(라이프니츠, 클라크, 2005) 20세기 들어, 절대적 공간은 본격적으로 비판받았고, 상대적 공간 개념이 제기되어 왔다. 상대적 공간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로 독일인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들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절대적 ‘좌표계’로서의 절대적 공간의 존재를 의심한다.(아인슈타인, 인펠트, 1990)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절대적 좌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안에서는, 절대적 좌표계로서의 뉴턴의 절대적 공간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모든 좌표계는 상대적 좌표계일 뿐이다. 상대적 좌표계에서 좌표계의 우열을 논할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지구 좌표계이든, 태양 좌표계이든 상대적 좌표계일 뿐이며, 더 우월한 좌표계란 없다. 아인슈타인이 그가 제기한 상대성 이론을 통해 상대적 공간을 주장하면서 뉴턴의 절대적 공간 개념은 과학적 중요성을 크게 상실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Newton, Isaac, The Principia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Snowball Publishing, 2010.
라이프니츠, 클라크, 배선복 옮김, 『라이프니츠와 클라크의 편지』, 철학과 현실사, 2005.
라이헨바하, 우정규 옮김, 『코페르니쿠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지성의 샘, 1995.
리처드 웨스트폴, 최상돈 옮김, 『프린키피아의 천재』, 사이언스북스, 2001.
 A. 아인슈타인, L. 인펠트, 지동섭 옮김, 『아인슈타인이 직접 쓴 물리이야기』, 한울, 1990.

작성자: 이상원(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