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기호’는 물질과 기호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인 것임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다. 전통적으로 자연/문화, 인식 주체/인식 대상, 인간/비인간과 같은 일련의 범주적 이항대립이 존재해왔다면, 물질-기호는 이러한 이분법을 해체한다. 물질-기호는 그러한 경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물질’이란 존재론적 범주와 ‘기호’라는 인식론적 범주가 결합된 표현이다.
“물질 기호(material-semiotics)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페미니스트 물질 기호학, 그러한 전통의 후속 연구들, 사회·문화인류학, 문화연구, 포스트-식민연구 및 지리학의 전통에서 등장한다(John Law:2019).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캐런 바라드(Karen Barad),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등은 사회기술적 실천의 ‘물질적’ 차원과 ‘기호적’ 차원 사이의 존재론적 경계를 해소하려 한다.
대표적으로 해러웨이는 자연/문화 및 실재론/사회구성주의의 이분법을 문제 삼으면서 그 대안으로 ‘물질-기호’ 개념을 제시한다. “물질과 기호는 분리될 수 없고, 물질성과 기호 현상은 동시성을 가지며, 이 둘은 뒤엉켜 있다(Donna Haraway & Thyrza Goodeve:1998:137).
해러웨이는 그러한 물질–기호적 행위자가 드러나는 방식을 형상(figures) 또는 형상화figurations)로 표현한다, ‘형상’은 기하학적이면서 수사학적인 개념이고, ‘형상화’는 그 형상을 드러내는 수행적 이미지로, 물질-기호적 과정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Donna Haraway:2018:11).
물질-기호의 개념의 주요 사례로, 몸은 인식 이전에 존재하지 않고, 물질-기호적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이 낳은 담론적 구성의 일부이다(Donna Haraway:2004:67-68). 이러한 물질-기호적 행위자들은 도처에 존재한다. 태아, 컴퓨터 칩, 유전자, 인종, 생태계, 두뇌, 데이터베이스 역시 기술과학 장에서의 물질-기호적 대상들이다(Donna Haraway:2018:129).
참고자료
Donna Haraway & Thyrza Goodeve, How Like a Leaf: An Interview with Donna Haraway, Routledge, 1998
Donna Haraway, The Haraway Reader, Routlege, 2004
Donna Haraway, FemaleMan_Meets_OncoMouse: Feminism and Technoscience, 2nd edition, Routledge, 2018(다나 해러웨이, 『겸손한_목격자@제2의_천년.여성인간ⓒ_앙코마우스™를_만나다』, 민경숙 옮김, 갈무리, 2007)
John Law, “Material Semiotics”, 2019, http://www.heterogeneities.net/publications/Law2019MaterialSemiotics.pdf
작성자: 현남숙(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