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노동(Data Labor)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플랫폼 기술의 확산 속에서 일상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이른바 디지털 환경에서 행해지는 사용자의 다양한 활동들―검색, SNS 활동, 리뷰 작성, 위치 정보 제공 등―을 데이터 생산을 위한 노동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임금 노동과 구별되는, 디지털 자본주의 체제에서 새롭게 재구성된 노동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크리스티안 푹스(Christian Fuchs)는 이러한 사용자 활동을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으로 명명하고, 이를 “무임금 노동(unpaid labor)”이자 “비가시적 노동(invisible labor)”으로 규정한다.(Fuchs, 2014:7) 특히 SNS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콘텐츠 생산과 상호작용은, 사용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수행하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비가시적 착취의 양상을 띤다. 이러한 SNS 노동(Social Media Labor)은 기업은 의해 체계적으로 수집·가공되어 잉여가치를 만들어내고, 자본 축적의 구조로 편입된다.(Fuchs, 2014:45) 그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는 은폐되고, 플랫폼과 사용자 간 권력의 비대칭성 속에서 착취가 구조화된다. 결국, 데이터 노동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디지털 자본주의의 수익 구조와 통치 체계를 작동시키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한편,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인공지능 훈련, 행동 예측, 맞춤형 광고 등의 형태로 상품화된다. 그러나 데이터를 생산한 사용자에게는 어떤 권리나 보상도 주어지지 않으며, 그 데이터는 기업의 독점적 소유로 귀속되고 만다. 이로 인해 정보와 자본, 권력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데이터 노동은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착취 구조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현실은 식민주의의 현대적 판본인 ’데이터 식민주의(Data Colonialism)‘ 개념을 통해 더 비판적으로 조명될 수 있다. 데이터 식민주의는 삶의 모든 사회적 행위를 추출 가능한 데이터 자원으로 전환하여 식민화하는 새로운 질서를 의미한다. 이는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침략해 토지와 인력, 물자를 수탈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오늘날의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화된 삶이라는 가상의 영토”를 “식민화”하여 데이터를 “수탈”한다.(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 닉 콜드리, 2024:12~15)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 수탈이 전 지구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 삶에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추출하는 사회 체계가 세계적으로 막대한 부와 불평들을 만들어낸다.”(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 닉 콜드리, 2024:21)
따라서 동의 없는 데이터 수탈, 권력의 비대칭성, 이윤의 사적 독점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이자 삶과 권력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터 노동은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데이터 노동권(Data Labor Rights), 데이터 배당(Data Dividend) 등 새로운 개념들과 함께 사유되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데이터의 생산자이자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재정립하고, 정의롭고 민주적인 데이터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Fuchs, Christian. Digital Labour and Karl Marx. Routledge, 2014.
Couldry, Nick, and Mejias, Ulises A. The Costs of Connection: How Data is Colonizing Human Life and Appropriating It for Capitalism. Stanford University Press, 2019.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 닉 콜드리, 공경희 옮김, 『데이터 그랩 -내 정보를 훔치는 빅테크 기업들』, 영림카디널, 2024.
작성자: 김혜선 (한양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