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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폭력(액션) 영화, 폭력의 미장센 영화
  분류 : 한국의 도시영화
  영어 : Violence Mise-en-scène City Movie/ City Action Movie
  한자 : 暴力 都市 拳格 映畵


도시는 낮의 세계에서 문명의 화려함을 대변한다면 밤의 세계는 야생의 폭력성을 감추고 있다. 폭력은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사용하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다. 문명은 폭력을 순화시켜왔지만 여전히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개인과 단체가 행사하는 물리적 강제력이자 신체적, 육체적 공격 행위인 폭력은 분출된다. 도시폭력(액션)영화는 물리적, 강제적, 폭력적 행동을 동반한 갱스터 영화, 필름 느와르, 액션 영화 등을 총칭한다. 갱스터 영화(Ganster Movie)는 주인공인 갱스터가 폭력적 행위로 액션 장면을 만들어낸다. 갱스터는 물리적인 힘의 우위를 통해 영웅의 면모를 드러내며 갱스터 영화는 어두운 뒷골목이나 술집의 밀실 또는 폐공장의 밀폐된 장소라는 지하세계에 인물들이 서식하는 장르의 미장센을 배치한다. 도시는 갱스터의 활동 무대이자 그들이 소멸되는 죽음의 장소이기도 하다. 폭력의 미장센은 도시가 감추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영화로 소환하면서 도시 액션 영화의 프레임을 채워간다.

폭력적 행동(Violent action)은 갱스터 영화의 관습이며 그들이 착용하는 검은 색 양복과 짧은 머리는 도시 액션영화의 아이콘이다. 도시 액션영화에서 폭력의 미장센 속에 위치한 사회의 이단자(Society’s Outer’s)들은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어내고 힘의 우위를 통해 암흑 세계를 지배한다. 반사회적인 존재들은 이창동의 <초록 물고기>에서처럼 영등포의 유흥가에 서식하거나 아파트 공사장에서 싸움을 통해 세력 확장을 하면서 동시에 도시가 은닉한 폭력성을 들추어낸다. 도시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은 술집의 공간과 폐차장 그리고 오래된 공장 창고에서 싸움을 벌인다. 집단 패싸움은 서부영화의 결투 장면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도시액션영화의 주요한 관습이다. 낮의 공간에서 대로와 빌딩이 도시의 얼굴을 보여준다면 밤의 공간은 지하의 밀실과 철골로 이루어진 공장의 텅 빈 창고가 약육강식의 맨얼굴을 들어내는 폭력의 미장센으로 소환된다.

필름 느와르(프;Film Noir, 영; Black Film)는 18세기 프랑스와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고딕풍의 소설을 지칭했던 ‘로망 느와르Roman Noir(Black Novel)에서 유래하였다. 1940년대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어두운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범죄를 자행하는 반사회적 영웅이나 악인들의 행적을 프레임에 담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검은 영화가 유행하였다. 이 영화는 도시액션 영화의 기원에 가까우며 주로 범죄자들의 세계를 담거나 현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타자이거나 스스로의 악행에 의해 비극적 종말로 파국에 치닫는 서사라는 공식을 보여준다(영화예술용어사전, 1999). 느와르는 영화적으로 조명과 촬영 기술사적 변화와 연관되어 있으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 공황기에 발원한 갱스터 영화와 도시 범죄자 주인공 영화가 느와르의 토양이 되었다.

도시는 웅장한 건물의 스펙터클을 소유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어둡고 음습한 골목이 산재해있다. 도시영화에서 폭력의 미장센으로 배치된 것은 어두운 조명의 골목이거나 폐허가 된 공장 또는 폐차장이 병풍처럼 늘어서있다. 폐차장과 골목 그리고 항구 도시의 컨테이너 박스가 쌓여있는 선착장이 싸움의 공간으로 소환된다. ‘폭력’의 미장센을 전경화한 한국의 도시 액션 영화에서 뒷골목, 술집, 폐차장은 싸움 장면의 배경이다. 술집의 밀실은 성의 탐닉 장소가 아닌 남성 중심의 폭력적 세력 쟁탈의 경합장으로 부각된다. 액션영화와 느와르 장르는 도시 액션영화와 장르적 친연성을 지닌다. 장르의 관습은 특정 장르의 정체성에 의미와 개성을 부여하는 장면이 자리한다. 서부영화는 주인공과 악당이 먼지 날리는 광활한 사막에서 권총대결하는 결투장면이 있으며 액션 영화에서는 주먹이나 흉기를 동원하여 공장의 창고나 항구의 야적장에서 싸우는 싸움의 액션 장면이 있다. 폭력의 미장센은 싸우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한국 도시를 배경으로 한 도시 액션영화는 느와르적 분위기는 수용하되 도시의 골목 그리고 조직 폭력배들의 아지트인 술집의 밀실 그리고 김성수의 <비트>, 윤제균의 <두사부 일체>, 유하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준 학교의 옥상과 학교 부근의 골목길이라는 치안의 사각 지대가 주된 무대이다. 또한 류승완의 <부당 거래>와 <베테랑>의 집단 싸움 장면의 공간으로 소환된 항만의 드넓은 공간과 철제 콘테이너 박스가 주는 금속성의 날카로움도 주요 미장센으로 활용한다.

필름누아르 스타일을 따른 도시 공간의 부정적 재현과 ‘어두움’에 압사당하는 개인의 무력함, 남성 주인공 인물이 지니고 있는 멜로 드라마적 태도와 그에 걸맞은 연출 등은 1990년대 도시액션 영화의 특징을 이룬다. 멜로드라마와 도시 액션 영화의 장르 혼합은 이창동의 <초록 물고기>와 김성수의 <비트> 그리고 김유진의 <약속>을 통해 두 남녀의 사랑과 이를 방해하는 조직 폭력배라는 부분이 충돌하여 갈등과 파국의 원인이 된다. 도시 액션영화는 사회적 측면에서 한국적 근대성의 그늘로서 개발독재, 물신주의, 부정부패, 도시 집중화와 농촌의 몰락, 빈부 양극화, 가족의 해체, 민주화 투쟁, 금융 위기와 같은 역사적 경험이 개입한다(허만섭, 2011). 주인공들은 농촌이거나 도시 주변의 위성도시 출신들이 주종을 이룬다. 이와 같은 상경한 폭력배가 주인공인 영화는 <초록 물고기>와 <게임의 규칙>이다.

1990년대 이후 급증한 한국 갱스터 영화의 인물은 양아치, 건달, 깡패, 야쿠자 ,경찰 등 이다. 전자인 건달은 지방 출신이거나 개발에서 밀려난 위성도시출신들이다. 도시 액션 영화인 <초록물고기>는 1990년대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따른 농촌 가정의 몰락을 배경으로 하며, 갱스터 영화의 관습과 필름 느와르의 관습을 담보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리얼리즘 영화의 비판정신을 담아낸다(신미나, 2000). 근대화로 해체된 가족의 대표성을 지닌 막동의 가족은 일산을 떠나 디스토피아적인 도시를 표상하는 영등포로 나아간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나이트클럽, 폭력, 범죄 물욕이 난무하는 영등포의 밤거리는 도시 액션의 미장센이며 동시에 밤과 낮의 얼굴이 다른 폭력적인 스펙터클한 도시를 재현한다. 막동은 재개발 예정인 폐건물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절망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최후를 맞는다.

폭력의 미장센 영화 도상은 조직 폭력배 혹은 악인의 계급에 따라 분류된다. 조직의 보스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명품 스타일로 신분의 허위의식을 감추며, 하위 조직원은 검정색 슈트에 흰색셔츠를 규율에 따른 유니폼처럼 착용한다. 비주류 폭력배인 양아치, 건달은 유행지난 화려한 꽃무늬 셔츠와 폭이 넓은 검정팬츠, 번쩍이는 장신구와 구두, 문신, 올백으로 빗어 넘긴 머리카락 등을 통해 저속하고 비열한 캐릭터의 도상을 표현한다.

도시 액션 영화는 도시라는 공간 이면에 자리한 어두움과 폭력성 그리고 사회 비판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집단 패싸움과 일대일 몸싸움이라는 관습적 장면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스크린에 폭력의 소환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악행을 자행한 주인공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권선징악의 윤리적 태도를 통해 관객들의 평균적인 도덕률에 맞춘다. 도시 액션영화의 공간과 미장센은 폭력의 장소와 폭력적 스펙터클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참고문헌>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폭력,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40701400
두산백과, 폭력,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58579&cid=40942&categoryId=31637
신미나, <초록물고기>에 담긴 한국적 필름 느와르의 특징:옴므 파탈로 표상되는 가부장제에 관한 그리움에 관하여 서강커뮤니케이션즈. 제 1권, 211-228쪽,2000.
이경기, <영화예술용어사전>, 다인미디어, 474쪽, 1999.
조서연, <누아르와 멜로 드라마 사이의 좌절>, 여성문학연구, 30권0호, 117-151쪽, 2013.
토마스 샤츠 지음, 한창호. 허문영 옮김,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나래, 1996.
폴 슈레이더, 「필름누아르에 대하여」, 알랜 실버․제임스 어시니 편저, <필름느와르리더>, 이현수․장서희 옮김, 본북스, 86-87쪽, 2011.
한국영상위원회, 로케이션 DB, https://www.filmkorea.or.kr/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index.asp
허만섭, <‘부당거래’를 통해본 반 영웅주의. 영화연구>, 49권. 401-431쪽, 2011.

작성자: 문관규(부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