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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성 도시영화
  분류 : 한국의 도시영화
  영어 : Otherness City Movie
  한자 : 他者性 都市映畵


도시의 거주민은 수많은 인종들로 구성된다. 다수의 인종과 소수의 인종이 동일한 공간에서 살아가다보면 중심과 주변과 같은 타자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레비나스는 타자성 개념이나 인식, 혹은 자아와 타자에게 공통된 매개나 공통의 지평이 불가능함을 전제한다(Levinas, 1971). 사회적 또는 집합적 관계에서 타자는 제 3자(tier)로 불려진다. 레비나스는 새로운 형태의 타자를 지칭하는 신조어 일레떼(illéité)를 제안하였으며 이는 우애를 의미하는 불어 프라떼르니떼(fraternité)에서 유래한다. 타자는 남, 이방인, 제3자, 인류, 지구인, 미래세대 등을 지칭하며 보편적 인류애 시선으로 바라보며 누구도 배제시키지 않는 것이다. 타자와의 만남은 존재 자체의 궁극적 사건을 통해서이며 그 사건은 우리사회의 새로운 타자와의 만남의 시간과 공간을 형성한다. 들뢰즈의 타자 효과란 ‘내가 지각하는 각각이 사물과 내가 사유하는 관념의 주위에서 변두리의 세계, 즉 배경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잠재된 가능성까지 종합하여 대상을 체험하고 느끼는 것을 ‘가능세계의 표현’, ‘지각장(champ perceptif)의 구조’ 로 정의한다. 즉 들뢰즈의 타자는 시간성과 공간성의 ‘-되기’를 통해 주체성이 형성됨을 주장한다(서정욱, 2000).

‘타자성’의 도시영화는 외국인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자리하면서 그들의 이국적 삶의 공간을 미장센으로 한다. 제1세계 외국인이 등장할 경우 대개 ‘성(쾌락)’의 도시영화를, 제3세계 외국인이 등장할 경우 ‘노동’의 도시영화를 환기하는 경향이 있다. ‘타자성’의 도시영화는 인종성과 계급성으로 유형화 가능하다. 전자를 대표하는 영화는 신동일의 <반두비>(2009), 이한의 <완득이>(2011),황병국의 <나의 결혼 원정기>(2005), 이진우의 <바람이 분다>(2006) 등이 있다. 이들은 지구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인의 인종적 가치관을 표상한다. 후자를 대표하는 영화는 김기덕의 <악어>, <야생돌물보호구역>, <나쁜 남자>, <피에타>, 김동원의 <상계동 올림픽>, 정윤철의 <말아톤> 등이 있다.

영화에서 타자는 원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이방인이자 침입자, 하위주체,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을 작동시키는 존재로 형상화된다. 한국인/ 외국인, 내국인 노동자/ 외국인, 한국인 남편/팔려온 신부 등의 계층별, 민족별, 성별 대립과 위계현상을 도시 공간의 일상에서 다루고 있다. <반두비>에서 카림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인지되지 않는 존재로 포착되며 거리감도 멀게 설정된다. 고등학생 민서와 외국인 노동자 카림은 처음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으며 이는 심리적, 물리적, 계층적 거리를 표상하며 동시에 피부색이 다른 낯선 타자에 대한 자국민의 거리를 보여준다.

타자성의 도시 영화 공간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고향이 아닌 타국에서 이방인 또는 침입자로 인지되는 일상의 차별화된 공간이다. 두 번째는 노동현장인 공장에서 경험하는 하위주체로서의 공간이며 세 번째는 계층적 타자와의 동질감을 통해 드러나는 오리엔탈리즘적 공간이다.

타자성의 도시 영화에서 주거 공간은 변두리 옥탑 방이거나 공장 합숙소이다. <완득이> 타자인 완득이가 거주하는 도시의 달동네는 ‘근대문화의 다시간적 이종성’을 구현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완득이의 어머니 공간은 노동 현장이며 <반두비>의 카림도 공장이다. 타자성의 도시영화 공간은 변두리이거나 노동현장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바람이 분다>에서도 마석 가구단지이다. <피에타>의 강도가 채무자들을 찾아다니는 장소도 청계천에 자리한 인쇄공장이라는 노동의 현장이다. 타자성의 도시 영화 공간의 미장센은 도시 변두리이거나 옥탑 방 그리고 공장 노동현장이다. 이와 같은 미장센에서 노동의 장면이 등장하며 동시에 한국인과 타자인 외국인의 만남 장면도 중요한 관습적 장면이다. 만남의 장면은 처음에는 서로 불편한 사건에 연루되거나 갈등하는 대면장면이 선행하며 이후에는 화해의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반두비>에서도 두 주인공의 식사장면으로 화해를 암시하고 <바람이 분다>에서도 식사 장면이 등장하며 <완득이>에서도 모자의 상봉장면에서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또한 디아스포라의 오리엔탈리즘적 장면도 관습적이다. <반두비>에서 외국인 노동자 카림의 공간은 타자로서의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과 민서를 통해 재현되는 디아스포라의 오리엔탈리즘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가 일하는 염색 공장, 기거하는 작은 방,어지럽게 간판이 엉겨 있는 복잡한 거리, 버스 안 등, 롱숏으로 조망하는 그의 자리는 배경을 강조하는 식으로 위치 지워진다. 이는 편견으로 가득 차있는 모순적인 한국 사회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한 이주 노동자의 상황이 부각하는 것이다.

타자들의 공간은 생존의 공간이 중요하다. <완득이>에서 그의 부친이 일하는 공간인 카바레, 시골 장 그리고 완득이가 활동하는 작고 낡은 교회와 허름한 체육관 그리고 산동네의 뒷골목은 생존의 공간이며 도시화에서 후경으로 밀린 공간들이다. 김기덕의 <악어>에서는 자살하는 이들의 시체를 인양하는 한강의 다리 밑 공간이 등장하며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는 배에 거주하는 수상 가옥이 타자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이들의 공간은 모바일 폰과 인터넷이 일상화된 디지털화된 첨단의 세련된 공간과는 시간적 거리를 보여준다. 장률의 <풍경>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자취방과 공장은 전형적인 타자성의 영화 공간이다.

레비나스(1971)는 타자와 마주치는 상황은 모든 것이 박탈된 타자의 궁핍한 ‘얼굴 즉, 고통 받는 얼굴의 모습으로 나에게 현현하게 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때 타자의 저항하는 얼굴은 ’대상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나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나의 윤리적 행동을 촉구하는 윤리적 저항’으로 나타난다. 타자성 영화의 관습적인 장면은 또 다른 ‘타자의 얼굴’이다. 타자의 얼굴은 레비나스가 언급한 것과 같이 윤리적 저항을 다루는 과정에서 타자간의 동질감을 형성함을 의미한다. 타자간의 상호동화과정에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결국은 자기화하는 관습적인 장면으로 연출된다. 타자성의 영화 공간에서는 다아스포라의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공간에서 상호교감을 재확인하게 되고 자기화하여 ‘타자 = 자아인 타자의 얼굴 되기’가 된다. <반두비>에서 카림이 본국으로 추방당한 후 자퇴를 한 민서는 ‘와즈완(WAZWAN)’이라는 인도음식점을 찾는다. 이곳을 통해 특별한 친구를 알게 되었고 그 친구와 함께 했던 특별한 날들을 기억하고 기념한다. 와즈완은 다아스포라(카림)의 오리엔탈리즘 공간이며 동시에 민서의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버만은 도시를 현대화의 원초적 장면으로 본다. 버만은 모세스의 뉴욕고속도로 F.D.R 건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재개발과 새로운 건축 구조물을 통한 현대적 도시 공간 창조가 쓰레기장을 호화로운 물리적, 사회적 공간으로 바꾸어내지만 발전 주체의 마음속에 또 다른 쓰레기장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영화 <상계동 올림픽>은 1980년대 도시재개발 정책으로 상계동 철거대상 세입자들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정부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다룬다. 도시공간이 현대화됨에 따라 도시빈민은 새로운 타자로 치환되어 이들의 공간은 디아스포라의 오리엔탈리즘공간으로 공식화된다.

타자성 도시 영화의 도상은 외국인 노동자의 공장 유니폼과 도시 빈민인 타자들이 착용한 유행에 뒤처지거나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들의 코디네이션으로 불안정하고 무력하며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하는 인간 군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타자성의 영화공간은 이방인으로서의 개별성과 노동 하위주체로서의 보편성, 그리고 도 다른 타자와의 동질성으로 이루어진 문화 혼종성을 특징으로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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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Levinas, Totalité et infini, essai sur L’exeteriorité, Martinus Nijhoff, 1971.

작성자: 문관규(부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