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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분류 : 도시설계와 디자인
  영어 : Public Art
  한자 : 公共美術


존 윌렛(John Willett)은 그의 저서,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1967/2007)에서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공적 장소에 설치되는 예술작품을 일컬어 공공미술로 통칭하고 있는데 현재 공공미술의 개념은 위와 같이 소박한 의미에 국한되어 사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율성(autonomy)과 공공성(publicness)이라는 두 개념이 예술과 시민사회와 조응함으로써 야기하는 다양한 사건과 담론으로 공공미술을 규정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다양한 공공미술의 형태와 그것을 둘러싼 논의들은 예술과 시민사회의 충돌 속에서 새롭게 규정되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은 동굴벽화에서부터 영웅의 조각상들에게 이르기까지 그 시원을 살펴볼 수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공공미술의 역사는 시민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발생했다. 종교와 정치의 표상 수단으로서 공적 영역에 조성된 회화, 조각, 건축 등과 같은 기념비들은 근대적 의미의 시민사회의 성립과 예술의 발달과 더불어 그 의미와 양태를 변화시켜갔다. 새로운 시민사회의 기념비로서 회화, 조각, 건축은 공공적 예술작품의 한 유형으로서 시민사회의 영웅과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작되었으며, 종교적 영광과 왕권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한 건축과 도시 계획은 시민 사회의 공론장을 구축하는 공간적 표상으로 시도되었다.

한편 현대적 의미의 공공예술의 발전 과정은 미국의 공공미술 운동의 역사 속에서 전형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967년 미국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에서 시작한 ‘공공장소에서의 미술 프로그램(Art-in-Public-Places Program)'은 사회 문화적 기념비로서가 아니라 미술적 기념비로서 최고의 미술작품을 미술관과 갤러리가 아닌 공적 장소 속에 설치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후 이 제도는 ‘미술을 위한 퍼센트 프로그램(percent-for-art program)'으로 확대되어, 대중들의 문화예술 교육 및 향유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양산되어 야외로 나온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명패 조각, 풍덩 예술(plop art), 껌딱지 조각 등과 같이 희화되면서 이 프로그램은 보다 장소적 특성(공공장소의 특성)을 반영할 것을 요구 받았다.

대지미술, 환경미술,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와 같은 1970년대 미술운동의 움직임과 더불어 공공미술은 그 미술작품이 설치될 장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이에 따라 예술가-디자이너 협업 모델이 적극적으로 장려되는 ‘공공장소로서의 미술(art-as-public-spaces)’ 개념이 만들어졌다. 장소적 특성이 반영되어 기획 조성되는 이러한 공공미술은 건축 및 도시계획과 조응하면서 사용 가치를 심미적 가치로 치환시키면서 미술이 갖는 사회적 책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미술이 갖는 사회적 책임과 장소가 갖는 의미를 사회적인 것 혹은 공동체적인 것으로 확장하여, 지난 공공미술 운동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일군의 작가와 이론가들은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를 주장했다. 이러한 운동은 1980년대 정체성의 정치학과 소수자 운동과 더불어 특히 여성주의 미술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 되었다. 수잔 레이시(Suzanne Lacy)에 의해 이론화된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은 알린 레이븐(Arlene Raven)에 의해서 ‘공공 관심 속의 미술(art-in-the-public-interest)' 이라는 용어로 규정되었다. 기존의 공공미술과 이 운동이 다른 점은 공공미술에서 공공성의 개념을 사회적인 것과 공동체적인 것으로 확장하여,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예술의 자율성을 결합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 창작 과정은 공동체 구성원의 주체화 혹은 자기 동기화의 과정으로 변화되고, 수동적 위치의 감상자들은 자신의 삶을 발언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삶을 형성하는 새로운 창작자로 변화되었다.

한국에서 공공미술의 변화 추이 역시 이와 유사한 과정을 밟는다. 한국 정부 수립 이후, 국가 만들기 과정에서 많은 예술가들은 역사와 민족 영웅을 기념하는 기념물을 제작 설치함으로써 국가 이데올로기의 표상으로서 공공미술을 제작하게 되며, 경제 성장과 더불어 도심 속에 대형 예술 작품을 설치하고 동시에 도시 개발에 있어서 미술을 디자인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예술의 대중화와 환경 미화를 위한 공공미술을 시도하게 된다. 반면, 한국 민주주의 발달 과정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확대와 변화는 사회적 미술의 한 경향으로서 지역적인 것과 공동체적인 것을 재발견하고 구성원을 자기 동기화 시키는 미술운동으로 변화된다. 이러한 미술운동은 공공관심 속의 미술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시민사회 운동적 공공미술로 확장된다.


<참고문헌>
수잔 레이시 편, 이영욱·김인규 역,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 문화과학사, 2010.
김장언, 상징과 소통: 지금 한국에서 공공미술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Visual, 제7호, 2010.
권미연, 김일기 역, 공적 발언으로서의 미술, 한국근현대미술사학 20권, 2009.

작성자: 김장언(미술평론가/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