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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록
  분류 : 디지털도시성
  영어 : self-tracking
  한자 : 自己記錄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신체 상태나 운동량,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칼로리, 이동한 경로, 금전 지출 내역 등 다양한 내용의 정보들을 수시로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추적하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기록 활동들을 모두 자기기록(self-tracking) 혹은 자기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이러한 자기기록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2010년대 이후 아이폰과 같은 모바일 스마트폰, 핏빗(FitBit) 등의 스마트 밴드,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종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s)가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된 덕분이다. 가볍고 신체에 부착하여 활동하는데 부담이 적은 기기들은 디지털 자기기록 문화를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기록했던 것은 역사적으로 디지털의 시기 이전에도 폭넓게 이루어졌다. 물론 그 당시의 자기기록은 주로 비디지털적인 문자나 이미지로 구성되는 것이었다. 예컨대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거나 내면의 자신을 고백하는 일기(diary) 쓰기나 자화상 그리기가 일종의 자기기록 활동이었다(Rettberg, 2014: 4-9). 그 외에도 각종 일지 작성, 환자로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기록하거나 몸무게 등을 측정해 손으로 기록하는 활동도 디지털 이전에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자기기록 활동에 포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이전의 자기기록 활동에 비해 디지털 자기기록은 단순히 측정 장치의 개발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기록 활동은 아직 스마트폰같은 기기의 보급만큼은 대중적이지 않지만 소수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나 건강관리에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이들에게는 상당히 일상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센서(sensor)가 내장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활동량, 체온, 심박수, 호흡수, 혈압, 혈당, 산소포화도, 자세, 수면패턴, 체중 등 수많은 생체 정보를 추적, 수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기기록 활동은 자신의 생체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측정, 수집, 공유, 분석하는 과정에서 건강을 유지하거나 예측하고 나아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목적에 부합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기기록이란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 상태, 기분, 활동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수집하고 기록하며 축적하고 나아가 그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최적화(optimization)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러나 디지털 자기기록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사적인 데이터 추적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그것이 수행되는 규모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개인적(personal) 자기기록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이유로 수행되는 것으로 많은 경우 자발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시작된다. 이는 건강을 유지하거나 작업의 능률을 올리고 만성 질환을 관리하는 등 주로 자신의 신체나 삶에 대해 더 잘 알고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떠밀린(pushed) 자기기록은 다른 이들의 권유에 의해 수행되는데, 예를 들면 직장에서 직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혹은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직원들에게 자기기록을 수행하라고 권장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공동의(communal) 자기기록은 개인들의 자기기록의 수행이 공동체 전체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질 때를 가리킨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른 자기기록 수행자들과 커뮤니티를 구성해 정보 교환이나 상호 교육의 과정에서 개인과 전체의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우다. 강제된(imposed) 자기기록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이익을 위해 개인에게 자기추적 장치를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직장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생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장치를 착용하도록 강요하거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검사하기 위해 자기기록 장비를 착용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착취된(exploited) 자기기록은 다양한 목적과 방식으로 수집된 개인들의 데이터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변환하여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Lupton, 2014: 김상민, 2017)

 기술적 측면에서 디지털 자기기록 문화는 컨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구성하는 디지털 생태계를 관통하면서 각 연결 단위에서 인간 주체와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즉 자기기록 문화에서 인간 주체의 생체 데이터는 일종의 컨텐츠로 주어지고, 갖가지 종류의 모바일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내장된 센서들을 통해 측정 및 수집되며, 모바일 디바이스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및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시각화되어 주체에게 다시 보여지게 됨으로써, 다시 주체의 신체 활동의 동기를 유발하거나 신체의 최적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순환을 완성하게 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개인들의 자기기록 수행은 사물인터넷(IoT) 등과 결합함으로써 지속적인 실시간 데이터를 생산해낼 것이다. 나아가 게임이나 영상 시청을 위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의 매체들과 더불어 일상에서의 건강이나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안전과 보안의 영역 등을 가로지르며 사람-사물-공간의 통합된 환경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자기기록의 기술 문화는 개인적 및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삶의 여러 세밀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자기기록이 결국 개인들 혹은 개인들을 둘러싼 환경의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화된 신체가 국가나 권력에 의한 손쉬운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점, 디지털 측정 디바이스의 사용이 주체의 왜곡된 자기 계발(self-improvement)의 일환이 된다는 점, 의료 기록과 같은 개인 정보가 마케팅과 차별의 도구가 된다는 점, 노동과 업무 환경의 최적화라는 명분으로 노동 주체가 관리된다는 점 등의 파생된 문제들을 예상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데이터화되어 활용됨으로써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점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상민, 디지털 자기기록의 문화와 기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김상민, 나 자신의 데이터가 되다: 디지털 자기-기록 활동과 데이터 주체, 문화/과학87, 2016.

Deborah Lupton, “Self-tracking modes: Reflexive self-monitoring and data practices,” SSRN, 2014.

Jill Walker Rettberg, Seeing Ourselves through Technology: How We Use Selfies, Blogs and Wearable Devices to See and Shape Ourselves, Palgrave Macmillan, 2014.

 

작성자: 김상민(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