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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분류 : 디지털도시성
  영어 : Metaverse
  한자 :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혼합어이다. 현실을 초월한 디지털 세계, 혹은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초월한 혼합 현실(Mixed Reality)의 세계를 일컫는 말로 현재 통용되고 있다 (김상균, 2020). ‘현실세계가상세계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만들고 또 그 간극에 균열을 내며 발전해 온 인터넷,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디지털 기술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터넷 기술의 융합으로 구현되고 있다. HMD (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3D로 구현된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과 위치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가상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 실시간으로 덧입혀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디지털 공간에 결합하는 형태이다. 때문에, 메타버스에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터넷이 기존에 갖고 있던 특성들이 융합되어 있는데, 가상현실이 제공하던 3차원의 입체 이미지가 주는 입체감과 몰입감, 증강현실이 지향하던 현실세계와의 실시간 상호작용, 인터넷이 주는 연결성과 공유성이 복합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Smart et al., 2007).

2003년 미국에서 소개된 세컨드 라이프 (Second Life)’는 메타버스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었다 (Ludlow & Wallace, 2007). 가상현실 서비스였던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들끼리 사회적 관계를 맺고 경제적 활동을 하는 PC 게임이었다. 아이폰의 출시와 함께 모바일 매체 중심의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PC 게임 세컨드 라이프의 인기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20여년간 발전한 데이터 저장기술 및 위성산업과 비교적 저렴하고 작아진 웨어러블 하드웨어 기기의 발전으로 접근가능성, 몰입감, 공유성, 참여가능성이 향상된 새로운 플랫폼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 용어에서 우주, 즉 하나의 생태계를 지향하는 만큼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이 모여 경제활동 및 문화를 공유하며 상호작용하는 또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같은 플랫폼에 접속한 사용자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등 현실세계와 유사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이어간다. 이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처럼3차원 공간에 다녀가며 일회성의 분절된 체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3차원의 가상 공간이 지속되는 세계이자 다른 사용자와 공유되는 가상의 세계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몰입감보다 동시성, 연결성, 공유성, 참여가능성이 메타버스에서는 더욱 핵심적인 속성이다 (Smart et al., 2007).

지속 가능하고 공유 가능한 가상 세계로서 메타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 가지 구조가 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첫 번째는 디지털 인프라 마련으로 무선통신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를 연결할 수 있도록 위성산업 및 통신산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3차원의 입체 이미지 및 콘텐츠를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고 받아 가상 세계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 전의 소셜미디어보다 더욱 큰 용량의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하드웨어인데, 기존의 PC게임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서 사용하던 하드웨어 기기를 접목한다. 가상현실에 사용되던 HMD증강현실 안경 등을 통해 3차원의 이미지로 가상공간 및 다른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더욱 현실감 있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손목 밴드나 장갑 등의 하드웨어 기기 개발도 애플, 삼성 등의 IT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다. 동물의 숲 (Animal Crossing)처럼 게임의 형태로 유지되는 메타버스의 경우 게임 회사를 통해 콘텐츠가 공급된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의 형태는 하나의 플랫폼에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자신을 닮은 아바타로 접속하여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고,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면서 가상의 세계가 유지되고 확장된다. 대표적으로 마인크래프트 (Minecraft), 로블록스 (Roblox), 제페토 (ZEPETO)가 있으며, 플랫폼 내에 사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소셜미디어의 확장된 형태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하며 동시에 소비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처럼 메타버스도 기업에 의해 기술적으로 구현된 가상공간에 사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새로 만들거나, 아이템을 만들고, 다른 아바타와 사진을 찍고 공유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동시에 소비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지속 가능한 참여형 가상세계로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생산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 대기업들이 현재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할 수 밖에 없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네이버 등 다국적, 혹은 국내 플랫폼 대기업은 사용자들이 더욱 쉽게 가상공간에 몰입하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생산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HMD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하였고 근육의 움직임을 보다 정교하게 감지하기 위해 증강현실 손목밴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홀로렌즈를 개발하여 증강현실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를 제공하며, 애플은 신체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상현실 장갑과 3차원 센서인 라이다 (LiDAR)를 개발하여 현실세계를 3차원의 이미지 데이터로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자사 제품에 탑재중이다.

메타버스가 디지털 인프라, 플랫폼,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일상 속 하드웨어와 결합한 3차원의 인터넷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진, 텍스트, 동영상의 형태로 사용자가 현실세계를 콘텐츠로 생산해내게 한다면, 메타버스는 보다 현실세계와 구분이 어렵거나 현실세계와 연결된 서비스를 3차원의 이미지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인프라와 하드웨어 기기,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생산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현실 세계의 감각이 가상 공간으로 확대된 것임과 동시에 가상 공간이 현실 세계처럼 물리적으로 지속한다는 혼재된 감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3차원의 디지털 아바타로 플랫폼을 체험하며 콘텐츠를 체험, 제작,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전 세계적으로 10대의 사용비율이 가장 높으며,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접촉 및 사회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10대들의 놀이문화로 보다 쉽게 정착했다는 견해가 보편적이다. 이는 메타버스를 새로운 기술적 양식임과 동시에 문화적 양상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함을 방증하는데, 초기에는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는 것에 그쳤다면, 플랫폼의 규모가 확대되고 전 세계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정착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대학교 입학식, 신입사원 연수를 하기도 하고 메타버스 안에서 패션상품이나 가전제품, 가수의 신곡을 홍보하기도 한다. 사용자는 가수의 신곡을 메타버스에서 콘서트처럼 감상하고 인증사진을 찍기도 하며, 메타버스에 전시된 패션브랜드의 신상품을 자신의 아바타에 입히고 다른 아바타와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2020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 축하 파티가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메타버스에 접속하여 마치 서로 옆에 있는 것처럼 춤을 추고 대화를 하며 민주당 후보 당선을 축하했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여전히 안경, 고글, 스마트폰 등 매체를 통해 접속하고 경험할 수 있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센서 등의 개발로 접속과 매개의 과정을 최소화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구분이 없는 메타버스 체험을 기술적으로 지향한다. 메타버스는 기존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상용화와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어 기술 개발 외에는 논의의 양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는 별개로 데이터 저장 및 처리에 대한 소유권, 메타버스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및 문화활동에 대한 국제적 협약, 메타버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처벌의 문제 등 정치적 논의의 여지가 많다. 동시에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가속화한 비대면 및 디지털 문화의 발전과 함께 떠오른 메타버스를 현재성, 연결성, 참여가능성에 바탕을 둔 문화 양상으로 이해하거나 디지털 기술 및 매체의 개발로 야기된 새로운 감각 경험으로 접근하는 관점도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Ludlow, P., & Wallace, M. (2007). The Second Life Herald: The virtual tabloid that witnessed the dawn of the metaverse. MIT press.

 Smart, J., Cascio, J., & Paffendorf, J. (2007). Metaverse roadmap: Pathways to the 3D web. Metaverse: a cross-industry public foresight project.

 Sol, R. (April 30, 2020). The Metaverse, spatial computing, and 5G. Forbes. Retrieved from

 https://www.forbes.com/sites/solrogers/2020/04/30/the-metaverse-spatial-computing-and-5g/?sh=23e6c4ef1b91

 김상균. (2020). 메타버스. 플랜비디자인.


작성자:이정현 (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in Macau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