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계획(urban planning)은 오랫동안 도시를 자연과 별개인 것으로 보는 경향을 띠었다. 이것은 도시를 인간 예외주의적(human exceptionalist)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서 비롯한다. 일례로 빌 프럼우드는 서양 지식이 과도하게 이원론적 사고의 위계화된 형태(예: 마음–몸, 문화-자연, 남성–여성 등)를 바탕으로 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이원론은 인간과 비인간을 차이를 갖는 존재 정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로 상정한다. 비인간은 하위적이고, 비의식적이며, 의사소통 불가능하므로 인간을 위한 자원 혹은 도구 정도로 간주된다. 여기서 인간 예외주의가 생겨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정신적인 존재로서 다른 모든 것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예외적 존재라고 스스로를 설정한다(Houston et al, 2017: 5에서 재인용).
이러한 인간 예외주의는 도시 예외주의를 가져온다. 도시 예외주의(urban exceptionalism)는 도시가 자연의 물리적 제약을 초월한 장소이자, 계몽된 인간의 가치와 기술적 지배가 구현된 공간이라고 보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는 도시를 오직 인간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자연을 원자재로 활용하여 구축된 것으로 바라보아,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도시의 생활 세계를 함께 구성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Houston et al, 2017:3).
닐 브레너와 크리스티나 슈미트(Neil Brenner&Christian Schmid)는 오늘날 도시가 인간 중심적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행성적 도시화(planetary urbanization)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 이는 도시 예외주의가 초래한 결과를 잘 보여준다. 행성적 도시화의 특징으로는 첫째, 새로운 규모의 도시화 생성을 들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도시들은 매우 거대하고 급속히 팽창하여 이제는 단일한 대도시 지역을 넘어서 거대한 도시 은하(urban galaxies)를 창출한다. 둘째, 도시 영토의 흐려짐과 재접합을 특징으로 한다. 오늘날 도시는 역사적인 중심 도시의 핵심부에서 바깥으로 한때 교외화되었던 공간들이 광범위한 소도시와 중도시 집합지들로 분산된다. 셋째, 배후지(hinterland) 문제는 또 다른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요 도시들은 대도시 지역들로, 도시-산업들의 배후지는 행성적 도시 네트워크의 대사를 촉진하기 위한 곳(글로벌 하청 공장, 농업-산업적 토지 이용, 데이터나 연료 저장 시설, 에너지 생산 그리드, 자원 채취 구역, 폐기물 처리 구역 등)으로 재구성된다. 넷째, 야생(wilderness)의 종말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이른바 야생 공간(바다, 알프스 지역, 적도 우림, 주요 사막, 북극 및 극지대 심지어 지구의 대기 자체)은 세계적 도시화의 누적으로 변형되고 흔히 황폐화된다(Brenner, Schmid, 2017, 450).
도시 예외주의와 그에 수반되는 행성적 도시화는 일부 인간과 비인간에게 환경위기와 부정의를 초래한다. “인간예외주의 및 이에 기반을 둔 도시예외주의는 도시 내부나 혹은 도시를 떠받치기 위한 도시 외부의 자연에서, 인간을 위해 다른 종의 삶을 방해하는 종 간 부정의의 문제들을 일으킨다. 비인간 타자들은 도시 안팎에서 덜 분배받고, 지위를 갖지 못하며, 자신을 대변해 줄 대표자를 얻지 못하고, 나아가 자신이 거주하는 환경세계에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방법적 지식들을 교란당한다.”(현남숙, 2025:98)
<참고자료>
현남숙, 「다종 간 도시를 위한 정의의 모색과 실천 - 너스바움의 다종 공동체와 해러웨이의 테라폴리스에서의 다종 간 정의를 중심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도시인문학연구』 17(1), 2025.
Houston, Donna J., et al. “Make Kin, Not Cities! Multispecies Entanglements and “Becoming-World”, Planning Theory, 17(2), 2017, pp. 190-212.
Brenner, Neil, Schmid, Christian “Planetary urbanization”, The Globalizing Cities Reader, edited By Xuefei Ren, Roger Keil, 2nd Edition, 2017, pp. 449-452.
작성자: 현남숙(전북대)